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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격랑 속의 카약킹  


여행지 : 경남 거제도, 여차몽돌해수욕장, 다포도, 소병대도, 대병대도
여행일 : 2020/08/01 ~ 02


  낭만카약커의 2020년 7월 정기투어(8/1~2)는 거제도 소병대도, 대병대도를 결정되었습니다.
  카약을 자주 타는 것은 아니지만 동호회와 함께하는 투어는 가능하면 참가하고 싶었죠. 아직 겁많은 아저씨라 혼자 타기에는 무섭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도 있으니 팀으로 움직이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정모는 토요일의 물놀이와 전야제, 카박을 함께 즐기 수 있어, 마누라님께 어렵사리 구걸한 휴가인 샘이었죠.

코브라 익스피디션을 싣고 거제도로 출발
코브라 익스피디션을 싣고 거제도로 출발


  투어 전날 저녁에 송정 카약샵에 들러 카약을 차에 실어놓고, 토요일 거제도로 출발했습니다. 계속된 장마 뒤의 첫 주말이고, 일부 초등학교는 방학까지 시작한 터라 거가대교가 많이 막히더만요. 하지만 홀로 호젓하게 떠나는 여행길이라 꼬리를 물고 늘어선 자동차 행렬도 싫지 않았습니다.
  네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거제도 여차몽돌해수욕장에는 벌써 몇분이 와 계셨고, 이미 카약으로 인근을 둘러본듯한 차림이었습니다. 토요일 투어 시간에 늦어 함께 배를 탈 수 있을지 걱정도 했지만, 마침 출발 전이라 인근의 다포도로 출발했습니다.


가자, 바다로, 다포도로
가자, 바다로, 다포도로


다포도 앞에서
다포도 앞에서


  바람도 없는 잔잔한 바다에서 천천히 노를 저어 갑니다. 여차몽돌해수욕장 남동쪽에 위치한 바위섬인 다포도를 한 바퀴 돌아 북쪽 해안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낚시꾼들 틈에 몽돌해안을 찾아 배를 내리고 잠시 물놀이도 했습니다. 해수욕장과 거리가 있고 다포리 해안절벽에 위치해 낚시꾼들 이외에는 조용했었죠. 슈트가 없어 물이 차갑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약간 버둥거리다보니 이내 열이 나더군요.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수초 사이로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주변에 보이던 양식장과 낚시꾼들이 뿌린 떡밥으로 더 흐린것 같더군요.
  특히 누리끼리한 대머리를 드러낸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제일 신경 쓰였습니다. 해안으로 떠밀려온 덩치 큰 놈도 있지만 조각난 채 해변에 밀려온 녀석도 보이더군요. 손이나 발에 닿으면 상당히 따끔거린다는 말에 긴장하면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첫날의 간단한 투어를 마치고 여차로 돌아와 본격적인 전야제 준비를 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맥주에 고기를 굽고... 몇번 투어를 같이 떠나 안면이 있는 분도 있고 처음 보는 회원도 있었지만, 카약을 통해 만난 사이라 쉽게 소통이 됩니다. 해가 지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많은 회원님이 오셨습니다. 전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며 맥주를 홀짝거렸습니다.
  잠은 차에서 잤는데 모기에게 몇방 물리긴 했지만 그런대로 편안히 잘 잤습니다. 차박이라는 이름만으로 근사한 야영이죠.

여차-다포도-다포리 해안
여차 - 다포도 - 다포리 해안

낭만카약커 7월 정기모임 전야제(2020.8.1., 여차몽돌해수욕장)
낭만카약커 7월 정기모임 전야제(2020.8.1., 여차몽돌해수욕장)

나의 카니발, 나의 차박
나의 카니발, 나의 차박


  투어 날이 밝았습니다. 여차는 옅은 안개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투어 준비를 합니다. 아침에 오신 분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카약을 내렸고, 구명조끼와 스커트를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습니다. 스마트폰의 방수팩을 확인하고 썬크림을 바릅니다. 배를 물에 띄우고 패들과 러더를 점검합니다.
  오늘 투어를 맞은 대장님(말이 대장이지 투어 준비부터 안전까지 신경 써야하는 봉사직이죠~)의 투어 브리핑을 듣습니다. "안개가 있고 항로를 지나가야 하니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갑시다~"
  카약커는 서남쪽 해안을 따라 소대병도를 향해 출발합니다.


