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여행에는...      > 여행속의 사진
     
 
 
- 여행에는...
- 사진속의 여행

여행에는...

지리산 동종주 (2/4)


여행지 :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여행일 : 2003/01/19


굳게 닫힌 노고단9시30분, 산장을 출발하여 노고단으로 향했죠. 하지만 아직 복원중인 노고단 정상부(1507m)는 예약을 통해 개방(5월1일~10월31일)되기에 눈과 마음으로만 다가설 뿐 직접 오르는 것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죠.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코앞의 편리만 바라보는 우리 인간들의 만용(성삼재가 뚫리면서 급속하게 훼손된 노고단이죠) 앞에 상처 입은 민둥산. 그 노고단의 굳게 닫힌 입구만큼이나 보는 사람의 마음도 얼어붙게 하더라구요.
은빛 눈가루가 곱게 휘날리는 ‘침묵하는’ 노고단에서부터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길에 올랐죠.


평탄하게 이어진 눈 쌓인 능선길을 타고 갔읍죠. 그러다 전 느린 걸음 때문에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게 되었는데 오히려 그런 호젓함이 더 멋스럽게 다가오더군요.
‘토토로’가 되어 수풀로 이뤄진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의 여름 종주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데요. 모든 잡생각 버리고 뽀드득뽀드득 발끝의 눈소리를 흘려들으며 걷는데, 하얀 백설의 선계 속, 무념무상의 ‘도인’이라도 된 듯한 여유로움이랄까, 즐거움이랄까...


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 그림’


반야봉 정상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 그림’을 벗 삼아 걷다보니 어느새 임걸령 샘터(피아골로 오르내리는 등산로와 만난다)에 도착하더군요.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고등학생들의 얘기소리처럼 재잘거리며 흘러내리는 샘물이 무지 시원합디다.


임걸령에서 목을 축이고 조금 오르면 반야봉으로 가는 갈림길(노고단에서 2시간)을 만나게 됩죠.
반야봉은 지리산 서부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면서 '지리산10경'중의 하나로도 꼽히는 '반야낙조(제3경)'가 유명한 봉우립지요. 하지만 종주길에서 한발 물러나 있기에 늘 지나쳐왔던 봉우리였거든요. 이번만큼은 처음부터 단단히 벼루고 왔던 곳이라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반야봉으로 길을 잡았지요.


지리산 서부의 툭하니 불거져 나온 반야봉이니만큼 그 경사도 제법 가파르더라구요. 아이젠을 의지하며 얼음길과 물고 물리며 오르길 50여분, 자그마한 표지석 하나가 거센 칼바람 속에서 반야봉 정상(1732m)임을 알리고 있더군요.
오른쪽(서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왔던 노고단이 보이고, 왼쪽(동쪽)으로는 천왕봉의 모습이 구름 속에서 가물거리데요. 흐린 날씨였지만 지리산의 모습을 살펴보는데 이만한 명당이 또 어디 있을까 싶더군요.


삼도봉 기념물반야봉에서 내려와 닿은 곳은 세 도를 한걸음에 둘러볼 수 있는 축지봉(?), 삼도봉입죠.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3개의 도가 경계를 맞대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봉우리 정상부에는 삼각뿔 모양의 기념물이 서있더군요. 이 기념물처럼 삼도의 사람들 마음이 하나의 꼭짓점으로 잘 모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삼도봉에서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등산로 경사면을 따라 이어진 수많은 인조물(?)들이 보이더군요.
등산객들의 발길에 파헤쳐지는 등산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지 등산로 곳곳이 나무계단으로 말쑥하게 복원되어 있데요. 나무뿌리를 드려낸 체 깊이 파여 버린 등산로를 생각하면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은 한편으로 옛날과 같이 흙길을 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도 들더라구요.


