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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히말라야 편지 (5/9, 티벳에서 네팔까지)


여행지 : 남초호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
여행일 : 2005/08/01, 02, 03
사진첩 : 중국 티벳 icon_slr1.gif


hi, y~

라사에서 출발해 사흘간의 로드투어로 도착한 여기는 니얄람. 중국(티벳)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국경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신데 일정이 약간 늦어져 해가 어수룩하게 질 무렵 도착했지. 그래서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네...
앗, 잠깐! 조카가 샤워장을 찾은 모양이네. 잠시대기! ^^
(째깍, 째깍~)
음, 개운해~ 며칠동안 히말라야의 먼지구덩이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이곳은 그나마 공동사워장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잘 지냈남? 워낙 오지인지라 전화도 못했네... sorry~


남초호수와 야크사흘 전, 랜드크루저(도요다의 4륜구동 지프차의 한 종류)를 타고 라사를 출발할 때가 엊그제일 같은데 벌서 티벳의 국경까지 와버렸다. 산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흘간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로드투어 첫날, 라사를 출발한 우리는 남초호수로 향했거든. 새벽에 출발한 여행길이라 그런지 날씨가 꽤 쌀쌀하데. 모두들 준비한 외투랑 침낭을 몸에 두르고 히말라야로 향하는 첫걸음을 음미했지. (간혹 졸기도 했지만... ^^)
두 시간 정도를 달리자 허연 고깔을 눌러쓴 듯한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하데. 쿠키에 박힌 까만 초콜릿 알갱이처럼 고산중턱에 방목된 야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곧, 광활하게 펼쳐진 남초호수가 나타나더라.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4718m)에 위치한 호수라서 하늘호수라고도 한다더군. 이름이 멋지제? 하. 늘. 호. 수. ~
천막으로 지어놓은 텐트에 짐을 풀고 호숫가부터 내려갔지. 광활한 호수가 배경이 되어서 그런지 관광객을 태우려는 야크마저도 사진엽서의 한 장면처럼 근사해 보이더라.


남초호수에서(조카)   호숫가의 숙소   텐트 안에서


조카와 난 호수를 좀더 자세히 보기위해 근처에 위치한 조그마한 산에 올랐다. 그런데 그놈의 ‘고산증’ 때문에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데. 거기다 다시 두통은 시작되고...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잖아? 이를 악물고 한걸음씩 옮겼지. ^^
어마어마한 넓이의 남초호수와 이를 둘러싼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더군. 파란 하늘이 호수위에 그려지는가 하다가도 갑자기 진희색의 비구름으로 뒤덮이는데 자연의 거대함이 무섭기까지 하더라. 아름답지만, 그만큼 무서운 게 바로 ‘자연’ 아닐까...


산길을 달리는 랜드크루저다음날은 서둘러 시가체로 출발했다. 남초호수를 벗어나자 황량한 갈색 대지가 눈에 들어오더라. 마치 과학 잡지에 실린 화성의 붉은 모래사막을 달리는 기분이데. 나무한그루 자라지 못하는 고산지역에 갇혀 버린 느낌이랄까~ 들쥐 같은 야생동물들만이 간간이 보일 뿐 차는 여전히 갈 지(之)자로 꺾어지며 히말라야를 오르내렸지.


시가체에서 하루를 쉰 우리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향했다. 계곡과 하천을 넘나들며 이어진 거친 길이었는데 곳곳에 도로를 보수하는 검은(?) 티베탄(티벳인)들이 보이더라. 노동은 신성하다고 하지만 복구하면 무너지고, 복구하면 무너지는 반복적인 자연의 시련 앞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게 보이더군. 이왕 작업할 것 과학적이고 튼실하게 복구하면 좀 좋아? ~
저녁이 되어서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초입에 위치한 롱북에 겨우 도착했지. 잠잘 곳이 마땅찮아서 불교 사원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킈야~ 죽여주더구만! 사원 특유의 야크버터 냄새에 정신까지 몽롱해더리구.


약간 지체된 일정 때문에 다음날은 조금 일찍 출발했다. 우린 당나귀를 이용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둘러봤는데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산악인들이 실제로 머무르는 곳에서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 캠프인 것 같데.
그런데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더라구. 에베레스트를 가로막은 아침안개도 그렇거니와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계곡에선 라면 봉지나 맥주 캔 같은 쓰레기가 많이 보이더라구. 이런 ‘청정오지’도 더 이상 인간들의 배설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더군.
“왔노라, 버렸노라, 부끄러웠노라.”, 반성합시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베이스캠프를 빠져나오는데 등 뒤에 누군가 소리치데.
“에베레스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동그랗게 열린 구름사이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초모랑마, 8850m)가 고개를 내밀더라구. 마치 그릇가득, 뾰족하게 담겨진 하얀 팥빙수 같다고나 할까~ 그 설렘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난 에베레스트를 마주하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저곳은 수많은 도전과 안타까운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y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은...


아! 히말라야여~ 구름속의 에베레스트   롱북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초모랑마, 8850m))


우리는 초모랑마를 뒤로하고 네팔로 가는 막바지 길에 올랐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길은 마치 하늘을 달리는 듯 했거든. 8000m 이상의 고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리는 고원의 길이 마치 신화 속으로 들어서는 성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지더라구. 동방의 촌놈에겐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지. ^^


히말라야를 넘는 길목이번 자동차 여행으로 한편의 로드무비를 찍은 느낌이다. 제목은 ‘히말라야 편지’, 부제는 ‘거친 오프로드에서 펼쳐지는 푸른 이야기’로 하면 어떨까. 물론 주인공은 나와 y고 스폰서는 ‘도요다’겠지. (랜드크루저, 일제라고는 하지만 그 험한 산길을 몇 년씩이나 뒹굴어도 끄떡없던 모습은 경이롭기만 했다!)
먼지투성이 여행이었지만 새롭고 멋진 경험인지라 말이 좀 길어졌네. 방학도 이제 중순으로 접어드는 것 같은데 y에게도 늘 즐거움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건강하고, 또 연락할게~

길 위에서, 프리즘

분류 :
외국
조회 수 :
2452
등록일 :
20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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