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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경주기 (2/2)


여행지 : 불국사, 석굴암, 토함산
여행일 : 1999/12/24


아- 토함산... 드디어 토함산에 들어가는구나.
불국사설레는 마음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불국사로 출발했읍죠. 10시쯤 되는 이른 시각이라 첨에는 몇 사람들 외엔 한산하더니만 속속 사람들이 늘어나더구만요.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 떼(?)서부터 단체 일본인 관광객까지...
불국사(3000원)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토함산의 산세와 많은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연못을 지나가는데 마치 수목원이나 온 것 같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습니다. 속세로부터의 두개의 다리를 건너 천왕문을 거치면서 다다르는 불국정토. 한눈에 '이것이로구나'하고 알아보게 되는 청운교, 백운교, 범영루가 보이죠.
위풍당당하면서 섬세한, 그러면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한국 여인의 '美'랄까...
옛날 책에서 본 복원전의 다 허물어져가는 불국사가 생각이 나더군요. 잊혀져가던 문화유산을 되살려 새롭게 태어난 불국사. 복원의 노고를 몸소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들의 땀이 오늘날의 '세계문화유산' 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 온 것이리라...


불국토로 이어진 청운교, 백운교를 돌아 대웅전에 닿으면 다보탑, 석가탑이 눈에 들어오죠. 옛날에는 다보탑의 화려한 면이 좋았지만 갈수록 석가탑의 수수함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진 몰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번쩍거림보다는 약간은 수줍게 감추는 듯한 엷은 미소가 느껴지는 석가탑이 가슴에 와 닿더라구요.
수줍은 석가탑과 함께 제 눈을 끈 것은 다보탑의 돌사자상. 그러니까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조그만 석상. 일설에 의하면 노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불가의 힘을 빌어 정치판을 휘어잡아 보려는 야심으로 새겨 넣었다는 그 불상(실은 사자상). 다보탑의 네 변에 한개씩, 원래는 4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하나밖에 안 남아 있더라구요. 일본이 쨉시 갔다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일본 관광객들도 참 많던데...
아이러니. 다보탑의 미에 놀라고, 없어진 사자상에 흥분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한 일본인이 웃으며 다보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11시쯤 불국사에서 빠져나와 석굴암으로 오르는 길을 잡았죠. 토함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석굴암을 거쳐서 올라가야 되거든요.
등산로라고 말하기에 뭣할 만큼 크고 넓은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옛날부터 토함산을 넘어 문무왕 해중릉까지 토함산을 동서로 넘는 고갯길로 이용되어 왔다는군요. 산세도 비교적 부드럽고 길도 큼직이 잘 나 있어 등산이라는 개념보다는 산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죠.
한 40분 정도 올라가니 토함산 능선에 선 큰 정자하나가 보이더라구요. 밑에서 볼 땐 운치가 있게 보였는데, 막상 능선에서 직접 보니까. 역시나... 상당히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에다가 그 옆으로 깔려진, 산의 능선을 깎아 만든 주차장 아스팔트의 삭막함에 괜히 짜증이 나더라구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고 느끼기보다는 지배하고, 가공하려는 인간상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구요.


석굴암근데 이런~ 또다시 석굴암 관람 입장료(3000원)!!! 무지 뜯어내는군. 시도 때도 없이 아귀를 벌리고 선 매표소가 얄밉게까지 보이데요.
여기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석굴암이 보입니다. 옛날에 왔을 때보단 상당한 발전(???)을 한 모습이던데... 동쪽을 바라보며 항마촉지인의 모습으로 세상을 관망하고, 불법을 지키려는 근엄하면서 다정한 모습. 무지한 복원과 공사로 비록 유리장에 갇히는 형태가 됐을 망정 본존불의 모습은 역시 '장엄' 그 자체더군요.
그리곤 석굴암 옆의 부서진 돌덩이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보니까 일부는 보수공사 때 교체된 것들이지만 일부는 그 용도와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돌들인데, 시간과 전쟁, 인재로 엇갈렸던 역사의 모습이 이렇게 '미확인 물체'로 우리 앞에 숙제로 남겨졌죠. 자중과 신중을 후대에게 전하는 타임캡슐...


자. 그럼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토함산행!
석굴암의 위치로 봐선 토함산의 7할 정도는 올라온 것 같더구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향해 오르려던 순간이었죠.
앗. 근데 이런... 석굴암에서 더이상 오르는 길이 안보이더라구요. 할수없이 다시 매표소로 돌아와 물어보니 그 곳(정자가 있는 석굴암 매표소) 바로 옆에 등산길이 있더라구요. 바로 코앞에 두고도 놓치다니...
그러나... 설상가상... 진퇴양난... 아비규환...? !
"입산통제-겨울철 산불예방을 위해... ~2000년 4월 30일 까지..."
아... 토함산(745m) 정상이 눈앞인데~ 무엇 때문에 이곳, 경주에 왔는데... 토함산, 이젠 산도 날 거부하는 건가! 떡줄 '산'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물만 냅다 마셔버린 기분... 어쩔 수 없이 하산할 수밖에 없었죠. 험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나름의 멋과 흥이 있는 산, 산행이었는데...


다행히 열차가 있어 불국사역에서 바로 부산으로 올 수 있었죠.
아쉬운 경주기.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으되, 입산금지가 아니면 모든 길이 내 길이었으니...


아까워라. 토함산이여
반가웠다. 석굴암이여
다시오마. 불국사여...

분류 :
자연
조회 수 :
1773
등록일 :
2011.05.10
00:31:12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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