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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혈구산 트레킹 (인천) 


여행지 : 강화도, 강화산성, 고려궁지, 혈구산
여행일 : 2001/05/19


얼마간의 설레임. 그리고 약간은 찌푸린 듯 보이지만 내 바람끼를 막기엔 역부족인 날씨... 어제의 일기예보에서와는 달리 날씨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비는 오지 않을 듯이 보이는 하늘이 약간은 안심이 되었죠.
10시쯤 신촌(강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3700원)를 탔거든요. 아침과는 달리 강화도로 향하는 동안 날씨가 점점 좋아지는 듯 하데요. 하지만 시야는 여전히 좋지 못한 날씨... 하지만 어떠랴!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것!


한시간 반정도 달려 도착한 강화도. 부산, 서울 다음으로 내 인생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죠. 지겹다면 한없이 지겹고, 보람된다면(?) 그저 그렇수도 있는 군대 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라서요.


오늘의 일정은 대략 강화를 거쳐 고비고개, 혈구산, 퇴모산, 외포리까지, 강화도의 동서를 가로지는 산행이거든요. 그 시작이 되는 혈구산의 입구가 강화읍 서남쪽에 위치한 고비고개죠. 근데 지도를 보니 강화읍에서 고비고개까지의 거리가 대략 5㎞정도.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전 걷기로 했죠. 비록 얼마 안 되는 거리에, 날씨 마저 흐리다곤 하지만 가만히 차 속에서 여행하기에는 강화도의 햇살과 바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요... 좀더 가학적인(?) 여행을 위해 기꺼이 걸었읍죠.


서문강화 터미널을 뒤로하고, 특산물 판매소를 지나 48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강화산성(서문)이 보이죠. 강화읍에 위치한 고려궁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의 서쪽을 지키는 관문인데, 약간은 초라해 보이데요.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이리저리 제단 당한 우리들의 '대문'.
서문에서 내가(고천)면 방향의 좌측 편으로 뻗은 지방도로 접어들어 걷고, 또 걸었죠.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모처럼 걷기 운동을 해서 그런지 땀이 삐질삐질 삐져나올 무렵, 도로를 가로지른 하늘에 "강화 전 등산로 폐쇄"라 적힌 현수막이 보이데요. 요즘 가뭄에다, 산불로 인해 문제가 심각한 건 알지만, 여기까지 걸어온 보람도 없이 입산을 통제한다니... ...
고비고개제가 워낙 준법 정신이 투철한 놈이라 평소 같으면 그냥 돌아갈 수 있었지만, 여기까지 걸어온 이상 그냥 돌아간다는 건 너무 허무한 일! 이왕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무대뽀로 밀어붙이기로 했죠. 오늘 하루만 무단 여행자가 되든지, 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산을 오를 수 없다면 그냥 도로만 따라 걷는 한이 있더라도 외포리까지는 가려고 했죠.


한시간 반정도 걸었을 때쯤, 고비고개에 도착했읍죠. 다행히 산행을 저지하는 어떠한 방해물(?)도 보이질 않더라구요. 다행...
오후 한시 이십분. 고비고개 정점에 있는 혈구산 입구에서 먼저 담배 한 개피를 태우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고개 바람으로 식히며 약간의 휴식을 취했죠. 약간의 휴식을 뒤로하고 드디어 오늘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읍죠.
그런데 강화읍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그런지 산행 초입인데도 그 느낌이 장난이 아니데요. 숨은 목까지 차 오르는데 그놈에 날파리(하루살이)들 때문에 입도 크게 못 벌리겠고, 땀은 와그리 많이 나는지...
휴식~가파른 산길을 타고 조금 오르면 진달래 군락이 나타나죠. 진달래꽃을 피울 시기가 이미 지난지라 화사한 꽃잎 대신 시들은 꽃망울만 몇 개 볼 수 있었죠. but 가파른 언덕을 '땀물'을 마시며 올라왔을 때의 느낌이 어찌 진달래꽃보다 못하다하리요...
두시쯤 되어서야 혈구산 능선에 오를 수 있었죠. 저 멀리로 혈구산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내 마음과는 다르게 오를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산길...
산은 X만한데 봉우리는 X나게 많데요...


걷다가 쉬다가, 쉬면서 걸으면서 그렇게 오르기를 40분. 혈구산(466m) 정상에 도착했죠.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쇠꼬챙이 하나만 혈구산의 정상임을 알리고 있데요.


