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지은이 : 서현
출판사 : 호형출판 (1998/07/25)
읽은날 : 2004/12/29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대학시절 건축공학과를 기웃거리던 관심 때문인지 길거리의 건설 현장이나 이런류의 인문에세이를 관심 있게 둘러보곤 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서현님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다. 수학과 공학, 미적 감각을 동시에 요하는 딱딱하고 어려운(건축역학 같은 과목은 정말이지 돌아버린다!) 학문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건물과 문화로 쉽게 풀어놓은 책이었다.
이렇게 서현이라는 건축가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차에 우연히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건물의 벽면에 흐르는 하얀색의 빛과 까만색 표시가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책 제목과 표지만 봤을 뿐인데도 그 책에 담겨있을 서현님만의 수수한 건축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들뜬 마음에 코를 벌름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


점, 선, 면을 통해 그림을 그려나가듯 건축에 대해 기본부터 하나하나 설명한다. 연필을 세워 구도를 잡고 도화지 위에 선과 면을 채워나가자 어느새 다가온 미술선생님처럼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초보는 최고의 건축수업을 받는다.
그렇게 그를 따라 그림을 그려가다 보면 순간, 화면 가득히 멋들어진 건물 한 채가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방일 수도 있고, 첨단으로 가득한 테헤란 로의 빌딩이나 한강을 가로지르는 트러스 다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안전한 건축을 위해 필요한 압축력, 인장력, 벤딩모멘트 등 어려울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들이 일상의 예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우리가 서 있으면 무릎 관절은 압축력(눌려지는 힘)이, 철봉에 매달린 팔에는 인장력이(늘어나는 힘)이, 물고기를 낚는 휘어진 낚싯대는 벤딩모멘트(휨에 지탱하는 힘)가 발생한다고 명쾌하게 설명하고는 이들이 어떻게 건축물에 활용되고 응용되는지 사진으로 보여준다.


꼼꼼하게 건축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한 다음에는 과거와 현재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잘 만들어진 건축을 마주할 때면 용돈이라도 받아 쥔 동네 꼬마들처럼 흥분하고 기뻐한다. 각 페이지의 글자들도 경쾌하게 들썩거린다.
물론 잘 다듬어진, 인간과 주변의 환경에 잘 조화된 건물에 비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에 그의 눈매는 늘 부드러움과 매서움이 교차한다. 그저 기와지붕만 올려놓았다고 ‘전통’을 계승했다고 말할 수 없듯 문화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건축을 쉽게 설명한 내용 뿐 아니라 그것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게끔 절묘하게 감아 치는 글맛 역시 어느 문학가 못지않다.
“건축가는 공간이라는 악보에 크레센도(cresc)와 디크레센도(decresc)의 악상 기호를 붙이면서 건물을 만들어나간다. 창, 문, 계단, 복도로 공간을 이어가면서 그 매듭의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얼핏 비춰 보여주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공간의 드라마를 엮어나가는 것이다.” (p174)
건축가가 아닌 문학가로서 ‘금자탑’을 쌓아도 될 듯싶다. 건축이라는 공학을 뛰어넘는 서현님의 폭넓은 감성과 인문지식이 인상 깊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는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어느 문인의 말처럼 일상에서 건성으로 둘러봤던 건물과 심지어 그 주변의 나무, 그리고 빛과 그림자까지도 새롭게 보인다.
나는 이 책의 사진들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싶어진다. 그래서 달 빛 내리는 그 건축물을 음미하며 옅은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다.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고 싶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4403
등록일 :
2011.05.01
01:14:44 (*.182.220.169)
엮인글 :
https://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891&act=trackback&key=242
게시글 주소 :
https://freeismnet.cafe24.com/xe/89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6 인문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강만길 freeism 4395   2011-04-18 2011-04-18 23:44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지은이 : 강만길 출판사 : 삼인 (1999/11/20) 읽은날 : 2000/01/19 역사를 보면 기억하고 싶은 역사에 반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역사가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보기 좋은...  
5 인문 20세기 우리 역사 - 강만길 freeism 4898   2011-04-12 2011-04-19 00:02
20세기 우리 역사 지은이 : 강만길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 (1999/01/25) 읽은날 : 1999/09/07 우리가 몰랐었던, 알고는 있지만 미쳐 생각하지 못한 우리 역사의 단면들을 서술해 놓았다. 그래서 약간은 전문적이지만 '강의' 형...  
4 인문 대한민국 50년사 - 임영태 freeism 6096   2011-04-10 2011-04-28 13:07
대한민국 50년사 (1, 2) 지은이 : 임영태 출판사 : 들녘 (1998/08/05) 읽은날 : 1999/03/06 해방 직후부터 오늘날의 "국민의 정부"까지의 우리시대의 50년 역사를 두 권으로 구성하여 1권에서는 건국에서부터 제3공화국까지, 2권에...  
3 인문 정직한 관객 - 유홍준 freeism 5836   2011-04-08 2011-04-08 16:42
정직한 관객 지은이 : 유홍준 출판사 : 학고재 (1996/06/10) 읽은날 : 1998/11/29 유홍준 교수님의 시평 모음집이다. "미술평론가로서 나의 글쓰기는 크게 두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하나는 미술계의 전문인을 향해 쓴 평론이며,...  
2 인문 숫타니파타 - 불전간행회 freeism 6264   2011-04-08 2011-04-08 11:02
숫타니파타 펴낸곳 : 불전간행회 옮긴이 : 석지현 출판사 : 민족사 (1993/11/30) 읽은날 : 1998/10/28 불교 최고의 경전...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이다. 아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하나의 경전으로 체계화되기 그 ...  
1 인문 어린왕자와 장미 - 장성욱 freeism 6016   2011-04-08 2011-04-08 10:58
어린왕자와 장미 지은이 : 장성욱 출판사 : 인간사랑 (1994/04/20) 읽은날 : 1998/10/15 작가가 프랑스 유학 중의 학위 논문<생텍쥐페리, 상징군에서의 무의식의 발현>을 94년 한국에서 출판한 책으로 진지하면서 다각적인 접근 방식...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