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12/12, 이탈리아)
여행지 :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 산 피에트로 사원 여행일 : 2003/08/11,12,13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 밀라노, 이스탄불을 거쳐 인천으로 귀국하기에 앞서 바티칸 시국에 간다. 높고 길게 둘러쳐진 담장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먼저 바티칸 시국을 상징하는 솔방울이 있는 ‘피냐의 안뜰’에서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천지창조’가 있는 성당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은 물론 말도 못한다기에...
먼저 몇 개의 전시실을 통과한다. 여러 조각상과 그림들을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건성으로 지나친다. 그렇게 얼마를 둘러보다 눈에 익은 그림이 하나 보인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으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등 54명의 학자들이 그려진 벽화인데 그 그림에서 오른쪽 기둥에 기대앉아 뭔가를 쓰고 있는 사람이 유독 내 눈을 끌었다. 어디서 봤더라... 아! 이건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앨범(Use Your Illusion)에 사용된 그림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 주인공이 누군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다른 학자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지 인터넷을 뒤져도 이 사람은 좀처럼 설명이 없다. 바티칸의 밀실에서 만난 건스 앤 로지스의 메탈음악에 홀로 미소 짓는다.
우리는 발걸음을 옮겨 시스티나 성당에 도착한다. 시야를 도배하듯 벽과 천장을 가득매운 그림들은 여기가 바로 미켈란젤로가 모든 정렬을 쏟은 ‘그’ 곳임을 말 해주고도 남았다. 성당 전면에 있는 ‘최후의 심판’을 중심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내용들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빛과 하늘, 아담이 만들어지고 아담은 낙원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노아의 홍수와 술 취한 노아 등, '천지창조'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을 이 그림에 매달렸다. 그래서 몸은 병들고 시력은 거의 잃어버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인내와 열정으로 얻어진 오늘의 그림은 그의 신들린 듯한 열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눈앞에는 최후의 심판도, 미켈란젤로라는 거장도 없다. 단지 한 가지 일에 자신의 모든 정렬을 바친 한 인간의 숭고한 정신만 남는다.
바티칸 시국, 중심의 산 피에트로 사원으로 향한다. 무엇보다 신년이나 크리스마스에 미사를 펼치던 곳, 교황이 집전하는 그 홀에 서있다.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텔레비전 중앙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미켈란젤로가 만든 피에타 상이 보인다. 어느 불한당의 소행으로 코뼈가 내려앉은 마리아를 위해 지금은 유리벽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그 애절한 모습만은 여전히 빛난다. 누구랄 것도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바티칸 중앙의 오벨리스크와 이를 감싸는 듯한 산 피에트로 광장을 둘러본 후 인근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빼곡히 적힌 메뉴중에서 두 가지 음식을 즉흥적으로 ‘찍’었는데 파스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 조각만 나온 수육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안주였나?”
일행과 합류한 우리는 귀국을 위해 밀라노행 기차를 탄다. 그리고 밀라노에서 터키를 거처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오른다. 처음 인천에서 터키로 올 때에는 굉장히 멀게 느껴지던 거리였는데 되돌아갈 때는 의외로 가깝게 느껴진다. 밤 시간에 비행을 한데다 누적된 피곤 때문에 곤히 잠을 잤기에 그런 것 같다. 아무튼 두 번의 기내식 시간을 제외하곤 별 지루함 없이 왔다.
한국의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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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터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의 여섯 개 나라, 13박 15일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여행 전에 충분한 ‘예습’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지금 적는 이 ‘복습’은 나를 또 한번의 유럽여행으로 안내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의미나 문화를 이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한 번 더 간다면 좀더 깊이 있게, 좀더 다양하게, 좀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는 미지수...
또한 이런 생각도 든다. 그곳에서의 ‘즐거움’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때의 즐거움이란 나의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난 15일 동안을 자유,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영원한 도피가 어디 있겠는가. 바로 여기는, 어디로 가든 반드시 돌아와야 할 곳이 아니었던가. 결국 돌아왔기에 다시금 내 본래의 생활에 충실하고자 한다.
화이팅! 문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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