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여행에는...      > 여행속의 사진
     
 
 
- 여행에는...
- 사진속의 여행

여행에는...

철쭉 산행기 (3/4)


여행지 : 두위봉
여행일 : 1999/05/30


두번째로 찾은 곳은 두위봉. 오늘 30일날 철쭉제를 한다는 책 속의 글에 맞춰 이곳 함백을 찾았죠.
철쭉제라고는 하지만 이곳의 청년단체(함백 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하는 것이라 첨엔 조그만 마을의 동네잔치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이곳 함백의 주민들이 모두 철쭉제 준비로 바쁜데 민박집(실은 방이 몇 있는 가정집) 이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밥은커녕 세수도 못하고 그냥 나왔죠.


8시쯤 출발해서 비포장 도로를 따라 굴다리를 지나 옛 탄광촌의 헐어버린 집들을 몇 채 지나치면 곧 두위봉 등산로 안내판과 함께 주차장과 공터가 나옵니다. 그때는 철쭉제 행사 준비로 가설무대랑 음식점들의 일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더군요.


여기에서 산 중턱까지는 옛 광산길을 이용해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되어 있죠. 너무 잘 정비되어 있어 산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래서인지 함백 청년회의소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산길을 소개해 주더군요.
행사장(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약간의 공터와 그 오른쪽으로 난 사잇길이 새 산길 입죠. 철쭉제의 등반대회를 알리는 번호판을 친구와 함께 받고 평평한 길이 아닌 새 산길로 올라갔었죠. 단곡계곡을 사이에 끼고 옛 광산길과 새 등산로가 겨루듯 이어집니다. 산길이라 그런지 좀 가파르더군요. 그런데... 이런~
땀 흘리며 올라온 새 등산로라는 길은 중간에 끊기고 옆길로 빠지더니 다시 옛 광산길로 합류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런 황당한 경우가...


감로수 샘터철쭉제인데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더군요. 가족들이랑 나들이 휴가를 나온 모습도 보이고 직장에서 온 듯해 보이는 단체도 몇 팀 보이데요. 산도 구경하고 사람(아가씨?)도 구경하고 암튼 좋더군요.
아래 행사장부터 1시간 반정도 광산길, 산길, 광산길 이렇게 번갈아 가며 오르면 곧 광산길이 두위봉 중턱쯤에서 끝나고 서서히 길이 좁아집니다. 비탈진 등산로를 조금 타면 감로수 샘터라는 약수물이 나오죠. 아침도 굶고 올라온 산길이라 물이 정말 꿀맛이더군요. 물 반 담배 반으로 배를 약간 축이고 계속 올랐죠.


근데 감로샘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었는데 여기서부턴 장난이 아니데요. 평탄한 길이 계속되는가 싶더니만 '아라리 고개'라는 팻말과 함께 돌계단으로 이어진 오르막 길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두걸음 가고 한걸음 쉬고... 걷고 쉬고, 땀이 뚝뚝... 하산길에 있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하면서 여유섞인 눈길을 받으며 40분 정도를 끝없이 오르고 올랐죠.
그러다 자미원쪽 등산로와 만나는 두위봉 능선에서 쉬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휴~


능선길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오름길로 이어진 능선으로 시원한 바람과 멀리 태백산백의 줄기를 보면서 기분좋게 오를 수 있었죠. 간간이 철쭉이 피어있는 모습도 보이고...
태백산에 비해서는 철쭉이 많이 피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제 철이 아닌 듯 꽃봉오리만 내밀고 있는 녀석들이 더 눈에 뛰더군요.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에 피어난 철쭉으로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옵디다. 왼쪽, 오른쪽... 앞으로, 뒤로... 김 치~
화사한 철쭉처럼 사람들의 기분도 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죠. 이런 맘으로 세상을 살면 스트레스나 도둑, 병원은 없어질 수 있을 텐데...


