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장외인간 (1,2)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5/08/22)
읽은날 : 2005/09/16


장외인간 닭갈비와 양배추를 적당히 섞어 지글지글 뽁아 먹는 그 맛, 그리고 소주한잔...
은은한 달빛 아래서 맘 편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아쉬운 대로 <장외인간>이나 읽으며 허기진 가슴을 채우련다.


달과 함께 사라진 소녀와 우연히 만난 범상치 않은 노인, 그리고 ‘금불알’이라는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시인지망생을 중심으로 ‘달 실종 사건’을 맛깔스럽게 그려놓는다. ‘달’과 ‘닭’의 한판 명승부전이랄까.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처럼 ‘달’은 도시의 삭막함에 의해 사라져버린 정신적 가치, 예를 들면 이상이나 꿈, 낭만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달 따위에 신경 쓰기보다는 먹고 싸는, ‘닭’과 같은 물질적인 가치에만 집착하고 있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들인지라 현실적인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지만 어느 정도는 정신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시인지망생 이헌수는 정신병원으로 들어가 스스로 ‘장외인간’이길 자처한다.
“내게는 바깥세상이 개방정신병원이다. 정체성과 가치관을 상실해 버린 정신병자들이 자신을 정상인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아수라장이다. 온갖 부조리와 흉악범이 난무하는 저 동물의 왕국에서 정상인이라면 어떻게 태연자약하게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내게는 퇴원수속이 곧 입원수속이나 다름이 없다.” (2권, p171)


하지만 후반부에는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뀐다. 현실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가상의 세계로, 논픽션에서 픽션으로 순식간에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포장마차에서 닭갈비를 먹고 있다가 일순간에 달빛아래, 선계로 이동해 버린 듯 얼떨떨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특성에서 볼 때 그리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도(道)와 술(酒), 백발의 노인, 일상의 소소함과 대비해서 엮어놓는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무릉도원과도 같은 이상향으로의 귀환 등 외수님만의 독특한 색깔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약간은 식상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옛 외수님을 되찾은 듯한 생각에 반가움이 앞선다. 최근 작품들에서 봤던 밍밍한 이야기가 아니라 초기의 작품들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다시 전해지는 것 같다. 세상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투정꾼에서 좀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근작들에 비해선 상당히, 외수다운 외수책!


술도 좋지만 우선은 커다란 보름달부터 보고 싶다.
설사, 구름에 가려 그 존재마저 희미하더라도
달은 여전히 은은한 빛으로 세상을 보듬고 있다.
기다리련다. 둥근 달이 차오를 때까지...

분류 :
한국
조회 수 :
4912
등록일 :
2011.05.03
02:40:24 (*.182.220.169)
엮인글 :
https://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930&act=trackback&key=ccd
게시글 주소 :
https://freeismnet.cafe24.com/xe/93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41 한국 개 - 김훈 freeism 4877   2011-05-04 2011-05-04 01:00
개 지은이 : 김훈 그 림 : 김세현 출판사 : 푸른숲 (2005/07/11) 읽은날 : 2007/05/29 <개>를 다시 펼쳐 들었다. 전체적인 구성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읽는 기간이 늘어져 앞부분의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같...  
40 한국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freeism 4897   2011-05-06 2011-05-06 21:46
즐거운 나의 집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2007/11/20) 읽은날 : 2007/12/26 <즐거운 나의 집>은 신문연재를 마치기 전부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전 남편의 고소로 조금 시끄러웠던 책이다. 그때 신문을 통해 세 번의 이...  
» 한국 장외인간 - 이외수 freeism 4912   2011-05-03 2011-05-03 02:40
장외인간 (1,2)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5/08/22) 읽은날 : 2005/09/16 닭갈비와 양배추를 적당히 섞어 지글지글 뽁아 먹는 그 맛, 그리고 소주한잔... 은은한 달빛 아래서 맘 편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하...  
38 한국 연어 - 안도현 freeism 5091   2011-04-10 2011-04-19 00:05
연어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문학동네 (1996/03/02) 읽은날 : 1999/03/08 강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은빛연어의 회귀 과정중에 일어난 이야기를 동화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여 연어를 통해 우리의 인생의 과정과 ...  
37 한국 영원한 제국 - 이인화 freeism 5129   2011-05-09 2011-05-09 22:16
영원한 제국 지은이 : 이인화 출판사 : 세계사 (1993/07/15) 읽은날 : 2008/11/25 역사소설, 내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인 지식이 많아야 된다거나 조금은 난해하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역사를 중심으로...  
36 한국 검은 꽃 - 김영하 freeism 5254   2011-05-01 2011-05-01 01:13
검은 꽃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2003/08/20) 읽은날 : 2004/12/19 강렬하고도 난감했던(?)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통해 알게 된 ‘김영하’님이 최근 주요 문학상(이산문학상, 황순원문...  
35 한국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freeism 5258   2011-05-09 2011-05-09 22:26
내 심장을 쏴라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09/05/20) 읽은날 : 2009/11/20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글을 잘 썼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요리했기에...’ 하는 마음이 ...  
34 한국 지상의 숟가락 하나 - 현기영 freeism 5341   2011-04-30 2011-04-30 01:27
지상의 숟가락 하나 지은이 : 현기영 출판사 : 실천문학사 (1999/03/15) 읽은날 : 2004/06/18 “이 글을 쓰는 행위가 무의식의 지층을 쪼는 곡괭이질과 다름없을진대, 곡괭이 끝에 과거의 생생한 파편이 걸려들 때마다, 나는 마치...  
33 한국 허수아비춤 - 조정래 freeism 5457   2011-05-11 2011-05-11 00:17
허수아비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0/01) 읽은날 : 2011/02/08 "화염병을 앞세우고 가투에 몸 던졌던 그때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정치민주화'만 꿈꾸었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며 살...  
32 한국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서진 freeism 5463   2011-05-04 2011-05-04 14:57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지은이 : 서진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7/07/18) 읽은날 : 2007/09/19 나는 누구이고, 왜 여기 있는가? 기억을 잃어버린 체 뉴욕의 지하철을 맴도는 하진은 지하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기절...  
31 한국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freeism 5464   2011-05-09 2011-05-09 22:17
밤은 노래한다 지은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8/09/30) 읽은날 : 2008/12/22 1930년대 중국, 민생단 사건이 소설의 주배경이라는 말에 조금 어리둥절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내 ‘민생단’을 검색해본다. “일제가 만...  
30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freeism 5512   2011-04-28 2011-04-28 23:39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2002/06/25) 읽은날 : 2003/12/08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얘, 만수야~ 만그이 읍냐(없냐)?’ 코믹하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만근이의 일대기에서 오래전에 방영되...  
29 한국 도모유키 - 조두진 freeism 5611   2011-05-04 2011-05-04 00:59
도모유키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2005/07/21) 읽은날 : 2007/05/07 국가간에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되돌아왔다. 적이라지만 이는 국가 통수권자의 적일뿐 총칼을 집...  
28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730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27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735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