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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터키, 비잔틴 여행기(2/5. 로마의 고대도시, 에페스)


여행지 : 부르사, 아이발릭, 에페스 유적(하드리아누스 신전, 켈수스 도서관, 원형극장)
여행일 : 2018/12/07, 08
사진첩 : 로마의 고대도시, 에페스 icon_slr1.gif


일정(2018/12/07, 08)

터키, 비잔틴 여행기 주요 일정(이스탄불-에페스-파묵칼레-안탈야-카파도키아)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이스탄불의 구도심에서 외곽도로를 따라 보스포러스 다리를 건넌다. 날씨가 개려는지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커튼처럼 드리운다. 흐린 유럽에서 맑아오는 아시아로 넘어오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나는 콘스탄티노플을 건너 아시아로 여행을 시작했던 마르코 폴로가 되어 나만의 동방견문록을 써내려간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오스만 제국 초기의 수도였고, 실크로드의 도착지인 부르사의 현대자동차 공장에 도착했다. 현재 신차 개발 중이라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멀리 이국땅에서 우리 공장이 돌아간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경제적 가치와 지리적 장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우리 땅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우리 노동자들이 만들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우리 특성화고 학생들이도 이런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현대 공장을 뒤로하고 정통 이슬람 사원인 울루 자미에 들렀다. 예배를 드리거나 이를 위해 손발을 씻는 무슬림도 보였지만, 단지 책을 읽거나 그냥 편히 쉬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이슬람 사원은 예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이렇게 사람들이 쉬며 교류할 수 있는 지역의 소통공간이라 점이 특이했다.


긴 버스 여행을 버티게 해준 책과 석류주스

긴 버스 여행을 버티게 해준 책과 석류주스


  날은 이미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터키 서부에 위치하며 에게해와 면한 아이발릭까지는 아직 한참을 달려야 했다. 날은 이미 화창하게 개어 있었고, 윈도우 바탕화면과 텔레토비 동산을 몇 개나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거나 터키 유심을 끼운 폰을 만지작거렸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을 잤다. 중간에 들른 휴게실에서 시뻘건 석류에서 바로 짠 석류주스를 마시며 몽롱한 정신을 일깨웠다.   
  도로에는 검은색 돌덩이 같은 것을 실은 트럭이 많이 보였는데 가이드가 사탕무라고 설명해 줬다. 그러고 보니 도로 주변에 사탕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곳이 많았는데 이 공장에서 사탕무를 설탕으로 가공한다고 했다. 터키의 주요 수출품이자 고급 설탕의 원료로 쓰인다는데 깍두기 김치를 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니글거리는 터키 음식을 생각하니 우리 김치 생각이 절로 났다. “달달~한 깍두기만 갖고도 밥 한공기가 뚝딱이겠지~”
  밤늦게 도착한 아이발릭의 홀릭파크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전경을 구글지도에서 보고 와서 기대도 했었지만 겨울밤에 도착해서 뭘 할 수 있으랴. 그냥 잠만 자고 간다니 아쉬웠다. 

  다음날, 그러니까 터키에 도착하고 나흘 째 되는 날 아침, 셀추크의 에페스 유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 앞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다음으로 많이 예습(?)한 곳으로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로 건설된 후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도시다.
  우리는 남쪽 입구로 들어가 유적지에서 나온 상하수도관과 바리우스 목욕탕, 여러 개의 돌기둥이 도열해있는 시 공화당을 둘러봤다. 바로 세워진 건물보다는 쓰러진 건물 잔해들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인지 한 두 개씩 우뚝하니 남아있는 기둥과 담장들이 더 대견해 보였다.
  시 공화당을 지나자 승리의 여신 니케의 부조와 그 옷자락은 여러 관광객의 시선을 끌었다. 에페스에 대해 별다른 이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브랜드인 나이키 상표의 기원이 되었다는 말에 누구나가 셔터를 누르게 된다.
  계속해서 헤라클레스 문(헤라클레스 조각을 세긴 좌우 대칭의 문)을 지나 삼각형의 파사드(건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가 인상적인 트라야누스의 우물과 이 건물 우측으로 들어가면 중앙 연못을 중심으로 사이좋게 모여 앉은 공중 화장실을 둘러봤다. 
  여기서 다시 크레테스 거리로 나와 조금 더 걷다보면 하드리아누스에게 바쳐진 신전(하드리아누스 신전)을 볼 수 있다. 겹겹이 조각된 아칸투스 나뭇잎이 특징인 코린트 양식의 기둥 위에 정교하게 장식된 아치 중앙에는 여신 티케가 조각되어 있고, 안쪽 벽에는 양팔을 벌린 메두사가 요염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비록 모조품(진품은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이라고는 하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당당함과 풍만한 볼륨감은 파란 하늘을 대비되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하드리아누스 신전(코린트 양식의 기둥과 정교한 중앙 아치)    일광욕을 즐기는 길고양이. 뒤편으로 켈수스 도서관이 보인다.

