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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천성산 푸른산행 (경남)
여행지 : 내원사, 천성산 제2봉, 천성산(구 원효산) 여행일 : 200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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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자 회색 도시의 갑갑함과는 비교되는, 푸른 남색하늘이 청명하게 다가온다. 실눈으로 올려다본 하늘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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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노선의 압박! 부산 범어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참을 달린 후 내원사 입구에서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어디나 그렇듯, 은밀하게 자리 잡은 모텔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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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매표소에는 시원한 계곡을 찾아 차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차 속에는 '사람'과 '삼겹살', 그리고 계곡에 버릴 '쓰레기'가 타고 있다.
느끼고 즐기되, 취하려들지 말자. 우리의 인생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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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저 친구(?)들과 우끼(튜브)를 끼고 바등거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산행시간이 어찌될지 몰라 걸음을 재촉한다. 물장구 소리가 가슴한켠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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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벗어나 내원사로 이어진 자갈길을 간다. 아스팔트에 비해 훨씬 정감이 가는 길이다. 길은 우리가 지날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화답한다. 그러면 길옆의 나무들이 두 손을 들어 우리를 환영한다.
우리가 가는 길은 회색길이 아니라 녹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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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스님(비구니)을 많이 뵐 수 없어 아쉬운(^^;) 내원사. 하지만 정갈한 느낌의 내원사를 뒤로하고 천성산을 오른다.
계곡을 따라가는 초입과는 달리 중반부턴 줄곧 오르막길이다. 헉- 헉-, 거친 숨소리는 주변의 소리마저 막아버린다. 쿵- 쿵-, 오로지 내 심장만이 미칠 듯이 요동친다.
비라도 맞은 듯 땀은 흘러넘치지만, 허리속의 늘어진 뱃살처럼 더디게 올라간다. 사람들이 뱃살, 뱃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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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시야가 파랗게 열리더니 곧 하늘과 맞닿는다. 천성산 제2봉(812m)에 오르자 산 너머 바다가 우리를 맞았다. 서쪽에서 흙만 보고 올라와 동해의 푸르름을 굽어보니 멎을 것 같은 가쁜 숨도 바람결에 모두 날아가 버린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가 보다...
남쪽으로 우리가 지나갈 능선과 천성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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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북서쪽을 둘러본다. 옛 이정표(천성산) 너머로 양산시와 영남알프스(취서산, 신불산)가 보인다.
언제고 점령해야 할 고지를 바라보는 지휘관처럼 비장하다. 곧 오르리라. 그래서 회상에 잠기며 이 고지를 둘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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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 바람을 맞으며 능선길을 간다. 옆으로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의 군사시설로 이어진 도로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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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뜸한 능선길인지라 태양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세상이 하늘과 땅, 두 부분으로 이뤄진 듯 하다. 그 사이를 헤치며, 태양을 가르며 우리는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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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나온 능선길을 바라보며 숨을 돌린다. 저기 천선상 제2봉이 보인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가 더위 속을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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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를 맞은 건 군사시설보호 표지판이었다. 천성산 정상(922m)은 국방부의 지배 하에 있기에 감히 내무부 소속의 잡상인은 범접하기 조차 힘들다. 용기를 내려하지만 발아래 널린 '지뢰'가 우리를 겁준다.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 이 아름다운 자연에 철책을 두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어디 욕이라도 한판하고 싶지만, 우리 국토와 부산을 방어하기 위한 명분 앞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아~ 언제쯤 철책 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을까... 북조선의 정일이 아저씨~ 우리 노력 좀 해보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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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우측으로 돌아 양산 석계 방면으로 하산을 한다. 철조망을 끼고 정상부를 돌면 푸른 분지(화엄벌)가 나온다. 영화라도 한편 찍어야 할 것 같은 너른 초원은 철조망으로 오그라든 가슴을 활짝 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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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텔레토비 동산에라도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시뻘건 태양에 미소 띤 아가의 얼굴이 비치고, 저 언덕 뒤에서 보라돌이가 손을 흔들고 튀어나올 것 같다. 순간, 나는 텔레토비 동산의 검정돌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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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군사도로)와 엇갈리며 내려오는 등산로는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에 만들고 사용하지 않은 듯한 임도를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온다. 터벅터벅, 이미 지친 몸인지라 더 길게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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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도착한 산 아래(석계 부근), 더덕에 막걸리라도 한잔하려 했지만, 유흥지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농촌마을일 뿐이다. 할 수없이 근처 가게에서 간단히 맥주로 목을 축인다. 크, 크, 크~아! 쥐-긴닷! 이 한모금의 짜릿한 맛을 위해 산을 오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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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이 성불했다는 천성산... 최근 고속철도 통과 문제와 함께 '천성산 도롱뇽 살리기' 운동이 한창인 그곳엘 갔었다. 동서로 탁 트인 조망이 시원했고, 급경사와 너른 분지를 고루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거기다 햇살까지 뜨거워 초여름의 찡~한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천성산의 정상을 차지한 군사시설의 살가움과 이리저리 마구 파헤쳐진 임도(군사도로)는 내 마음을 조금 안타깝게 했다. 억새가 한창일 가을에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은 '푸른' 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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