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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울릉도 트위스트 (4/4)


여행지 : 저동, 봉래폭포, 내수전, 천부
여행일 : 2004/07/23, 24


일정(4/4)


행남 해안 산책로몸이 ‘여행형’으로 적응되는 과정인가? 뻐근하던 어깨와 땡땡한 장딴지는 날이 갈수록 원래의 내 몸처럼 느껴진다.
울릉도에서의 4일째 역시 파란 스프레이를 여러 번 덧칠한 듯한 청명한 하늘로 시작한다.


먼저 도동항에서 저동항으로 이어진 행남 해안 산책로를 둘러본다. 해안절벽과 동굴, 그 곳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직접 발아래 볼 수 있는 울릉도에선 빼놓을 수 없는 산보코스다. 하지만 시멘트와 철재로 만들진 해안길은 작년 태풍의 피해로 완전히 복구가 되지 않아 저동항으로 직접 갈 수는 없었다. 1년이 지나도록 뭘 했는지...


시원하게 뻗은 봉래폭포절반의 절경만 감상한 채 할 수 없이 내륙도로를 통해 저동항을 지나 봉래폭포로 간다. 땀을 한바가지 이상 흘리며 올라간 폭포수는 상수원 보호구역인지라 직접 느껴볼 수는 없었지만 3단으로 꺾어지는 눈맛과 그 곳에서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시원함을 준다. 풍부한 수량은 물이 아닌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아 저 냉기 속으로 녹아들고 싶어라~”


폭포 아래 주차장에선 관광객을 대상으로 약간의 음식점이 있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호박엿도 아닌 ‘호박막걸리’라는데... 한낮의 더위도 식힐 겸 파전 하나에 막걸리 반통으로 울릉도의 풍류를 채운다.
“크, 크, 킈~아~ 쥐기네!”
달짝지근한 호박 맛에다 술이 갖는 씁쓸한 맛의 오묘한 조화. 이 맛을 누가 알리오. 산이 있고 술이 있기에 여기선 누구나 신선이 된다. 붉은 취기속의 울릉도가 아름답다. @_@


다시 저동항으로 내려와 내수전을 거쳐 울릉도의 동편을 걷는다. 도로는 내수전 해수욕장을 지나 산중턱까지 올라간다. 한낮의 더위는 날 미치게 만들지만 저 위로 보이는 고개의 끝은 걸어도 걸어도 항상 그 거리인 듯 하다.
그렇게 땀과 싸우며 능선에 올라서자 푸른 바다와 함께 죽도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섬을 둘러싼 절벽 위의 펑퍼짐한 푸르름이 남해안의 외도처럼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달짝지근~ 호박막걸리      내수전해수욕장과 죽도      울릉도의 오지, 죽암


포장도로는 여기서 끝나고 이제 동쪽 산사면을 타는 산길이 시작된다.
사람의 발길도 뜸한데다 숲까지 울창해 조용하다 못해 조금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인터넷에선 울릉도의 꼭 둘러봐야 할 트레킹 코스라 ‘강추’했지만 웬일인지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걸은 후에 발견한 ‘산불예방’ 현수막마저도 얼마나 반갑던지... 호젓한 산행과 함께하는 시원한 산림욕에 이 내수전길의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도착한 울릉도 북쪽의 죽암은 마치 6.25때 소개된 마을처럼 너무 고요하다.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마을의 2/3는 사람이 떠난 빈집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곳 죽암에서 일박하려던 계획을 바꿔 천부리까지 좀더 걸었다. 맥주 파는 구멍가게 정도는 있는 곳에서 야영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천부까지는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며 사그라지는 태양을 보면서 걷는다. 이번 여행과 지난날의 수많은 일화들이 태양주변의 옅은 구름막에 비춰지는 듯한데 엑스트라로 출현한 고깃배와 갈매기들이 이 영화에 운치를 더한다.
나는 인생이라는 영화 속으로 걸어간다. ^^


천부리의 북중학교 운동장에서 야영을 한다. 물론 오늘의 피로회복제는 맥주 두 캔!
수많은 별과 함께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함께했다.


울릉도에서의 일몰


다음날, 귀향의 배를 타기위해 도동으로 버스로 이동한다.
며칠을 죽어라고 걸었던 울릉도 해안도로를 한 시간여 만에 돌아오는 맛도 색다르다. 땀에 찌들며 해안을 걷던 그 영상들이 차창 밖으로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데 “요기는 내가 쉬었던 곳이고 저기선 아이스크림을 먹었었는데. 그리고 다음에 올 고개는 너무 힘들었었지...”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도보여행을 되돌아 정리해 보는 일종의 ‘회고전’ 이었다고 할까~
도동에선 나를 기억하고 말을 걸어준 영주에 산다는 아가씨(^^)들이랑 사진도 찍고, 울릉도의 별미, 홍합밥도 함께 먹으며 마지막 ‘트위스트’를 마무리했다.


울릉도를 한바퀴 반, 트위스트로 엮으며 땀으로 둘러본 일정... 피곤한 몸이었지만 그 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네요.
한창 공사 중인 일주도로와 이를 둘러싼 푸른 파도소리. 성인봉의 의연함과 긴~ 하산길. 내 몸을 둘러싼 땀과 바람의 소리 없는 전쟁... 이 모든 것이 올 여름을 장식할 최고의 피서라 기억됩니다.
그리고 울릉도를 통해 스쳐간 사소하지만 깊은 인연에 감사합니다.

분류 :
자연
조회 수 :
2416
등록일 :
2011.05.14
00:27:32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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