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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잔틴 여행기(4/5. 지중해의 길목, 안탈야)


여행지 : 안탈야, 이블리 미나레, 안탈야 유람선, 하드리아누스의 문, 카라알리오루 공원
여행일 : 2018/12/09
사진첩 : 지중해의 길목, 안탈야 icon_slr1.gif


일정(2018/12/09)

터키, 비잔틴 여행기 주요 일정(이스탄불-에페스-파묵칼레-안탈야-카파도키아)



  파묵칼레에서 출발한 버스는 5시간을 달려, 오후 3시쯤 안턀야, 줌후리예트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중앙의 말을 탄 아타튀르크 동상 주변으로는 따뜻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산책하고 있었고, 광장 동쪽으로는 안턀랴의 이정표와도 같은 38m 높이의 이블리 미나레가 보였다.
  12월이라 쌀쌀한 것은 맞지만 이스탄불이나 파묵칼레에 비하면 상당히 온화한 편이다. 부산으로 치면 11월 초 정도의 날씨로, 3계월 정도 늦게 뒤따라오는 바다 수온을 감안하면 바다 수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일행이 유람선을 타기 위해 줌후리예트 광장 아래 선착장으로 향하는 중에도 내 눈은 여전히 지중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줌후리에트 광장의 아타튀르크 동상    콘얄트만의 유람선

줌후리에트 광장의 아타튀르크 동상과 콘얄트만의 유람선


  우리는 돛대를 높이 세운 범선이 즐비하게 늘어선 선착장에 들어섰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유행하면서 이곳의 유람선들도 대부분 영화 속 범선이나 해적선 형태를 띠고 있었다. 모던한 옷을 입은 우리는 클래식한 짝퉁 배에 올라 안탈야 만을 빠져나갔다.
  유람선은 하늘빛처럼 투명한 바닷물을 가르며 서쪽 절벽을 따라 천천히 전진했다. 터키 최고의 해안이라는 콘얄트 해변까지 이어진 황토빛 절벽 위로 공원의 숲과 낮은 건물들이 케이크 위를 데코처럼 앙증맞게 붙어 있다. 하지만 이런 고요한 풍경과는 달리 안탈야는 리디아를 시작으로 페르시아, 페르가몬, 로마의 지배를 받은 등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저기 깎아지는 절벽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배는 콘얄트 해변 앞에서 방향을 돌려 칼레이치(안턀야 동쪽의 구 시가지) 방향으로 향했다. 이쪽 해안의 대부분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주변의 호텔에서 절벽 아래까지 이어진 계단이나 승강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출렁이는 바위 위에서 낚시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마 여름이면 이곳에서 지중해로 띄어들 수 있으리라.
  이런 생각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수영을 하는 남녀 한 쌍을 발견했다.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수온은 그리 낮지 않으리라. 바람은 포근하고 파도는 시원하리라. 아~ 아무도 없는 안탈야 만을 전세 낸 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당장 뛰어 내릴까?” 언제 지중해를 다시 와볼지 기약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한참이나 이 둘을 쳐다봤다.

안탈야 만 서쪽 해안 절벽(멀리 콘얄트 해변이 보인다)    범선 뱃머리에서

안탈야 만 서쪽 해안 절벽(멀리 콘얄트 해변이 보인다), 그리고 범선 뱃머리에서


카라알리올루 공원의 히드르륵 타워    수영하는 남녀

카라알리올루 공원의 히드르륵 타워와 수영하는 남녀


  지중해에 익사해버린 마음을 부여잡고 하선, 미로같이 뻗은 칼레이치 거리를 걸었다. 폭 3m 내외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가족에 대한 책임도, 일상을 채우던 업무도, 기능대회 입상이라는 목표도 잠시 잊게 된다. 지금의 내가 아닌 페르가몬이나 로마시대의 타인이 되어 거리를 산책할 수 있다. 외국이라는 이국적인 문화보다는 나를 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여행이 된다.
  호텔과 식당, 기념품 가게를 비집고 들어선 골목길을 돌다보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하드리아누스 문을 볼 수 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안탈야 방문을 기념해 세운 세 개의 아치형 문으로 지금의 도로 높이 보다는 약간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과 마차의 수많은 통행 때문인지 문 아래쪽이 많이 닳아 있는 것이 보였다. 질량이 크면 공간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보다는 아마도 시간의 무게가 더 큰 것 같다.

하드리아누스 문    많이 닳아있는 옛 길

하드리아누스 문과 많이 닳아있는 옛길


  아직 안탈야의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우리 팀은 카라알리올루 공원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누렸다. 나는 공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해안가 쪽에는 안탈야 만의 일몰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탁 트인 전망과 히드르륵 타워가 더해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나는 30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첩이 그림을 그려나갔다. 비록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점과 선을 한땀 한땀 집자해가다보면 이 풍경은 오롯이 내 차지가 되는 것이다. “나는 예술이다!”

카라알리올루 공원의 히드르륵 타워    히드르륵 타워, 나는 예술이다!

카라알리올루 공원의 히드르륵 타워, 나는 예술이다! ^^


  터키 최고의 지중해 휴양지에서 수영을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는 다음을 위해 남겨놓고 호텔로 향했다. 내일은 기암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로 가는 날인지라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버스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긴 하루를 위해 짧은 밤처럼 잠을 자야 한다. 굿나잇~


분류 :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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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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