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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강화기 (2/2)


여행지 : 전등사, 초지진, 덕진진, 고려궁지
여행일 : 1999/04/17


강화 전등사일어나자마자 밥 먹고, 세수하고 바로 전등사(성인 800원)로 향했죠. 10시 반쯤인 이른 시각이라 아직은 사람이 별로 없이 한산한 분위기더군요. '전등사'에 대한 말은 많이 들었는데 와보기는 첨이죠.
근데... '난 네가 지난 봄 강화도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더군요. 입구부터 시작해 곳곳에 설치된 '무인 감시 카메라'... 사회가 뒤숭숭한 현실은 알겠지만 왠지...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보다는 감시와 질서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각박해져만 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탈속의 세속'
그리고 하나 눈에 뛰는 것은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의 나부상... 전등사를 만들 때 목수가 절 아래 마을 여인을 사모했었는데 그 여인이 도망을 갔더래요. 그래서 목수가 열 받아서 그녀의 형상을 처마밑에 두어 평~생 무거운 처마를 받치게끔 조각했다는 전설이 내려 온다는군요... 이런... 예나 지금이나 사랑과 집착은 변함이 없는 것 같네요.
절은 크지만 뭔가 좀 허전한 느낌... 요즘들어 보여지는 대 사찰의 모양새만 따라가는 식의 일은 없어야 할텐데...


초지진절에서 내려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강화도 동쪽에 위치한 초지진. 외세에 대항해 싸웠던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는 장소로 갔읍죠. 전등사에서 초지진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몇 대 뿐이라 약간 애 먹었죠. 택시로는 4000원을 달라 하더군요. 전 버스를 타고 갔거든요. 버스로 한 10분 정도 달리니 창밖에 뻘과 함께 아담히 자리잡은 작은 초지진(성인 500원)이 보이데요. 진 안에는 무지 큰 대포(홍이포)만 강화 외곽을 지키고 있더구요.
어제완 달리 날씨가 좋아 서해의 모습도 어느정도 눈에 들어왔읍죠. 성곽과 그 곁의 벚나무들...
잔잔히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군대의 함성 소리처럼 들리더군요.

해문방수타국선신물과
근데 이런... 초지진까지 오긴 했지만 정말 벌판이더군요. 차는 눈곱만큼도 안보이고... 도저히 그냥 기다려서는 안될 것 같아 덕진진까진 걸어서 갔었죠. 망할 일기예보. 어젠 맑고 오늘은 비온다더니만 어젠 흐리고 오늘은 무지 맑고... 3Km 정도였는데 막상 걸어가니 좋더구만요. 양쪽으로 둘러쳐진 논이랑 밭. 그리고 바다 냄새... 날이 더워 그런지 날벌레가 자꾸 달려들어 땀 좀 뺐죠.


덕진진(성인 500원)은 70년대에 새로 단장돼 말끔한 상태로 복원돼 있더군요. 내륙에서 서해바다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는 진지의 포대... 포대를 돌아 올라가면 있는 덕진돈대, 그리고 그 뒤의 흥선대원군 할배가 세웠다는 경고문이 적힌 비석이 인상적이더군요.
'해문방수타국선신물과'... 한자를 모르는 '한맹'이라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대충... "외국놈드라~ 물러커라~"
쇄국의 잘잘못을 떠나서 지금의 우리의 모습들이 생각나게 한다. 너나 할것 없이 모두 햄버거와 로바다야끼에 길들여진 현실... 점점 우리들의 정신도 물들어가는 건 아닌지... 대원군 할배의 진노한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고려 궁지덕진진을 보고 다른 곳도 둘러볼까 하다 다른 약속도 있고 해서 귀환하기로 했읍죠.
5시쯤에 강화군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고려 궁지와 북문을 찾았죠. 제가 군에서 약 2년 동안을 생활했던 곳이라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고려 북문 오르는 길의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했던 꽃길이 인상 깊었거든요. 제가 갔을 때도 여전하데요. 활짝 핀 벚꽃과 꿀을 찾는 벌들의 윙~ 소리를 들으며 느껴지는 노란 개나리 향... 한마디로 '죽이는 꽃길'입죠...


암튼 좋더군요. 땀흘렸던 군대 시절을 지나와 이젠 부대 앞에서의 (누구의 간섭도 없는) 커피한잔, 담배 한 개피. 직접 부대를 찾아보진 못했지만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라는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명제'를 증명한 샘입죠.


북문과 고려궁지를 둘러보고 4시 50분쯤 강화터미널에서 버스로 신촌으로 돌아왔어요. 피곤하면서 의미심장한 이틀이었습니다.
엉망인 날씨랑, 차가 없어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을 빼고는 괜찮은 느낌의 여행이었어요.


시간 많고 할 일 없으신 분(있어도 하루쯤 미뤄도 지구는 잘 돌아가죠)들!
집구석에 있어보이 뭐~합니까?
강화도 꼭 가보세요... ...

분류 :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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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등록일 :
2011.05.04
01:14:04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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