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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백양산기 (부산) 


여행지 : 부산, 어린이대공원, 백양산
여행일 : 2002/10/06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을 돌아 초읍엔 도착했지만 초읍 시립도서관 뒤편 대진아파트에서 쇠미산(아시아드 경기장 뒷산),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한무리의 군인아저씨들로 길이 막혀있더군요 . 아시안 게임 중이라 사직동 뒷산(쇠미산)은 오를 수 없다는군요. 계획 수정! 어린이대공원(성지곡수원지)을 경유하여 백양산으로 이르는 길을 택해 산행을 시작했읍죠.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멋지게 빼 입은 젊은 친구들을 지나 유희공원, 동물원을 거쳐 성지곡 수원지로 올랐읍죠.
얼마전 뉴스에서 들었던 내용에 성지곡 동물원을 확장, 보수하겠다던 내용이 기억나데요. 번듯한 동물원 하나 없는 부산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 자연훼손 없이 자연속에 적절히 어울릴 수 있는 동물원, 생태공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죠. 롤러코스터의 쇳소리가 차지하는 공원은 어딜 가도 많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산보할 수 있는 공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잖아요.


백양산 가는 길계속해서 수원지 위로 뻗은 삼림욕장으로 걸어갔읍죠. 초입의 포장도로가 걷히면서 시작되는 자갈길, 시원한 산내음과 함께 사각거리는 자갈소리가 제 마음까지 상큼하게 하더군요.
사각사각...


만덕 방향, 백양산 방향, 금정산(남문) 방향이 하나로 합쳐지는 만남의 광장에서 우선 금정산 남문방향으로 난 산성길을 잠시 둘러봤읍죠. 송림 사이의 넓은 평지는 소풍 나온듯한 어린이들의 차지더군요. 나의 발걸음에 놀라 사라지는 청설모를 보며 "저 아저씨 땜에 도망가삐따"던 몇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것도 꽤 재밋더라구요.
만남의 광장으로 되돌아와 물 한모금으로 땀을 식힌 후 눈으로 봐도 질릴듯한, 겁나게 뻗어 올라가는 세모꼴의 능선길(광장에서 좌측 길)을 따라 백양산을 올랐읍죠.


백양산 갈대 능선길땀... 흐르는 땀방울의 갯수만큼 인근의 봉우리들(상계봉, 장산, 금련산, 황령산)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등뒤로 보이는 낙동강의 강줄기처럼 땀방울이 온 몸에 흐르는 느낌이었죠.
그러길 30분, 점점 푸른빛의 하늘이 가까워지더니만 어느새 불울령 고개에 와 있더군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제일 먼저 아는 체를 합디다. 가파른 오르막의 땀으로 축축해진 티셔츠 속으로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의 느낌이 끝내주더라구요.


곧이어 백양산까지 이어지는 억새 능선. 한마디로 Good이데요.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가을의 운치와 정취를 느낄 수 있더군요.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분위기! 적에게 붙잡힌 옛여인을 구하곤 그녀의 사랑고백을 뒤로한 채 유유히 사라지는 고독한 건맨(?), 억새숲과 함께 사라지는 그의 모습과 잔잔히 흐르는 음악~ (너무 유치한가???)


백양산(642m)산바람을 즐기며 여유롭게 능선길을 걷다보면 어느덧 백양산(642m)임을 알리는 작은 돌무덤과 표지석이 나오죠.
시원한 바람과 얼마간의 억새는 물론 주변 경치도 죽여줍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산이라 사방으로 펼쳐지는 이색적인 조망이 특이하죠. 동쪽과 남쪽으로는 부산시내 전경과 부산을 감싸고 있는 너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서쪽에선 도심과 농지, 내륙과 섬 사이를 오가는 낙동강이 선비의 유유한 옷자락처럼 자리잡고 있읍죠.
햇빛에 반사된 은빛의 낙동강과 함께, 지도책에서나 봤던 철새도래지 을숙도의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죠. 인근 산과 강, 도시가 어울러져 한편의 '인간시대'를 보는 듯하더라구요.


백양산에서 바라본 아시아드 경기장여러 갈래의 하산길 중 전 다시 성지곡수원지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죠.
오는 길에 보니 저 아래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이 보입디다. 주변의 상대적으로 작아 뵈는 건물 때문인지 직접 봤던 개막식 때의 모습보다 더 크게 느껴지데요. 아시안게임 로고에 있는 태양을 보는 듯한 느낌의 하얀색 주경기장이 마치 회색도시를 길안내를 맡은 나침반처럼 생각되더군요.
네다섯 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하며 다시 성지곡수원지로 돌아왔읍죠.






도심속에서의 반나절 산행으로 이렇게 굵은 땀을 흘릴 수 있으며, 이를 식혀줄 시원한 바람이 있는 곳, 그리고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억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그리 흔치는 않은 듯 보인다.
작고, 아담한 백양산이었지만 낙동강의 굽이치는 흐름과 금정산, 장산, 황령산 등의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또한번 부산의 멋을 맘껏 느껴볼 수 있는 산행이었다. 다음에는 금정산에서 백양산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끝자락을 종주하고픈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떠나자, 백양산과 함께하는 가을여행으로...

분류 :
자연
조회 수 :
1276
등록일 :
2011.05.12
22:51:41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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