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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철쭉 산행기 (2/4)


여행지 : 단종비각, 천제단, 태백산, 석탄박물관
여행일 : 1999/05/29


어제의 과음 탓인지 뒤틀린 속 때문에 5시부터 눈이 떠지더군요. 북어국에 김치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8시 30분쯤 산으로 향했죠.


당골에서 출발해서 반재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을 잡아 출발했읍죠. 근대 도립공원 태백산의 입장료가 2000원이나 하데요. 이런... 비싼 돈만큼의 값어치가 있어야 하는데...
외줄타기마침 태백산 철쭉제(23~30)의 마지막 토요일이라 그런지 매표소에서 위쪽의 단군성전 앞의 공터가 떠들썩하더군요. 아침 TV 생방송 준비하느라 방송국 차들이 가득 차 있고, 태백의 시장님까지 나와 계시고... 거기다 농악대랑, 외줄타기 놀이까지... 방송 때문인지 계속되는 NG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어지는 녹화가 약간 지겹긴 했지만 축제라는 분위기는 한층 더 느껴지더군요.
태백 시장님 뒤에서 혹시나 TV에 나오려나 하는 맘으로 좀 기웃거리다 단군성전이라는 곳에서 기와집이랑 단군할배 비슷하게 생긴 동상을 둘러본 뒤 산행을 시작했죠.


한시간 정도 고만고만한 산길을 당골 계곡물과 함께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죠. 떨어지는 물방울과 하얀 거품, 그리고 바위와 어우러진 나무들... 자연이 선물하는 하나의 팥빙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지무지 계곡물이 시원하더군요. 그러다 약간의 경사길을 땀과 함께 오르면 태백산의 주능선에 이어지는 반재에 이르더군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친구의 속사정(똥...)으로 화장실을 들른 뒤 계속 올랐죠. 시원스레 뚫린 약간의 비탈길을 오르면 간간이 나무사이로 태백산의 능선이 보입니다. 그리 대단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첩첩산들의 병풍 같은 그림들이 우리나라의 산세를 말하기라도 하듯 펼쳐지지요.


10시 30분쯤, 그러니까 오른지 한시간 반정도 됐을 때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망경사라는 절이 하나 보이더군요. 동쪽을 보고 있는 절은 태백산의 품에 꼭 안겨 문수봉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이데요. 시원한 풍광과 함께 절의 목탁소리가 아늑하게 들려옵니다.
근데 절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공중전화에 게토레이 음료수 자판기까지 온갖 잡동사니들이 많더군요. 절이 아니라 약간은 산장같은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너무나 도시적으로 꾸며져 있는 모습이 좀 우습더군요.
절 옆에는 용정수라는 물이 있는데 당골코스의 유일한 물입지요. 역시나 시원하더군요. 멀리 태백산의 경치를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님 두 분께서 김밥을 주시더군요. 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다 먹고나서 친구랑 둘이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에이... 좀 있다가 먹을걸..." 아직도 그 김밥의 쌉싸름 하면서 촉촉한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아줌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단종비각조금 위에는 단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는 단종비각이 있죠. 잘은 모르지만 단종의 쓸쓸한 생애처럼 외로운 비석을 바람막이 누각만이 보호하고 있어요. 뭐가 잘못된 건진 모르지만 웬 이런 산골에 어린 왕의 비가 있어야만 할까... 백담사의 전씨와는 또다른 비애...


11시쯤 태백산의 천제단에 오를 수 있었죠. 근데... 이런... 철쭉은 많이 있는데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아 좀 아쉬웠어요. 한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이곳부터 정상(장군봉)까지의 길은 6월 중순부터 철쭉으로 가득 차 온 산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히 환상적이라고 하시던데... 분명히 철쭉제에 맞춰 왔는데 철쭉이 없다? 철쭉의 장관을 못 본다는 아쉬움과 태백산 관리공단의 어줍잖은 행사운영이 영~ 불만스럽데요. 아예 철쭉제를 길게 잡던지 아님 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던지...


천제단아쉬움을 달래며 천제단을 둘러봤읍죠. 태백산이라는 표지석이 웅장하게 위치하고 있고 그 뒤로 단군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죠. 막돌로 근엄하면서 낮게 둘러쳐진 돌담이 보는 사람들의 맘도 경견하게 만들지요. 천제단의 계단을 올라가니 젊은 사람들이 기도나 수련을 하는 모습이 뵈던데 너무 진지해서 진짜 하늘나라의 한쪽 끝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천제단에서 북쪽으로 500m정도 가면 태백산(1567m) 장군봉이 나옵니다. 아니 태백산의 정상이 아니라 백두대간의 정상이라 불러도 될 만큼 중요하면서 의미 깊은 산이죠. 우리땅을 지탱하는 허리면서 단군이라는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민족정신의 상징지라고도 할 수 있죠.
천제단이랑 육안으론 거의 비슷한 높인데 약 5m정도가 더 높은가 봅니다. 역시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제단이 마련 돼 있어요. 천제단 보단 크지 않지만 역시 장중한 힘이 느껴지는 곳입죠. 멀리 남북의 백두대간을 굽어보며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맘이라 생각됩니다.

 

문수봉다시 천제단으로 와서 동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갔죠. 봄바람의 안내를 받으며 문수봉으로 향했죠. 태백산에 오를 때부터 좌측 산의 정상부에 뾰족탑이 보였는데 능선을 걸을수록 문수봉과의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점점 돌탑들의 모습이 확연히 들어오더군요.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다섯, 여섯 개의 돌탑들이 인간들의 소원을 하늘로 전송이라도 하듯 쭉쭉 뻗어있읍죠. 하늘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탑으로 형상화되었으리라 하겠지요.
멀리 천제단은 금방이라도 불을 피워 올리며 백두대간의 줄기를 이어줄 것 같은 봉화처럼 보입디다.


구걸한 김밥만 먹은 뒤라 배가 좀 고프더구만요. 백두대간의 줄기와 태백산의 능선을 뒤로하고 다시 당골쪽으로 내려왔어요. 배가 고파서 그런지 내려오는 길이 무지 지루하게 느껴지데요. 배에선 꼬르륵... 다리의 힘은 점점 빠져나가고...


당골에 도착해서 태백시에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는 석탄박물관에 갔었지요. 사실 석탄에 대한 것이라면 '연탄의 원료'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석탄 박물관을 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석탄을 포함한 광석과 그 생성원리부터 석탄을 팔 때의 장비, 광부들의 생활, 거기다 탄광에서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시설과 정성이 흥미와 함께 있었어요. 정말이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장이라 생각됩니다. 이 석탄 박물관을 보니 이곳 태백산의 요금이 전혀 비싸지 않다는 걸 알았읍죠. 2000원에 태백산도 보고, 단군님도 보고, 석탄박물관도 보고... 뽕도 따고, 님도 따고...


내일의 일정이 두위봉이라 함백으로 향하려 했읍죠. 근데 시외버스는 가는 차가 전혀 없고 기차만 밤에 한번 들른다 해서 기차로 이동했읍죠. 통일호(1400원)로 한시간 정도 갔어요.
근데... 근데... 함백이 한땐 탄광으로 번화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벌판처럼 황량하더군요. 20000원으로 겨우 민박을 잡을 수 있었죠.
피곤이 보약이라 술이 없이도 완전히 곯아떨어져 푹 잘 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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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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