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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소요 페스티발 (경기 소요산) 


여행지 : 자재암, 소요산
여행일 : 2001/08/26


이번에 찾은 곳은 서울의 북쪽, 동두천이라는 군사요충지(?)에 자리잡은 크기야 작지만 그 위용만큼은 당당한 산, 소요산입죠.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일컬을 만큼 산세가 수려하고 규모는 작으나 골짜기는 협곡을 이뤄 원효폭포, 청량폭포, 선녀탕등이 바위 절벽과 어울려 마치 심산유곡을 방불케 하고... 어쩌고저쩌고..."
기냥 첫눈에 반해버렸죠...


품바각설이공연대축제서울 의정부 북부에서 버스를 타고 토요일 저녁 늦게 도착한 소요산 입구.
서울 외각인데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조명까지 어두워 잘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그 명성(?)에 비해선 조촐한 느낌의 입구였죠.
안내책자와는 달리 민박과 여인숙은 찾아보길 힘들고, 여관밖에 보이질 안더라구요. 결국 소요산 입구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품바 대축제(?)'을 잠시 구경한 뒤, 약간의 파전과 쇠주로 간단히 목을 축이고 인근 여관에서 짐을 풀었죠.
그리고 계속되는 이남일녀의 오붓한 술판...


8월 26일, 일요일날 아침 10시, 우리들의 산행을 더욱 기쁘게 맞이해 주는 따사로운 날씨와 함께 '소요 페스티발'을 시작했읍죠.
"소요산... 소유하기 위한 소요... 나를 소요시키기 위한 소요 산행기(소요 페스티발)."
오호~ 가만히 생각해보니 '소요산'이라는 이름 역시 운치가 있더라구요... 소요라...


원효폭포 앞에서주말이라지만 비교적 한산한 진입로를 따라서 올라갑니다. 보통의 산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일행을 동반한, 그것도 한 명의 '걸'이 포함된 산행인지라 약간의 담소는 주위를 빼곡이 매운 나무그늘과 계곡 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하더라구요.
차가 없기에 즐길 수 있는 '빈'한 자의 여유...
벗이 있기에 더할 수 있는 '부'한 자의 풍류...


그리고 잠시후, 진입로 우측으로 조그맣게 조성된 요석공원을 볼 수 있읍죠. 계곡 주변에 뻗은 요식업소를 제외한다면 조용하고 시원한 휴식터가 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는 듯...
한쪽에선 놀이동산을 만들고, 한쪽에선 자연휴양림 조성하는 식. 도대체가 엉망진창이야~
짧은 눈으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무지함...


하지만 매표소(대인 1500원)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도사님들이 나오는 동화책이나 동양화에서나 봤을법한, 작고 아담한, 그렇지만 범상치 않은 폭포, 원효폭포가 보입죠.
산행 초입에 나타난 폭포수인지라 마치 산을 찾은 사람들을 반기기라도 하듯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입안 가득 웃는 모습... 맑은 물과 함께 조촐한 분위기가 이 소요산의 느낌을 한번에 말해주는 듯 하더라구여.


자재암거기다 원효폭포에서 조금 위쪽으로 오르다보면 목탁소리와 함께 아주 '시퍼렇게' 법기를 세우고 있는 폭포 하나를 더 볼 수 있죠. 자재암이라는 사찰을 끼고 있는 이 청량폭포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기다란 꼬리를 연상케하데요. 하늘로 승천하지 못하면 발아래 못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했던지 그 꼬리 짓이 더없이 힘차보입디다.
그 힘찬 날개 짓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는 절 자재암. 원효선사가 창건했다는 자재암 속에는 여자의 향기가 나죠. 요석공주라는 '걸'이 수도중이던 원효선사를 꼬드겨서... 이렇쿵, 저렇쿵 뒤에 결국 원효대사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
하여튼 여자가 문제란 말야~ 어쩌면 여자라는 화두를 넘어섰을 때만이 진정으로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자재암에서 나에게 던지는 일침!
그리고 이만큼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원효대사의 '불력' 때문인지 사찰 앞마당에서 연신 허리를 굽히고 계시는 아줌씨들... 어쩌면 자신을 낮추고 머리 숙일 수 있는 그 겸손과 진지함 속에서 이미 자신이 부처가 되어있는지도 모를 일...


자재암 옆을 끼고 돌면서부터 오늘이 진짜 산행이 시작되죠.
보기 보단 무지 가파른 경사, 그 비탈길에서의 신음소리...
헉-억, 커-억, 휴~
모처럼 들어보는 거친 숨소리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데요. 그러다 한순간 찾아오는 무념무상의 걸음걸이... 이런 순수한 걸음걸이야말로 '도인의 행보'가 아니고 무엇이랴!
기나긴 땀과의 전쟁, 그리고 12시쯤, 드디어 1차 고지 하백운대(440m)엘 도착했읍죠.
이런저런 감탄과 탄성 속에 숨겨진 투덜거림으로 간신히 오른 봉우리, 하백운대. 봉우리라지만 주변이 키 높은 나무들로 인해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져 있더군요. 나역시 이런 그늘 같은 사람이었으면~


