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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부산 장산


여행지 : 부산, 장산
여행일 : 2002/04/28


금정산이 부산의 안쪽을 받쳐주는 기둥이라면 장산은 부산의 외곽, 바다를 지켜주는 파수꾼과 같은 존재리라. 하늘을 찌를 듯 버티고 선 장산의 모습이야 늘 봐 왔다지만 직접 대면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근심을 장산의 바람결에 다 날려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짐을 꾸린다.


장산


친구와 동래 전철역에서 만나 점심용으로 김밥과 컵라면을 준비한 뒤 바로 출발했었죠. 몸도 가뿐하고, 날씨도 좋고... 산을 오르기엔 최고의 상태...
버스를 타고 반여1동에서 내려 동국아파트를 찾으면 됩니다. 아파트 오른쪽 편으로 조금 걷다보면 장산의 동쪽면을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보이죠.
그런데 80년대의 무차별적인 재개발 열풍으로 장산의 허리까지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는 바람에 '등산로 입구'까지만 갔는데도 경치는 어느 정상 못지 않게 시원하더라구요. '내집마련' 이라는 80년대의 화두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등산의 '짠맛'을 반이나 앗아가 버린 무분별한 개발에는 괜한 한숨만 나오더군요.


입구를 들어서면 이정표 없는 갈림길이 등산객을 헛갈리게 합니다. 우리는 왼쪽 길로 올랐죠. 그리곤 발등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면서 한발한발 산을 올라갑니다. 나를 올라갑니다.
장산, 저 아래 도심에서 볼 때 느껴졌던 군더더기 없이 미끈한 산사면이 이젠 끝없이 지루하게 올라가는 등산로로 나타나더라구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산길을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과 뒤쪽으로 펼쳐진 부산의 정경으로 위안을 삼았죠.


산을 오른지 50분 정도가 지나갈 무렵, 장산(634m) 정상을 알리는 '멋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비록 송신탑의 형태를 띠고는 있다지만, 어찌보면 거대한 쇠말뚝처럼 보여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 지더군요.
등산로 중간중간에 보였던 '출입금지, 지뢰매설지역...'이라 적힌 붉은 표지판과 함께 장산 정상의 주인인양 앞길을 가로막는 철조망, 군대 막사와 레이더... 아쉬우면서도 대놓고 욕할 수도, 욕하기도 뭣한 현실.


장산에서 내려다 본 바다하지만 그런 안타까움도 잠시,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제 마음을 훤히 트이게 만들더라구요. 해운대와 광안리, 그리고 오륙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디다. 물론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선명히 보인다더군요.
그리고 내륙으로 눈길을 돌리면 저 멀리 금정산의 큰 줄기도 보이고, 회동수원지의 모습도 보이데요. 여기저기 솟아있는 산봉우리들과 그 주변을 메우고 있는 도시. 마치 자갈밭에 떨어진 백색의 큼지막한 바위를 연상하게 되더군요.
아마 산을 찾는 또다른 이유라 볼 수 있겠죠. 저 아래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과 도로처럼 한치라도 더 많은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고, 밀리는 우리들. 가끔, 우리의 도시를 떠나 저 아래의 모습을 뒷짐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기에 산을 찾는가 봅니다.


장산에서30분 정도 장신에서의 '시야'를 즐기다 내려왔습죠.
남동쪽 우2동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했죠. 내려오는 도중 넓은 바위를 골라 준비해온 김밥이랑 컵라면을 먹었죠. 밥이라야 싸구려 김밥에 라면뿐이었지만, 분위기만큼은 신선의 것과 다름이 없더라구요. 30분 정도 해운대를 보며 소화를 시키다 단잠에 빠진 친구를 깨워 내려왔었죠.



일요일을 맞아 갑갑한 마음을 달래려 찾았던 장산. 그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만큼이나 여운이 길게 남는 산이다.
단조롭고, 짧은 산길이지만 발길을 멈추고 눈 아래 펼쳐진 부산의 모습과 부산을 둘러싼 바다의 모습을 음미할 여유만 있다면 여느 산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분류 :
자연
조회 수 :
2224
등록일 :
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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