그렇게 10분쯤 더 오르다보면 곧 두위봉(1466m) 정상에 오를 수 있죠. 오르기 전에 본 책에서는 장군바위와 기암과 희귀목들에 어우러진 철쭉이 끝내준다고 적혀있었는데, 사실 첫눈에 들어온 모습은 기암도, 희기목도, 철쭉도 아닌 사람들의 밥 먹는 모습! 아침도 굶고 오른지 3시간30분. 배는 고픈데 먹을 건 아무것도 없고, 남은 물도 이제 다 먹어버리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참말이더군요. 저랑 친구는 여기저기 밥 먹는 모습만 기웃거리다 말았죠.
배가 고파 미쳐 못 봤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더군요. 우리의 배고픔과의 사투에는 아랑곳없이 서 있는 태백산과 멀리 해그늘에 가려 어렴풋하게 윤곽만 드러낸 소백산... 뜨거운 태양과 산,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사람들...


제막식마침 이번 철쭉제를 맞아 두위봉 정상에서 철쭉 기념비 제막식을 하더군요. 1시에 했는데 사람들이 무지 많더군요. 무슨 기관장들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허연 천을 잡아내리니 조그만 대리석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조금은 형식적인 모습이 눈에 거슬렸지만 암튼 잘 됐으면 좋겠네요. 철쭉도 많이 펴 이곳 사람들의 수입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의 쓰레기로부터 두위봉을 보호해 주기를 기원하면서 제막식을 지켜봤어요.


3시가 좀 지나서야 함백 시내까지 내려올 수 있었죠.
아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람들과 차들이 많더군요. 상점은 벌써 철거준비를 하는 곳도 있었고, 가설무대에서 이제 막바지 시상식(사생대회)으로 분주한 모습이었죠. 어제부터의 산행이라 다리가 좀 뻑적지근 하더군요.
함백에서 영월까진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니 그렇게 오지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빈집들이 많이 보이는 탓에 한 낮인데도 시내 전체가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게 보이더군요. 빠른 시간에 정비되어 두위봉을 찾는 관광객들의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있는 장소가 되야 할텐데...


버스를 타고 5시 30분쯤 영월에 도착했읍죠.
근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밥 때를 놓치니까 그리 배고픈 건 잘 모르겠데요. 그래서 내일의 동강 잣봉 등산의 계획을 정리한 뒤 밥을 먹었었죠. 터미널앞의 대흥식당(17년 동안 해장국을 끓였다는군요)에서 해장국을 먹었는데...
크아~ 죽이데요. 3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계란을 하나 풀어 후루룩~ 진짜 맛있었죠. 거기다 디져트로 야쿠르트까지...
배도 부르고 그냥 자기가 뭐해서 친구랑 한잔했죠. 꼬지 하나에 쇠주 두병~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풀어얍죠...