삼도봉에서 바라본 토끼봉흐려진 날씨 속을 뚫고 ‘꾸역꾸역(?)’ 걸어 이번엔 토끼봉에 올랐읍죠.
토끼가 많아서 토끼봉일까? 알 수는 없지만(반야봉의 정동-묘방(卯方) 위치에 있어서 그렇다네요), 나뭇잎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최소한의 가지와 뿌리만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철쭉들이 우리를 반깁디다. 구름 속에서 흩날리는 진눈깨비만 토끼머리의 철쭉을 쓰다듬는 듯하더군요.
올랐다, 내렸다하며 아침부터 줄곧 걸어가는 능선길인지라 마음의 즐거움에 비해 몸은 점점 지쳐가데요. 더군다나 오후 들어 더욱 흐려진 날씨와 굵어진 눈발은 우리들의 발을 더 무겁게 누르더라구요.


오후 4시, 그렇게 ‘헉헉’거리고 있을 무렵 연하천산장이 보이더군요. 진눈깨비 속의 외소한 산장(1인 3000원)이지만 우리에겐 에덴동산의 별장처럼 천군만마의 느낌으로 다가오데요. 더군다나 따뜻한 커피(1000원)와 함께 부셔먹는 생라면의 그 찡한 맛(!)이란...
약간의 휴식으로 ‘몸’을 충전시키고 다시 출발! 고개를 넘고, 넘고, 넘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6시쯤에서야 오늘 숙박지인 벽소령산장(1인 5000원)에 도착하게 되었죠.
다들 피곤한 몸이었지만, 우짭니까. 먹어야지요... 달빛(벽소명월(제5경))을 벗 삼아 밥을 먹으며 함께 준비해간 삼계탕으로 얼마 안남은 ‘최후의 술잔’(천왕봉에서 먹자 약속했던)을 비워버렸죠.
든든한 배를 어루만지며 소등시간(9시) 이전에 모두 곯아 떨어졌읍죠... 쿨... 쿨...

