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현대문학 (2010/08/02)
읽은날 : 2010/10/22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그녀의 글에는 전쟁의 무서움과 자연의 풋풋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해 있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봤던 전쟁의 허허로움은 공포와 함께 그녀에게 각인되어 "장구한 세월을 냉동 보관된 식품처럼 썩은 것보다 더 기분 나쁜" 느낌으로 남았다. 전쟁을 책과 영화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나에게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가볍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녀의 삶 속에 녹아있는 아픔이 조용하게 다가왔다.
 또한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한적한 시골로 이사하게 된 모습에서는 시골 소녀 같은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잔디밭을 가꾸기 위해 온갖 잡초와 씨름하는, 그러면서도 그 잡풀을 미워하기 보다는 정원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시골 촌부의 모습처럼 다정해보였다.
 남편과 아들의 사별이 안겨준 슬픔도 아직 치유중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외아들을 잃은 어미의 마음은 담담한 문체 속에 녹아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슴 한 곳에 응어리 진 슬픔은 쉽게 가시질 않아 보였다.


 박완서, 참 곱게 늙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 할머니 같은 미소와 수수한 글맛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나이를 속일 수 없는 할머니였다. 점점 벌어지는 시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회상하는가 하면 최신 영화를 보고는 그 모호함과 잔인함에 혼란스러워 한다. 어쩌면 시간을 쌓아가는 이런 모습들을 통해 좀더 친근감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산문집에 등장하는 책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거창한 서평이나 독후감은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과 어우러진 책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책들을 통해 그녀의 감성을 유추해보면 어떨까. 부드럽고, 잔잔한 강물 밑에 감추어진 슬픔이랄까, 뭐 이런 애잔함이 묻어난다.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존 코널리의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특히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이 인상 깊다. 미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어렵게 생활했던 화가를 고고한 서울대생이던 그녀는 극장에서 간판이나 그리던 '간판쟁이' 정도로 무시해 버렸단다. 하지만 화집에 실린 그의 그림을 보고는 "내가 그동안 그다지도 열중한 불행감으로부터 문득 깨어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은 그녀의 첫 소설, <나목>의 밑거름이 되었다. 철없던 젊은 날의 인연이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는 사실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8553
등록일 :
2011.05.09
23:35:42 (*.182.220.169)
엮인글 :
https://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78&act=trackback&key=11b
게시글 주소 :
https://freeismnet.cafe24.com/xe/187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83 산문 가슴으로 크는 아이들 - 이경수 freeism 3439   2013-01-17 2013-05-10 20:38
가슴으로 크는 아이들 지은이 : 이경수 출판사 : 푸르메 (2006/07/19) 읽은날 : 2013/01/10 교단일기를 쓴 기억이 난다. 매일 매일 적지는 못했지만 이삼일에 한 번씩은 적으려했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  
82 산문 사랑외전 - 이외수 freeism 4616   2012-12-31 2012-12-31 09:37
사랑외전 지은이 : 이외수(글), 김태련(그림) 출판사 : 해냄 (2012/10/30) 읽은날 : 2012/12/30 다시 외수님의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구입한 책은 아니고 우연히 하늘에서 쿵! 떨어진 책. 사연인즉, 얼마 전에 한 온라인...  
81 산문 무지개와 프리즘 - 이윤기 freeism 5492   2012-11-13 2012-11-14 00:01
무지개와 프리즘 지은이 : 이윤기 출판사 : 생각의 나무 (1998/11/05) 읽은날 : 2012/11/13 고등학교 시절 읽은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을 하나 읽었는데 그 책의 출판사가 "문성출판사"였다. 내 이름의 첫 두 글자가 같은 출...  
80 산문 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freeism 4961   2012-10-05 2012-10-23 07:44
욕망해도 괜찮아 지은이 : 김두식 출판사 : 창비 (2012/05/21) 읽은날 : 2012/10/05 욕망, 우리 안에 감추어진 은밀한 욕구를 양파껍질을 벗기듯 사정없이 까발린다. 한 꺼풀씩, 더 이상 벗겨낼 것이 없어 보이다가도 또 다...  
79 산문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청전 스님 freeism 6427   2012-07-15 2012-09-14 10:01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지은이 : 청전 스님 출판사 : 휴 (2010/01/22) 읽은날 : 2012/07/13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텔레비젼인지 신문인지는 모르지만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생활하는 스님...  
78 산문 달리기와 존재하기(Running & Being) - 조지 쉬언(George Sheehan) freeism 6274   2012-05-20 2020-03-15 15:20
달리기와 존재하기(Running & Being) 지은이 : 조지 쉬언(George Sheehan)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한문화(2010/08/06) 읽은날 : 2012/05/20 나는 오늘도 달린다. 퇴근 후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을 이용해 어둠이 ...  
77 산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freeism 7982   2012-05-07 2020-03-15 15:21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지은이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옮긴이 : 홍윤주 출판사 : 한문화(2001/12/18) 읽은날 : 2012/05/06 오래전에 어느 블로거가 남긴 평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76 산문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freeism 5431   2011-09-06 2011-09-30 13:13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은이 : 김난도 출판사 : 쌤앤파커스 (2010/12/24) 읽은날 : 2011/09/06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하는 자기개발서는 그 내용이나 결말이 정형화 되어있어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  
75 산문 실크로드 - 정목일 freeism 6568   2011-06-30 2011-07-01 10:15
실크로드 지은이 : 정목일 출판사 : 문학관 (2007/07/15) 읽은날 : 2011/06/30 수필을 쓰면서 단련된 내공의 힘인지 정목일 님의 글에는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애잔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 여행기에서 소홀해지기 쉬운...  
74 산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freeism 5946   2011-05-28 2011-05-28 22:5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은이 : 신영복 출판사 : 돌베개 (1998/08/01) 읽은날 : 2011/05/28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되고...  
73 산문 독서 - 김열규 freeism 7559   2011-05-11 2011-05-11 15:42
독서 지은이 : 김열규 출판사 : 비아북 (2008/09/05) 읽은날 : 2011/01/07 # 책과 함께한 나날 <독서>는 책읽기에 대한 깊은 사색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즐기게 된, 독서에 대한 작가 자신의 회고록에 가깝다. 할머니가 들려주...  
72 산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 무라카미 하루키... freeism 7134   2011-05-11 2011-05-11 00:0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 (2009/01/05) 읽은날 : 2010/12/31 2002년, 인근에 있...  
71 산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한비야 freeism 8056   2011-05-09 2011-05-09 23:52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1999/11/11) 읽은날 : 2010/12/20 # 1. 한비야 한비야, 그녀가 우리 땅에 섰다. 전라도 해남에서 강원도 민통선까지의 도보여행을 통해 6년간의 세계여행을 마무리...  
70 산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freeism 8192   2011-05-09 2011-11-23 10:20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2002/08/10) 읽은날 : 2010/11/29 "최순우 님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말한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  
» 산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freeism 8553   2011-05-09 2011-05-09 23:35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현대문학 (2010/08/02) 읽은날 : 2010/10/22 그녀의 글에는 전쟁의 무서움과 자연의 풋풋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해 있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