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공무도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9/09/25)
읽은날 : 2010/02/02


공무도하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니.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이상은님의 공무도하가가 귓가에 맴돈다. 선선한 바람과도 같이 내 주위를 맴돌고는 이내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교과서에 나왔던 상고시보다 이상은님의 노랫가락을 통해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깊은 여운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백수광부의 처가 불렀다는 원전을 다시 읊조린다.

 

 “公無渡河 (공무도하)
  公竟渡河 (공경도하)
  墮河而死 (타하이사)
  當奈公何 (당내공하)”


 


 김훈님은 공무도하가의 첫 소절인 공무도하(公無渡河), 사랑하는 님의 간청을 외면한 체 돌이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버린 백수광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권의 장편을 엮어냈다. 우선 책 뒤표지에 적힌 소개 글을 보면,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 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무도하>는 그의 말처럼 강으로 띄어든 백수광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강가에 남겨진 처, 여옥의 이야기인 샘이다. 사랑하는 임을 이유도 모른 체 떠나보내고 강가에 홀로 남겨진 막막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애처로움인지도 모르겠다. 거친 세상 속에서 우연히 눈을 떴을 때, 내가 왜 여기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적은 없었던가? 늘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었지만 결국에는 혼자이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떨어져나가기 싫어 어떻게든 버티려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제발 날 버리지 말라는,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라는 절규가 세상의 막다른 골목에서 울려 펴진다.
 "문정수는 뱀섬을 부수는 폭격기와 기르던 개에 물려 죽은 소년과 아들의 죽음을 버리는 그 어머니 오금자에 관하여 말했다. 그리고 소방청장 표창을 받은 소방관 박옥출의 업무상 배임과 절도, 해망 매립지의 장어와 민들레, 방조제 도로의 교통사고, 세습농부 방천석의 잠적에 관하여 문정수는 말했다." (p218)

 

 그곳에는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다. 미군의 폭격장으로 쓰였던 뱀섬에 화약 냄새가 사라지자 이네 방조재가 들어섰고,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바다와 펄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메마른 땅에는 레저산업과 휴양시설이 들어섰고 철새들이 사라졌다.
 "갯벌이 마르고 민들레와 쑥부쟁이가 마른 펄에 퍼지자, 도요새의 다른 무리도 해망을 무착륙 통과했다. 방조제 도로가 끝나는 남쪽 끝 해안에 매립을 모면한 소택지가 펼쳐져 있는데, 무리를 이탈한 도요새 두 마리가 늪가에서 며칠을 서성거리다가 사라졌다. 보았다는 사람들은 두어 마리라고도 했고 서너 마리라고도 했다." (p226)


 죽음이나 사랑, 돈, 명예,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강이 아닐까. 이 모든 생멸의 갈림길에서 우리사회의 이면을 절실하게 파해진다. 이쪽과 저쪽 모두 자신의 명분과 실리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 우리가 믿어오고 신뢰했던 것들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된다. “우리의 모습이, 이 세상이 그런 것이었구나.”하는 한숨이 밀려온다.
 떠난 자는 말이 없으니 말없이 떠난 자를 이용해 현실을 틀어막았다. 이런 모순과 아이러니 속에 세상을 버리지 말라고,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친다, 애증 섞인 김훈님의 목소리가 '공무도하'속에 절절하다.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이 이상은 님의 공무도하가처럼 잔잔히 흐른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8852
등록일 :
2011.05.09
22:44:33 (*.182.220.169)
엮인글 :
https://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767&act=trackback&key=2a8
게시글 주소 :
https://freeismnet.cafe24.com/xe/176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41 한국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freeism 7087   2011-05-09 2011-05-09 22:30
사과는 잘해요 지은이 : 이기호 출판사 : 현대문학 (2009/11/12) 읽은날 : 2010/01/21 시봉과 나, 우리는 한마디로 사과에 목숨 거는 놈들이다. 복지시설에서 만난 우리들은 별 이유도 없이 복지사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하지...  
40 한국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freeism 5262   2011-05-09 2011-05-09 22:26
내 심장을 쏴라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09/05/20) 읽은날 : 2009/11/20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글을 잘 썼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요리했기에...’ 하는 마음이 ...  
» 한국 공무도하 - 김훈 freeism 8852   2011-05-09 2011-05-09 22:44
공무도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9/09/25) 읽은날 : 2010/02/02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니.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  
38 한국 커피프린스 1호점 - 이선미 freeism 7442   2011-05-09 2011-05-09 22:49
커피프린스 1호점 지은이 : 이선미 출판사 : 눈과마음 (2006/08/09) 읽은날 : 2010/03/18 # 53. <커피프린스 1호점>을 읽고 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 꽤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알아보니 2007년도에 방송된...  
37 한국 워낭 - 이순원 freeism 6718   2011-05-09 2011-05-09 22:50
워낭 지은이 : 이순원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10/01/15) 읽은날 : 2010/03/26 # 1. 얼마 전에 소규모 제작비에 비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워낭소리> 덕분인지 '워낭' 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구수함마...  
36 한국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freeism 8149   2011-05-09 2011-05-09 23:07
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  
35 한국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freeism 7815   2011-05-09 2011-05-09 23:12
수난 이대 (외) 지은이 : 하근찬, 이범선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2/10/10) 읽은날 : 2010/07/30 수난 이대 - 하근찬 징용으로 끌려간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만도)와 전쟁 중에 역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진수)의 ...  
34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750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33 한국 허수아비춤 - 조정래 freeism 5472   2011-05-11 2011-05-11 00:17
허수아비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0/01) 읽은날 : 2011/02/08 "화염병을 앞세우고 가투에 몸 던졌던 그때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정치민주화'만 꿈꾸었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며 살...  
32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6134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31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744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30 한국 낯익은 세상 - 황석영 freeism 4828   2011-10-12 2011-10-12 11:30
낯익은 세상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5/19) 읽은날 : 2011/10/11 "도시 사람들은 멀쩡한 음식들을 미처 먹어치우지 못하고 묵히다가, 또는 너무 많이 먹다먹다 질려서 버려대고 있었다. 비닐 속에서 녹아 ...  
29 한국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freeism 4736   2011-11-06 2011-11-07 21:4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예담 (2009/07/20) 읽은날 : 2011/11/05 조르바는 거침이 없고 대담하고 섬세했으며 야성적이었고 원초적이었고 감성적이었으며 사려깊었다. 순박하지만 저돌적이었고 따뜻하...  
28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6200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27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6344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