분류 :
자연
조회 수 :
1357
등록일 :
2011.05.12
22:55:45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2170&act=trackback&key=b3b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217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46 외국 유럽여행기 (7/12, 독일) freeism 1667   2011-05-12 2011-05-12 23:18
유럽여행기 (7/12, 독일) 여행지 : 하이델베르크, 마르크트 광장, 하이델베르크 성 여행일 : 2003/08/06 독일의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 짐을 보관해둔 후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신지라 독일의 아침공기...  
45 외국 유럽여행기 (8/12, 스위스) freeism 1807   2011-05-12 2011-05-12 23:20
유럽여행기 (8/12, 스위스) 여행지 : 루체른, 사자 기념비, 인터라켄 여행일 : 2003/08/07 독일을 출발하여 스위스, 루체른에 도착한 우리는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와의 여유시간을 이용해 시내를 둘러본다. 먼저 역 앞에 있는 루...  
44 외국 유럽여행기 (9/12, 스위스) freeism 1661   2011-05-12 2011-05-12 23:21
유럽여행기 (9/12, 스위스) 여행지 : 융프라우요흐, 스핑크스 전망대, 융프라우, 얼음동굴, 아이거 북벽 여행일 : 2003/08/08 스위스 여행의 백미, 알프스 산을 오른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넓은 초원과 다양한 ‘하...  
43 외국 유럽여행기 (10/12, 이탈리아) freeism 1538   2011-05-12 2011-05-12 23:22
유럽여행기 (10/12, 이탈리아) 여행지 : 밀라노,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리도 섬 여행일 : 2003/08/09 밀라노를 떠난 기차는 이탈리아 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복도까지 가득하다. 하지만 창밖으로 펼쳐진 전원의 모...  
42 외국 유럽여행기 (11/12, 이탈리아) freeism 1625   2011-05-12 2011-05-12 23:24
유럽여행기 (11/12, 이탈리아) 여행지 : 로마,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진실의 입, 판테온,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여행일 : 2003/08/10 야간열차로 이른 아침에 도착한 로마의 테르미니 역. 가방은 유인 보관소에 맡기고 콜로...  
41 외국 유럽여행기 (12/12, 이탈리아) freeism 1598   2011-05-12 2011-05-12 23:27
유럽여행기 (12/12, 이탈리아) 여행지 :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 산 피에트로 사원 여행일 : 2003/08/11,12,13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 밀라노, 이스탄불을 거쳐 인천으로 귀국하기에 앞서 바티칸 시국에 간다. 높고 길게...  
40 자연 천성산 푸른산행 (경남) freeism 2087   2011-05-14 2011-05-16 22:59
천성산 푸른산행 (경남) 여행지 : 내원사, 천성산 제2봉, 천성산(구 원효산) 여행일 : 2004/06/14 집을 나서자 회색 도시의 갑갑함과는 비교되는, 푸른 남색하늘이 청명하게 다가온다. 실눈으로 올려다본 하늘에서 살아있음을 느...  
39 문화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경남) freeism 1828   2011-05-14 2011-05-16 22:59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경남) 여행지 : 석굴암, 감은사지, 대왕암, 간절곶 여행일 : 2004/06/06 푸른 햇살이 너무 좋아, 가는 청춘이 너무 아쉬워 길을 떠난다. 친구의 차를 빌어 감은사탑의 적적함을 달래려 길을 떠난...  
38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1/4) freeism 2157   2011-05-14 2011-05-14 00:20
울릉도 트위스트 (1/4) 여행지 : 울릉도, 도동, 해안도로, 거북바위, 남양 여행일 : 2004/07/20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간 울릉도를 다녀왔어요. 해안도로를 따라, 산을 따라, 물을 따라, 사람을 따라 쌔빠지게 걸어 다닌 찐~한...  
37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2/4) freeism 1658   2011-05-14 2011-05-14 00:22
울릉도 트위스트 (2/4) 여행지 : 사자암, 곰바위, 태하, 현포 여행일 : 2004/07/21 아침의 산뜻함이 금세 후덥지근해져 버린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간다. Go! 남양해수욕장 옆, 어제는 잘 볼 수 없었던 사자암을 지나간다. ...  
36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3/4) freeism 1613   2011-05-14 2011-05-14 00:25
울릉도 트위스트 (3/4) 여행지 : 송곳봉, 천부, 나리분지, 성인봉, 도동 여행일 : 2004/07/22 아침은 간단히 우유로 때운다. 도심에서 먹을 때완 달리 싱싱하고 부드러운 향이 그대로 전이되는 느낌이다. 자연과 가까이 있어 그...  
35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4/4) freeism 1960   2011-05-14 2011-05-14 00:27
울릉도 트위스트 (4/4) 여행지 : 저동, 봉래폭포, 내수전, 천부 여행일 : 2004/07/23, 24 몸이 ‘여행형’으로 적응되는 과정인가? 뻐근하던 어깨와 땡땡한 장딴지는 날이 갈수록 원래의 내 몸처럼 느껴진다. 울릉도에서의 4일째...  
34 자연 억새바다,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경남) freeism 1706   2011-05-14 2011-05-16 22:51
억새바다,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경남) 여행지 : 통도사, 영축산, 신불산 여행일 : 2004/10/17 친구들과의 거나-했던 취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다음날, 미식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길을 떠난다. 양산, 신평에 내려 통도사로 이...  
33 문화 로댕갤러리를 가다 (서울) freeism 3752   2011-05-14 2011-05-16 22:50
로댕갤러리를 가다 (서울) 여행지 : 로댕갤러리 여행일 : 2005/01/02 prologue 로댕, 로댕의 손길을 느끼다. 새해의 두 번째 날, 로댕갤러리로 향한다. 뭐, 미술이나 조각에 남다른 조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얼마 전에 서현님의...  
32 자연 운문 산행 (경남 운문산) freeism 1621   2011-05-14 2011-05-14 00:39
운문 산행 여행지 : 석골사, 상운암, 운문산 여행일 : 2005/03/19 과음으로 불편해진 속은 예상외의 이른 아침에 나를 깨운다. 그때 뽀사시하게 밝아오는 하늘이 보인다. "산에나 갈까?” 얼마 전, 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