하드리아누스 신전(코린트 양식의 기둥과 정교한 중앙 아치)과 일광욕을 즐기는 길고양이


  시선을 돌리자 에페스 유적의 상징과도 같은 켈수스 도서관이 보였다. 도서관이라는 말이 갖는 위엄과 근사함이 마음에 끌렸는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제일 관심이 갔던 곳이다. 아시아 집정관이었던 켈수스의 묘 위에 세운 기념관으로 그의 아들이 세웠다고 한다. 앞서 봤던 하드리아누스 신전의 코린트 양식 기둥에다 말아놓은 융단을 받쳐놓은 것 같은 이오니아식 기둥이 합쳐진 콤퍼지트 양식의 기둥 뒤로는 네 여신이 있는데 각각 지혜(소피아), 운명(아레테), 학문(에노이야), 미덕(아피스메테)을 상징한다고 한다. 턱이나 손목, 심지어는 목이 날아가 버린 신이지만, 이렇게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네 가지 은총을 모두 입은 것 같이 황홀했다. 비록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근엄한 켈수스 도서관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신에게 너무 정신을 팔아버린 것인지 일행이 사라져버린 마블 거리를 따라 허겁지겁 대극장으로 달려갔다. 2만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부채꼴 모양의 관중석이 일제히 나를 향해 일어서는 것 같았다. 초기에는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졌고, 로마시대에는 검투나 사자의 경기가 있었다고 했다. 부채꼴로 아름답게 지어진 이곳에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기독교인이나 죄수들을 가두고 검투사, 사자와 함께 죽음의 시합을 벌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슬픔이다.
  경기장 위쪽 객석에 올라 보면 저 멀리 서쪽 방향으로 대리석이 깔린 아크카디안 거리가 보였다. 지금은 육지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저 길의 끝에까지 지중해 바닷물이 들어와 항구가 번성했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안내판에 찍힌 발굴 초기의 사진을 보니 그간 복원과 정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짐작이 안 될 정도다. 바닥에 뒹구는 돌 하나하나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장구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니 우리의 삶이 너무 미약해 보였다. “조금은 놓고 살 걸... 조금은 버리고 살 걸...”


위엄과 근사함이 녹아든 켈수스 도서관과 입구 조각상 - 지혜(소피아), 운명(아레테), 학문(에노이야), 미덕(아피스메테)위엄과 근사함이 녹아든 켈수스 도서관과 입구 조각상 - 지혜(소피아), 운명(아레테), 학문(에노이야), 미덕(아피스메테


  에페스 유적을 뒤로하고 인근 한식당에서 장어로 배를 채웠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비늘이 없는 생선을 먹지 않는 풍습 때문에 장어가 저렴하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폐기물 처리반인가? 암튼 오랜만에 먹어보는 민물장어로 기력을 보충한 후 쉬린제 마을에 잠시 들렀다. 조금 쿰쿰한 맛의 와인을 시음한 후, 화려한 색체와 문양의 냄비받침도 몇 개 고른 후 오늘의 숙소가 있는 파묵칼레로 출발했다.
  하얀 석회층 사이로 하늘색 온천수가 흐르고, 여기에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관광객들이 인상 깊었던 곳. 하지만 이전과 달리 온천수가 말라 이전의 명성은 아니라는 글도 함께 봤던 파묵칼레를 생각하며 밤길을 달려갔다.


분류 :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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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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