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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운문 산행


여행지 : 석골사, 상운암, 운문산
여행일 : 2005/03/19


석골 입구과음으로 불편해진 속은 예상외의 이른 아침에 나를 깨운다. 그때 뽀사시하게 밝아오는 하늘이 보인다.
"산에나 갈까?”
얼마 전, 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어제의 거나한 술자리 때문에 산행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별 망설임도 없이 가방을 꾸렸다.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이런 돌발적 행동에서 삶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면서...


언양과 석남사를 거쳐 석골에 도착한다. 대학생 때 운문산을 가기위해 와봤던 마을인데 그때와 다름없이 한산한 분위기다. 그래도 경남에선 꽤 유명한 산인데 그 입구치고는 조금 한산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소음에 찌든 나에겐 오히려 어느 휴양지보다 포근하게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운문산으로 향하는데 석골사 앞에서 익살스런 ‘웃음’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조각한 장승인데 비바람에 단련된 모습이 마치 오랜 노부부의 다정한 주름살처럼 편안해 보였다.


석골사 전경     장승     석골폭포


얼마 전 내린 눈으로 풍부해진 계곡은 “쏴-” 하면서 나를 인도한다. 검푸른 파도의 시원함이 생각나는가하면 산업현장의 기계음처럼 힘차게 들리기도 한다. 나는 자연의 소리에 취해 산들바람처럼 산길을 오른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아늑한 꿈길을 소요한다.
문득, 계곡과 맞닿은 낭떠러지 옆으로 어제의 술기운과 자연의 소리에 취해 비몽사몽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앗!" 정신을 차리며 온몸에 돋아난 오싹한 소름을 잠재운다. 평탄한 길일수록 더 조심해야 되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는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 계속되어 긴장하며 걸어갔다.
“방심하지 말고 안전하게 산행합시다!”


운문산의 능선에 다다를 즈음, 전쟁으로 불탄 후 명맥만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상운암에 도착했다. 가건물처럼 엉성하게 만들어진 암자와는 대조적으로 청명한 울림을 드려주던 풍경이 기억난다. “때댕~”하는 풍경소리는 불심이 겉모습보다는 마음속에 있다는 가르침을 말하려는 듯 들려온다.


상운암곧 나뭇가지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가 싶더니 운문산 정상을 알리는 허연 표지석이 보였다. '雲門山(운문산) 1188m'.
가장먼저 작년 크리스마스에 올랐던 가지산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둥글한 산세에 삼각형으로 삐쭉 튀어나온 모습이 가히 영남알프스 산군을 이끄는 주산이라 할 만큼 당차게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진 봉오리들이 올망졸망 솟아있다.
또한 뒤로는 대학동기들과 취중에 올랐던 억산도 보인다. 옛날, 운문산을 오르려다 길을 잘못 들어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의 나처럼 저기 억산에서도 과거의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이지 “산천이 유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라는 시구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연락이 끊어진 몇 친구들의 안부를 이 페이지에 대신해본다.
“칭구야! 잘 사나? 술 묵자!”


처음엔 운문사를 거쳐 내려가는 북쪽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아 다시 석골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며, 흔들거리는 다리를 다독거리며, 운문산의 바위와 계곡을 음미하며 산을 내려온다. 천천히...


운문산에서 본 가지산      운문산에서

분류 :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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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등록일 :
201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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