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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강남몽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10/06/25)
읽은날 : 2010/11/01


강남몽  강남의 한 백화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500여명이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흙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사건이 서울시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성수대교와 함께 우리나라의 부실공사, 나아가 졸속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백화점이 무너지기 몇 해 전, 군대 휴가를 나왔던 나는 그 옆을 걷고 있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법원 건물을 지나 핑크빛으로 치장한 백화점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시내에 자리 잡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아파트 단지 속에 파묻혀 있는 백화점이라 장사가 잘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강남의 부자들이 많이 출입하는 명품 백화점이라는 사실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강남몽>의 박선녀도 대성백화점에 매몰되었다. 그녀는 대성백화점의 김진 회장의 둘째 부인으로 과거 룸살롱과 부동산을 통해 상당한 부를 모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백화점 잔해더미에 묻혀 구조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소설은 그녀와 남편(김진 회장), 그 주변의 인물들의 과거사를 통해 우리한국의 현대사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후의 경제성장기의 흥망을 살펴본다.
 미국의 주요 역사적 사건의 중심을 두루 거치며 살아온 <포레스트 검프>의 일생처럼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신탁통치와 친일파의 득세, 좌우의 대립과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과 군사정권, 조직폭력배들의 할거, 경제계발과 부동산 열풍, 정경유착과 각종 비리, 과소비와 빈부격차 등의 역사 현장들을 두루 거쳐간다.
 하지만 작가의 개입이 지나쳐 보였다. 인물과 사건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라기보다는 전지적 화자의 서술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한국 현대사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굵직한 사건들의 평이한 나열이 소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내용 역시 위압적인 분위기가 많았다. 대한민국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인지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민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심지어 주먹질이든 우리나라의 권력층의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문열의 <영웅시대>와 <변경>,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강>, 박경리의 <토지> 등의 대하소설이 그러하듯 '역사'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것까지야 좋았지만 특정 부류의 집단을 소재로 삼았기에 갖는 한계성은 넘어서질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서울에서 떠밀리며 어렵게 생활해왔던 점순네가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나머지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소품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서울공화국. 그곳의 핵심 노른자위를 차지했던 강남. '강남'은 꿈(夢)을 꾸기 시작했다. 네온사인 아래에서 술에 취한 돈을 끌어 모으기도 했고, 재개발 열품과 건설 붐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들어섰다. 돈이 땅을 모으고 땅이 돈을 벌면서 수많은 졸부가 탄생했다. 밤의 세계를 지배하며 엄청난 이권을 확보했고 악착같은 노력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파노라마는 한순간의 먼지와 함께 매몰되었다. 빛나던 서울, 강남의 역사가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빛나는 역사 속에 숨겨진 '매몰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지나친 과욕은 희뿌연 먼지와 함께 또 다른 재앙을 가지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7070
등록일 :
2011.05.09
23:39:03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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