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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승학산 억새산행 (부산) 


여행지 : 승학산, 구덕산
여행일 : 2007/10/21
사진첩 : 승학산 억새산행 icon_slr1.gif


가을은 내 몸에서 시작된다!
온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더니 어느새 청명한 가을하늘이 계속되었다. 주말이면 도시는 교외로 떠난 사람들로 텅 비다시피 했지만 부러움과 시기심만 일뿐 누적된 게으름에 쉽게 결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신문이나 지인들로부터는 억새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가을에는 어디 가꼬? / 화왕산이나 영축산은 어떻노? / 너무 멀지 않나? 차도 많이 막힐 낀데...” 하며 마땅한 곳을 고르다 생각난 곳이 바로 승학산이다.
승학산은 하얗게 피어나는 가을억새와 낙동강을 끼고 보는 저녁노을이 유명하다. 또한 부산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어느 코스든지 접근하기 쉬워 반나절 코스의 가족 산행으로 적당하고 승학산, 구덕산, 엄광산, 수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하루 코스의 종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승학산 오르는 길
가자, 승학산으로!
맑고 화창한 일요일 아침, 우리는 하단에 위치한 동아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동아대 교문 앞에는 벌써 등산객들로 가득하다. 삼삼오오 모여 일행을 기다리며 오늘의 날씨와 산행을 얘기하는 모습이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들떠 보인다.
학교를 순회하는 아스팔트길을 돌아 흙길에 들어서자 계곡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서 고향집을 찾아가는 것 같은 아늑함이 느껴진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오르자 김해평야를 가르는 낙동강이 뒤를 따른다. 을숙도는 낙동강을 차분히 가르며 한 움큼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낙동강과 맞닿은 도로가 보인다.
작년, 저 길을 달렸었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21Km를 달리며 비처럼 땀을 쏟았다. 하지만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그 도로는 지금, 한 뼘 손아귀에 있다. 그 넓던 세상이 장난감가게의 미니어처처럼 작아졌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 작아보이는 거리(?)도 오로지 땀으로만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정상을 점거한 사람들~ ^^
뜨거워진 땀방울과 함께 승학산 정상(496m)에 오르자 푸른하늘과 맞닿은 능선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은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에 묻혀 보이질 않았고 민둥산처럼 보이는 너른 억새밭은 형형색색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의 인산인해라 할까.
이상한 점은 정상을 점거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둘러보니 한 아저씨가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이를 먹는 등산객의 모습이 시원해 보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비닐봉지는 즉시 수거가 된다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남는 나무막대기는 과연 어떻게 될는지. 자신을 위해, 우리를 위해 자신의 쓰레기는 가져갔으면 좋으련만...


가자, 억새의 향연으로
눈길을 돌리자 하얀 억새가 한겨울의 눈밭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복잡하던 정상을 뒤로하고 억새 가득한 능선길에 오른다. 가을에 오른다.
구덕산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어른 키 높이에 이르는 억새들이 호위하듯 도열해 있어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성만씨~”하고 여주인공이 달려오는 건 아닐까 괜히 두리번거려본다. 억새에 취해 얼마를 걸었을까. 햇볕이 따뜻하기 때문인지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 소르르 낮잠마저 쏟아진다.
간혹 억새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억새 관리인들 사이에 실랑이가 보인다. 아무리 억새가 좋기로 다 자란 억새를 쓰러뜨려가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밥을 먹어야 되는지 의문이다.


승학산 억새능선


능선을 타다보면 구덕산 위로 보이는 기상청 레이더 관측소가 시선을 끈다. 억새라는 천연자연물 위에 솟은 둥근 레이더 돔이 조금은 눈에 거슬리지만 한편으로 필드위에서 샷을 기다리는 골프공처럼 재밌게도 보인다. 다음 세대에서는 자연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하지 싶다.
구덕산을 돌아 꽃마을로 오는 길은 포장이 되어있어 가족, 친구, 연인들의 모습과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모습도 간간히 보인다. 천천히 발을 굴려 끈질기게 올라오는 모습이 인상 깊다.
대신동에서 꽃마을로 올라오는 순환버스가 있어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담 없는 반나절 산행으로 가을 억새와 낙동강, 부산 동부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 승학산. 가족과 연인들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산인 듯싶다. 다음에는 승학산을 지나 구덕산, 엄광산을 거처 수정산으로 넘어가는 능선길을 걸어보고 싶다.

분류 :
자연
조회 수 :
3550
등록일 :
2011.05.19
21:14:26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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