길... 끝없는 길잠깐의 휴식 이후 계속되는 조화롭던 능선길.
부드러움... 논밭사이로 난 고향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마을과 마을 사이를 연결하듯 이어진 산을 걷는 즐거움. 전투적 자세로 올라왔던 초입과는 달리 여유로운 산세가 우리를 편케 하더라구요.
발랄함...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암산인지라 여기저기 바위와 돌들이 많이 깔려 있죠. 다람쥐 발걸음처럼이나 가볍고, 경쾌한 사잇길이 아기자기한 미니어처의 세계에 놀러 온 듯한 느낌까지 주더군요.
하지만... 말라비틀어진 강바닥처럼, 우리들의 갈라진 마음의 틈만큼, 무심코 지나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심하게 파헤쳐진 등산로가 조금은 발걸음을 무겁게 하데요.
진정 산을 즐기면서 훼손된 등산로를 복원할 방법은 없는 걸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앞에 시커멓게 우리의 갈 길을 방해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싶더니, 갑자기 하늘로 빨려 올라갈 듯 끝없이 올라가는 길이 보이더라구요. 김빠지도록 허무한, 이 황당함. But 이 맛이 내가 산을 찾는 또다른 이유가 아닐런지...
'길'은 언제나 발걸음 무거운 우리들을 주눅들게 하지만, 결국엔 이 무섭도록 길게만 느껴지던 길은 우리의 친구가, 당신의 연인이 되어있거든요...


소요산 의상봉그리고 계속되는 산행. 산중에서의 뜨거운 오후 2시,
드디어 소요산(587m) 최고봉 의상봉에 올라설 수 있었죠.
시원한 조망과 조그맣지만 아기자기한 바위가 주변의 부드러운 경관과 잘 조화되어 그 온화한 맛이 더하더군요.
주변을 병풍처럼 두른 산과 의상봉 표지석을 기념으로 우리들에게 사진을 찍어주신 검은색 차림의 등반대가 인상적이더라구여. 그리고 그 일행중 우리의 기념(?)을 몰래 찍어간 사진 아저씨. 모두들 좋아 보이는 인상에 산처럼 덥수룩해 보이는 모습들... 산 여행에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자연의 풍광' 못지 않은 '인간의 살아가는 풍경'.
모두 성불하십쇼~
의상봉. 이름에서 느껴지는 결연한 의지 때문인지 봉우리 윗부분은 대머리 봉우립죠. 물론 시원한 조망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런 날씨엔 너무 뜨거운 햇볕@
결국 햇볕에 그을린 '대머리봉'을 뒤로하고 우리는 공주봉으로 향했죠.


공주봉의 '공주(?)'공주봉으로 가는 길은 일행중에 마침 '선녀탕'에서 목욕을 해야하네 어쩌네 하는 감언이설로 자신을 "공주"라 주장하던 '걸'이 있었기에 즐거운 상상에 힘겨운지 모르고 올랐었죠. 과연 '걸'이 공주봉에 올랐을 때, 천지를 흔드는 거센 돌풍이라도 일어 스스로 공주됨을 증명할 수 있을는지... ^.~
그러니까. 정확히 3시. 공주봉(526m)엘 도착했읍죠.
아니나다를까, 예상했던 데로 하늘은 한점 변화도 보이질 않더라구요. 하지만 꾸역꾸역 산을 오르는 '걸'의 모습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진정한 '공주'는 멀리 있는게 아니라 지금 흘리는 '땀'의 의미 속에 그 실체가 있지 않을까 하고...


'공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주봉 아래로 동두천시를 둘러보았죠. 미군부대와 부대찌개로 대변되는 조금은 서글픈 도시. 마침 산행 중에 몇몇 '그들'을 볼 수 있었죠...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그들, 서글픈 현대사...


동두천 전경공주봉을 뒤로하고 한시간 반정도 산을 내려오니 다시 자재암 갈림길(원효폭포)에 도착하더라구요. 생각 보단 지루하던 하산 길이데요.
하산길 막바지의 얼음처럼 차가웠던 계곡에서 오늘의 산행의 증거인 '땀'을 씻을 수 있었죠. 얼마나 차갑던지, 내 노란 머리통 한가득 계곡 물로 가득 채우고 싶더라구요.


오늘 산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찾아든 곳은 기발한 착상에 혀를 두르게 하는 수상주점. 계곡 하류에 평상과, 의자를 마련해 놓고, 발을 물에 담가놓고 '음주유흥문화'를 즐기게끔 되어있더군요. But...
계곡 구석에 떠다니는 오징어와 기름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데요. 자연도 살리고, 살아가는 멋도 즐길 수 있는 길이란...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길뿐이려니...
한잔, 두잔 목구멍으로는 뜨거운 술, 발아래는 시원한 물줄기... @.@


소요 페스티발. 잔잔하고 둥글둥글한 산행이었죠. 하지만 그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듯...
한낮의 멋진 페스티발, 나이스! 소요 페스티발~

분류 :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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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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