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삼포 가는 길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길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소설이라는 지면의 간극을 넘어 처절하게 궁핍하던 시절을 돌아보며 과연 무엇이 발전했고 무엇이 나아졌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오늘을 되짚어본다.


 <한씨 연대기>

 한국전쟁을 관통하는 한씨(한영덕)의 일대기.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한국전쟁을 피해 홀로 남하,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간첩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뿐이었다. 동업을 하던 가짜의사의 모함으로 온갖 고초를 겪은 한씨는 “교수도 의사도 피난민도 아니었고 미친 시대 위에 놓인 한갓 고깃덩이”일 뿐이었다.
 위태로운 역사 위에서 상처받은 민초들의 삶이 안타깝게 지나간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만 없었다면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을 꾸미고 살았을 한씨.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막막한 상황.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방황하는 바리의 삶을 그린 <바리데기>와 마찬가지로, 황석영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스쳐간다.

 

 <삼포 가는 길>
 정씨의 삼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 영달과 백화. 정씨는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고향을 찾아 나선 길이고 영달은 밥값을 때어먹고 얼떨결에 나선 길이기에 말동무나 할 겸 그와 동행한다. 그러다 주점에서 도망쳐 남쪽 고향으로 달아나던 여급, 백화를 만난다. 감천까지 가는 길에 영달에게 호감을 갖게 된 백화는 영달에게 자신의 고향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지만 그는 삼포 가던 길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개발이 진행되어 일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삼포 이야기를 듣자 왠지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린 듯 허탈해한다. 정씨와 영달이 찾아가던 삼포는 더 이상 그들 영혼의 쉼터가 아니었다. 정씨가 그토록 찾아 헤맨 고향이 아니었다.
 산업화 속에 정처 없이 방황하는 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돈과 물질에 모든 가치가 집중되는 현실이지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마음 속 안식처마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삼포는 잊혀져가는 우리들의 정신적 고향인 것이다.


 <돼지꿈>

 돼지꿈이라도 꾼 것일까. 지지리도 궁상맞고 못살았던 그 때, 쥐구멍에 해라도 뜬 것 같이 반짝하는 섬광이 비친다. 물론 오래가지 못할 것은 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온 '끝빨 선' 날이 아니던가. 하지만 술과 함께 엉망으로 어질러진 좌판처럼 그 끝은 언제나 처량하기만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위태로운 삶이 한낱 꿈처럼 명멸해간다. 인간의 그 속에서 먹이를 쪼아 먹고 사는 하루살이로 전락해버렸다.


 <섬섬옥수>

 역사성 짖은 글을 써온 황석영의 작품과는 조금 차별화된 작품 같다. 잘나가던 여대생은 파혼을 결심한 후 울적한 마음도 달랠 겸 관리실 배관공에게 관심을 흘린다. 엄청난 신분차이에서 오는 거리감과 남녀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며 미묘한 감정놀이에 빠진다. 하지만 배관공의 무관심한 듯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지난 날을 되돌아본다.
 "참으로 아늑하고 짧은 잠이었다. 그렇게 축복받은 참에 빠졌던 때가 평생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는 관능의 입구를 활짝 열어놓고 내가 여태껏 잘못 길들여왔던 세상의 찌꺼기를 씻어낸 것 같았다."


 황석영이 아니면 써내려가지 못했을 역사가 구수한 사투리를 타고 우리를 관통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한줄기 희망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내일을 위한 글쓰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8122
등록일 :
2011.05.09
23:07:31 (*.182.220.169)
엮인글 :
https://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44&act=trackback&key=0aa
게시글 주소 :
https://freeismnet.cafe24.com/xe/184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41 한국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freeism 7066   2011-05-09 2011-05-09 22:30
사과는 잘해요 지은이 : 이기호 출판사 : 현대문학 (2009/11/12) 읽은날 : 2010/01/21 시봉과 나, 우리는 한마디로 사과에 목숨 거는 놈들이다. 복지시설에서 만난 우리들은 별 이유도 없이 복지사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하지...  
40 한국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freeism 5248   2011-05-09 2011-05-09 22:26
내 심장을 쏴라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09/05/20) 읽은날 : 2009/11/20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글을 잘 썼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요리했기에...’ 하는 마음이 ...  
39 한국 공무도하 - 김훈 freeism 8821   2011-05-09 2011-05-09 22:44
공무도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9/09/25) 읽은날 : 2010/02/02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니.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  
38 한국 커피프린스 1호점 - 이선미 freeism 7416   2011-05-09 2011-05-09 22:49
커피프린스 1호점 지은이 : 이선미 출판사 : 눈과마음 (2006/08/09) 읽은날 : 2010/03/18 # 53. <커피프린스 1호점>을 읽고 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 꽤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알아보니 2007년도에 방송된...  
37 한국 워낭 - 이순원 freeism 6702   2011-05-09 2011-05-09 22:50
워낭 지은이 : 이순원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10/01/15) 읽은날 : 2010/03/26 # 1. 얼마 전에 소규모 제작비에 비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워낭소리> 덕분인지 '워낭' 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구수함마...  
» 한국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freeism 8122   2011-05-09 2011-05-09 23:07
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  
35 한국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freeism 7788   2011-05-09 2011-05-09 23:12
수난 이대 (외) 지은이 : 하근찬, 이범선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2/10/10) 읽은날 : 2010/07/30 수난 이대 - 하근찬 징용으로 끌려간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만도)와 전쟁 중에 역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진수)의 ...  
34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726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33 한국 허수아비춤 - 조정래 freeism 5449   2011-05-11 2011-05-11 00:17
허수아비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0/01) 읽은날 : 2011/02/08 "화염병을 앞세우고 가투에 몸 던졌던 그때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정치민주화'만 꿈꾸었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며 살...  
32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6111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31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724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30 한국 낯익은 세상 - 황석영 freeism 4814   2011-10-12 2011-10-12 11:30
낯익은 세상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5/19) 읽은날 : 2011/10/11 "도시 사람들은 멀쩡한 음식들을 미처 먹어치우지 못하고 묵히다가, 또는 너무 많이 먹다먹다 질려서 버려대고 있었다. 비닐 속에서 녹아 ...  
29 한국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freeism 4723   2011-11-06 2011-11-07 21:4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예담 (2009/07/20) 읽은날 : 2011/11/05 조르바는 거침이 없고 대담하고 섬세했으며 야성적이었고 원초적이었고 감성적이었으며 사려깊었다. 순박하지만 저돌적이었고 따뜻하...  
28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6179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27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6331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