혈구산 & 쇠꼬챙이"삼각점(인천 39)이 박혀있는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전혀 막힘이 없다. 북으로는 고려산(436m)이 마주보이고, 고려산에서 오른쪽 아래로 강화읍이 샅샅이 보인다.(월간 山)"


흐린 날씨와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안개 때문인지 책에서 읽은 것처럼 "막힘없는 조망"을 감상하진 못했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데요.
"흐린 날씨로 눈은 즐겁지 아니하되 시원한 공기로 몸만은 상쾌하구나..."
시원스럽진 못하지만 그나마 구름 사이로 비치는 서해바다와 석모도를 찾아보며 그 나름의 혈구산에 취해 있을 때 이런 호기(?)를 하늘이 시샘이라도 냈는지 갑자기 하늘이 이상야릇하게 변하더니만 급기야 안개가 온산을 휩싸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나마 조금 볼 수 있었던 주변의 경관도 온데간데없어지고 사방은 온통 구름 뿐, 보이는 것 하나 없이 점점 더 안개가 걷잡을 수없이 짙어 가는데... 이렇게 막막할 때가... 특히 서해 쪽에서 밀려오는 바다안개의 서늘한 기운이 처음의 상큼함과는 달리 스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데요.
컵라면, 그리고 보온병에 정성스레 넣어온 끓는 물. 정상에서 라면으로 점심 요기나 하려했던 당초의 계획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 나 역시 '싸나이'라 주장하는 '대한남아'라지만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는 라면이고, 뭐고 입맛이 싹 가시더라구요. 마치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귀곡산장 분위기.
인기척이란 아무도 없고, 한치 앞도 구분하기 힘든 안개, 그리고 온몸을 스멀스멀 훑고가는 냉기...


30분 정도 정상의 음산한 분위기에 떨면서(?) 오늘의 산행일정을 망설이다가 결국 퇴모산을 지나 외포리로 내려가는 길을 포기하고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왔죠. 초행길인데다 우천시에 대한 준비도 전혀 없었던 터라... 혈구산만 올랐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퇴모산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강화로 돌아가는 길에세시 사십분. 다시 고비고개 입구. 오를 때는 거의 한시간 삼십분이나 낑낑댔었는데 내려올 땐 겨우 삼십분이라니... 이런...
빨리 마친 산행으로 시간이 좀 남았던지라 강화까지 돌아가던 길도 걸어서 가기로 했죠. 올 때 지나쳤던 부분까지 다시 훑으면서 걸어 갔읍죠. 이번 산행은 아예 트레킹이라 해야할 만큼 산 타는 시간보다 오히려 산 입구까지 오고가는 시간이 더 걸린 셈이죠. 주객전도...
하지만 어떠랴. 산을 향해 걸어간 길이고, 산을 내려와 되돌아오는 길인데...


걷고, 걷고... 그래도 아직은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모습이데요. 논과 밭, 아무나 보고 짖어대는 똥개, 꼬부랑 할머니, 그리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
하지만 이런 전원적인 평화로움 뒤에 감추어진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겠죠. 꼬부랑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 뒤에 감추어진 서글픈 현실,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아저씨 옆으로 무심하게만 지나가는 자동차들...


오후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서문에 되돌아 올 수 있었죠. 강화읍에서 해병대 할머니(?)로 날리던 순대집에서 국밥이라도 먹고 가려 했지만 친구의 방문을 알리는 급전으로 인해 인삼 막걸리(4000원) 두 통 사는 걸로 대신했죠. 근데 집에서 맛볼 막걸리 2통의 알싸한 맛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느라 돌아가는 차비는 신경쓰지 않고 계산을 해 버린거죠. '아차'하고 호주머니를 뒤지니까 남은 돈은 3670원(신촌-강화:3700원). 30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이나 현금 인출기는 보이지도 않고... 급기야 강화에서 막걸리 두 통으로 먹고살아야 할 판!
다행히 막걸리를 팔았던 아주머니에게 '30원 사건'을 얘기하니 친절하게도 100원을 빌려(?) 주시데요. 그래서 차표를 살 수 있었죠.


혈구산. 다리는 땡기고 온 몸은 다 뻑적지근한데 비록 가고자 했던 길을 다 갔던 건 아니지만 반이라도 둘러봤으니 그게 어딥니까! 거기다 막걸리 두 통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이 정도면 '혈구산 트레킹'은 그 충분한 목적은 이루어진 샘이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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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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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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