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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에는...

산길을 달리면서 

 

  신라대(부산)에서 백양산 선암사까지 이어진 산길을 달린다. 미끈하게 닦여진 트랙이나 하천변을 뛸 때와는 달리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사실 어느 정도 달리기에 습관이 붙고 나서는 숨이 가빠서라기보다는 팔다리와 허리에 느껴지는 뻐근함 때문에 달리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다보니 뭔가가 늘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 몸은 혈관 속의 이물질을 쓸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강한 맥박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평지를 달리면서 속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건강을 위해 뛴다면서 이렇게 헐떡거려야하나”라는, 시계만 보고 맹렬하게 돌진해가는 모습이 조금 미련스럽게 생각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길은 달랐다. 속도를 올린다거나 거리를 늘린다는 생각보다는 맑은 공기 속에서 산책한다는 느낌이었다. 언덕훈련을 한다는 부담감 없이도 상당한 양의 땀과 숨을 자연스레 발산할 수 있었다. 억눌린 스트레스를 자연 속에서 풀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고갯길을 오를 때의 숨소리는 쇠를 깎는 파열음처럼 거칠어졌고 심장은 터져버리기 직전의 엔진처럼 요동쳤다. 마음은 앞으로 나가고 있지만 좀처럼 몸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기 위한 몸 속의 발악이 싫지 않았다. 모세혈관 속에 감추어진 미세한 스트레스 덩어리들이 톡톡 터져버리는 느낌이었고 아무렇게나 방치해버린 세포들의 각성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올라야 할 언덕이 점점 선명해지며 눈 아래로 깔린다. 차가운 산바람이 맞은편에서 불어온다. 상쾌하다. 깊은 들숨으로 그간의 어려움을 보충하자 새로운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평탄하게 뻗은 내리막길 뒤에는 그만큼의 오르막이 있으리라. 하지만 알고 있다. 그 뒤에는 다시 평탄한 길을 내달릴 수 있다는 것을...


 

- 2011/11/07

  산길을 달리면서 몸과 마음을 길들인다.
  달리기에 대한 글을 적고나니 내가 무슨 뛰어난 마라토너라도 된 것 같다. (풀도 못 뛰어봤는데... ^^) 하지만 언젠가는 뛸 수 있으리라. 기록은 낮더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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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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