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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화왕늪 (2/2, 경남)


여행지 : 우포늪
여행일 : 2002/08/21

우포늪 가는 길
오늘은 우포늪이죠.
9시 20분, 창녕군에서 10Km정도 가면 있다기에 버스도 가는 것도 좋지만, 어제 직접 올랐던 화왕산과 오늘 아래서 올려보는 화왕산, 앞으로 보게 될 우포늪을 생각하면서, 태양과 바람을 직접 느끼며 걷는 것 역시 좋은 여행이라 생각되어 우포늪까지 걸어서 갔읍죠.


내 발끝만 보면서 걸었죠. 굵어진 땀방울은 얼굴이며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마저 고요해지고, 우포생태학습원일광욕을 즐기다 놀란 메뚜기의 성급한 날개짓 소리만 귓가에 맴돌더군요.


두시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우포생태학습원(1000원).
폐교를 꾸며 만들어진 우포생태학습원은 나름대로 잘 꾸며 놓은 듯 보이데요. 아마추어적인 냄새는 나지만 그래도 때묻지 않은 '늪사랑'의 열정을 보는 느낌이었죠. 그리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이런 '열정'을 생각한다면 1000원이라는 입장료도 그리 아까울 게 없을듯합니다.


우포늪다시 한시간 정도 더 걸어 들어가면 우포늪이 나오죠. 방대한 크기의 우포늪을 끼고 도는 탐방로를 걸었었죠.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식물 놀이터(늪)를 보면서 감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득히 먼 옛날, 지구상의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의 씨앗을 처음 발아시킨 엄마의 자궁처럼 고요하고 포근한 느낌만 남더군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얼마 전 긴 호우로 불어난 물에 탐방로까지 밀려 올라온 물풀과 고동들이 보이데요. 말라 가는 길 웅덩이에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고동 몇은 다시 늪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지만... 햇빛에 말라버린, 자동차에 짓눌리고 부스러진 '생명'의 흔적들은 어찌나 안타까운지...
설상가상으로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일부 탐방로는 늪에 잠겨버렸지 뭡니까. 가시연이 있다는 목포늪까지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죠.


우포늪을 둘러본 후 노곤한 다리를 이끌고 2Km를 더 걸어나와서야 창녕행 버스를 탈 수 있었죠.
갈 때야 몰랐는데 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우포늪의 학술적 명성에 비해선 교통편이 부실한 듯 느껴지데요. 오후 2시만 넘겨도 끊겨버리는 버스. 차 없는 나 같은 여행자들은 어찌하라고~


창녕으로 와서 늦은 식사로 허기를 채우고 집으로, 부산으로 오는 버스에 올랐었죠. 물론 피곤한 몸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을 청할 수 있었던 수면제가 되더라구요.


여행 일정이나 거리는 얼마 안되었지만, 생각 외로 많이 걸었던 여행이었다.
관룡사를 통해 화왕산에 이르는, 바람과 태양이 함께한 질퍽하게 기분 좋은 산길.
산길에서 시작해서 논밭을 가로지르며 끝없이 이어진 길,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도착한 우리들의 원초적 고향, 우포늪.
몸이 피곤했던 만큼 창녕에서 허우적거린 '화왕늪'의 기억은 마음속에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다.

분류 :
자연
조회 수 :
1491
등록일 :
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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