새벽 안개에 쌓인 여차몽돌해수욕장
새벽 안개에 쌓인 여차몽돌해수욕장

투어대장님의 투어브리핑
투어대장님의 투어브리핑

  여차몽돌해수욕장에서 보면 오른편으로 깎아지는 절벽이 보이는데 이 라인을 따라 갔습니다.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따라 꼬부랑 바닷길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어선이 다니는 항로를 지날때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함께 이동합니다.
  먼저 소병대도를 한 바퀴 둘러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원추형의 작은 섬인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만큼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벽이 신비롭습니다. 안개 속에서 채칼로 쓸어놓은 듯한 빗살무늬가 파도를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당당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안개는 점점 심해지더군요. 급기야 사방이 허옇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안 보일 지경이더군요. 우리는 소병대병도 오른편에서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습니다. 30분 정도 도란도란 서로를 의지하며 기다리니 서서히 대병대도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섬이 보인다는 말은 출발해야 할 시간이라는 말입죠. Go, Go!

몰려오는 안개(소대병소 남단의 민들섬(좌), 쥐섬(우))
몰려오는 안개(소대병소 남단의 민들섬(좌), 쥐섬(우))


안개 속 휴식, 이럴 때일수록 릴렉스~
안개 속 휴식, 이럴 때일수록 릴렉스~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소병대도)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소병대도)


  소병대도에서 대병대도 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다도해의 여러 섬을 돌아나가는 물길이라 부서지고 갈라지면서 갈피를 잡기 힘든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들었죠. 좌·우측 사방에서 순서 없이 밀어붙이는 파도에 당하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았습니다.
  이런 곳에선 조금만 방심해도 배가 전복될 수 있기에 특별히 신경이 쓰이죠. 지난  울산 투어 때 배가 뒤집혀 고생을 많이 했기에 바짝 긴장하며 패들링을 했다. 저 멀리 파도가 잔잔한 바다를 보며, 주변의 물살과 리듬을 맞춰 조금씩 전진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졸아버린 나와는 달리 다른 회원분은 쓩쓩 잘 치고 나갑니다. 특히 격랑 속에서 팀을 지휘하는 대장님과 이런 모습들을 찍고 있는 부회장님의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격랑 속의 카약킹(대병대도 가는 길목)
격랑 속의 카약킹(대병대도 가는 길목)
격랑 속의 카약킹(대병대도 가는 길목)
격랑 속의 카약킹(대병대도 가는 길목)

  험한 바닷길을 뚫고 당도한 대병대도! 어려움 끝에 도착한 바위섬 귀퉁이의 해변이라 얼마나 포근하게 느껴지던지... 끝도 없는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우리 팀은 대병대도에서 준비한 옥수와 수박,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몇몇은 스노클과 오리발을 신고 바다를 구경하기도 했고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휴식 뒤에는 섬을 한 바퀴 돌아 나왔는데 거대한 바위 아래로 이어진 해식동굴을 지나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세로로 길게 뻗어올라간 바위 사이로 천천히 카약을 몰았습니다. 좁을 통로를 가득 메운 뾰쪽한 따개비들은 우리를 환영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출구가 가까워져 오자 다시 파도가 들이닥치더군요.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좁은 통로에서 동굴 입구로 몰아쳐오는 파도를 맞으니 이것도 참 난감합디다. 배는 옴짝달싹 못하는데 동굴에 부딪힌 파도는 허연 거품을 뿜어내는데... 파도가 밀려나가는 틈을 이용해 잽싸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와 새하얀 세상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오늘도 뭔가를 도전하고 이뤄냈다는 성취감이었습니다.


대병대도에서 기념촬영(낭만카약커 7월 정모)
대병대도에서 기념촬영(낭만카약커 7월 정모)

대병대도의 해식동굴을 지나며
대병대도의 해식동굴을 지나며

여차몽돌해수욕장 - 소병대도 - 대병대도 - 소병대도 - 여차몽돌해수욕장
여차몽돌해수욕장 - 소병대도 - 대병대도 - 소병대도 - 여차몽돌해수욕장

  돌아오는 길에는 뜻밖의 행운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대병도 부근에서 여차 방향으로 밀어줄 조류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 카약 옆으로 반짝거리는 회색 등과 함께 "퓨~"하며 깊은 토해내는 소리를 들였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제도 한가운데에서 돌고래를 보다니... 5월에 울산으로 떠난 고래투어에서는 그렇게나 모습을 안보여주다가 여기서 인사를 받네요. 바다가 깨끗해져서 검푸른 바다를 미끈하게 드나드는 고래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할 것으로만 기대하고 참가한 대병대도 투어였는데 생각보다 강한 파도와 조류로 놀랐습니다. 수많은 섬으로 둘러싸인 거제도의 특성상 조류의 변화가 심한 것 같습니다.
  배를 보관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9시가 다 되었더군요. 주말을 남편 없이 독수공방한 마누라의 눈치를 살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 여행을 정리합니다. 이상, 낭만카약커와 함께한 격랑 속의 카약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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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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