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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산을 걸어보니 (2/2, 경북 소백산)


여행지 : 비로봉, 연화봉, 희방사
여행일 : 2006/02/05
사진첩 : 소백산 icon_slr1.gif

비로사로 이어진 길
“희방사 코스라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꽤 힘들텐데... 그러지들 말고 삼가리 쪽으로 올라가요. 그 코스가 경치도 훨 좋고 쉬워요.”
우리는 소백산 등산로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할 수 있는 희방사 코스를 생각했지만 등산복 차림의 우리들을 본 버스기사님이 삼가리 쪽을 권한다. 등산로에 대한 정보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데다 겨울의 초행길이었던지라 비로사가 있는 삼가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삼가리 정류소에 내렸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의 꿀맛 같은 단잠이 쌀쌀한 아침 산바람에 날아가 버리자 잠자던 콧물까지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시간이 지나자 비로사까지 이어진 포장길에 차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절을 찾는 사람들 같지는 않은데 산을 오른다면서 이곳 산중턱까지 엔진소리를 끌고 들어온다는 게 조금 아쉽다. 산은 걸어서 올라야 제 맛!
“차는 조오~기 밑에 두고 오세요...”


화이트카펫의 주인공들비로사를 둘러본 후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자 대구, 구미 등에서 온 듯한 등산객들로 산이 메워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 ‘눈’이라는 화이트카펫을 밟는 소백산의 주인공. 사각거리는 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가슴은 점점 뜨거워진다. 곧이어 하얀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능선에 올라선다. 태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줄기는 근육 사이를 비집고 나온 푸른 혈관처럼 도드라져 보이고 앙상한 겨울가지가 뒤덮은 봉우리는 머리숱 적은 까까머리 중학생처럼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욕심도 없고 거짓도 없는, 모든 것을 자연에게 돌려보내고 ‘텅빈’ 충만으로 새봄을 기다리는 것 같아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비로봉에서한발 한발 주변의 봉우리들이 하나둘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나자 검푸른 하늘이 매서운 바람을 마중 보낸다.
그러고 만난 비로봉(1439m)!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으로 이어진 소백산 줄기가 시원한데 그 능선에 새겨진 하얀 등산로는 거대한 지도를 내려보는 듯 아기자기하다. 설악산에서 태백산을 거쳐 이곳 소백산, 다시 지리산으로 이어진 우리 대간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느릿느릿 걸어온 우리들인지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있다. 아니 추위 속에 떨고 있다라는 표현이 맞을까? 기념사진을 찍기가 바쁘게 서둘러 방향을 잡는 모습이 조금은 호들갑스러워 보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둥근 소백산의 여유와 나를 둘러싼 시원한 경관, 그리고 얼음 같은 짱짱한 바람, 이 모든 것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비로봉 표지석 주위를 이리저리 맴돈다.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소백산에서 최고의 백미라 하겠다. 가파르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둥글둥글한 모양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우리는 나무와 눈이 만들어 낸 천연의 얼음조각을 감상하며 산보를 즐긴다. 커다란 별모양의 크리스마스 장식 같기도 하고,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투명한 유리구슬 같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 속에 얼어붙은 작은 공기방울이 우주의 별들처럼 커다랗게 보였다.


연화봉에서 본 천문대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에 이르자 화왕산에서 본 추모비가 생각난다.
“그대여 하늘에 별이 되소서”
맑은 오후였지만 마음속에는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듯 했다. 망원경을 간직했을 은빛 돔이 지상에 내려앉은 북극성처럼 화려해 보인다. 어쩌면 소백산을 밝히는 등대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희방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의외로 급했다. 회방사가 가까이 왔을 때는 거의 50도의 경사를 가파르게 내려갔으니 말이다. 무릎이 뻑적지근하고 숨이 가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조심, 천천히! 스틱에 의지하며 여유로운(?) 산행을 계속한다.
그렇게 도착한 희방사는 그 유명세에 비해선 아담한 느낌이었지만 법당을 가로막고 있던 빌라처럼 생긴 불사만큼은 조금 어색해 보였다.


비로봉에서 본 소백산(왼쪽이 연화봉)


연화봉에서 본 비로봉(오른쪽)


간단히 먹은 아침이랑 간식 몇 개 빼고는 먹은 게 없었던지라 풍기에서 인삼소고기국밥(국밥에 인삼이 들어간)으로 오늘의 허기를 채웠다. 얼큰한 국밥과 어우러진 인삼의 쌉싸래한 향이 일품!
귀향하는 버스에서는 피곤함과 든든함(?)으로 단잠에 빠져든다.
둥근 소백산을 베개로, 포근한 설경을 이불로 덮고서...

분류 :
자연
조회 수 :
2519
등록일 :
2011.05.16
22:34:25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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