분류 :
자연
조회 수 :
1716
등록일 :
2011.05.10
00:14:57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907&act=trackback&key=f5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90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76 외국 히말라야 편지 (9/9, ‘태국’기 휘날리며) freeism 2629   2011-05-16 2011-05-16 15:19
히말라야 편지 (9/9, ‘태국’기 휘날리며) 여행지 : 카오산로드, 파타야, 수상시장, 에메랄드 사원 여행일 : 2005/08/10, 12, 13, 14, 15 사진첩 : 태국 방콕 y에게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이네. 하지만 이런 태국의 찜통더위...  
75 자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1/3, 행남해안산책로) freeism 2625   2012-09-20 2012-10-08 23:10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1/3, 행남해안산책로) 여행지 : 울릉도, 도동, 행남해안산책로, 저동, 봉래폭포 여행일 : 2012/07/23 사진첩 : 행남해안산책로 울릉도 여행은 2004년에 홀로 떠난 도보여행(울릉도 트위스트) 이후 8년만이지...  
74 자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3/3, 독도) freeism 2541   2012-10-05 2012-10-08 23:12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3/3, 독도) 여행지 : 독도, 동도, 서도 여행일 : 2012/07/25 사진첩 : 독도 울릉도 여행 마지막 날, 어제 심하게 달렸던(?) 탓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뒤숭숭했다. 이른 새벽 울릉신항에 도착한 ...  
73 외국 히말라야 편지 (1/9, 가자, 중국으로) freeism 2488   2011-05-15 2011-05-16 15:22
히말라야 편지 (1/9, 가자, 중국으로) 여행지 : 진황도, 북경 여행일 : 2005/07/25, 26 사진첩 : 중국 북경 y에게. 잘 지냈어?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y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겠구나. 꽤나 더울 텐데 건강은...  
72 외국 히말라야 편지 (8/9, 타오르는 네팔) freeism 2429   2011-05-16 2011-05-16 15:20
히말라야 편지 (8/9, 타오르는 네팔) 여행지 : 보우더나트, 퍼슈퍼티나트, 파턴 여행일 : 2005/08/08, 09 사진첩 : 네팔 카투만두, 포커라 y에게 다시 돌아온 네팔은 나흘전의 흐린 날씨와는 달리 파란하늘과 뜨거운 열기로 가...  
71 외국 히말라야 편지 (4/9, 티벳의 하늘) freeism 2369   2011-05-15 2011-05-16 15:21
히말라야 편지 (4/9, 티벳의 하늘) 여행지 : 노블랑카, 드레풍사원, 포탈라 궁, 조캉사원 여행일 : 2005/07/29, 30 사진첩 : 중국 티벳 y에게 아, 티벳.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히말라야, 나무한그루 자라기 ...  
70 자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2/3, 성인봉, 태하등대) freeism 2287   2012-10-04 2012-10-15 15:35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2/3, 성인봉, 태하등대) 여행지 : 성인봉, 나래분지, 황토구미, 태하등대 여행일 : 2012/07/24 사진첩 : 성인봉, 태하등대 민박 사장님의 승용차로 KBS 송전소까지 올랐다. 도동에서 성인봉을 넘어 나래분...  
69 외국 히말라야 편지 (6/9, 네팔 속으로) freeism 2279   2011-05-16 2011-05-16 15:04
히말라야 편지 (6/9, 네팔 속으로) 여행지 : 쉬염부나트, 더르바르 광장 여행일 : 2005/08/04 사진첩 : 네팔 카투만두, 포카라 y 잘 있었나? 감기는 좀 어떻노? 한여름에 감기라니 우습지도 않다! 이 글 읽을 때쯤에는 다 회...  
68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1/4) freeism 2220   2011-05-14 2011-05-14 00:20
울릉도 트위스트 (1/4) 여행지 : 울릉도, 도동, 해안도로, 거북바위, 남양 여행일 : 2004/07/20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간 울릉도를 다녀왔어요. 해안도로를 따라, 산을 따라, 물을 따라, 사람을 따라 쌔빠지게 걸어 다닌 찐~한...  
67 자연 천성산 푸른산행 (경남) freeism 2156   2011-05-14 2011-05-16 22:59
천성산 푸른산행 (경남) 여행지 : 내원사, 천성산 제2봉, 천성산(구 원효산) 여행일 : 2004/06/14 집을 나서자 회색 도시의 갑갑함과는 비교되는, 푸른 남색하늘이 청명하게 다가온다. 실눈으로 올려다본 하늘에서 살아있음을 느...  
66 외국 히말라야 편지 (2/9, 북경 첫째 날) freeism 2149   2011-05-15 2011-05-16 14:31
히말라야 편지 (2/9, 북경 첫째 날) 여행지 : 만리장성, 13릉, 천안문 광장, 전취덕(오리고기) 여행일 : 2005/07/27 사진첩 : 중국 북경 To y y랑 통화 이후에도 한참을 더 돌아다니다 밤 10시가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들...  
65 외국 히말라야 편지 (3/9, 북경 둘째 날) freeism 2015   2011-05-15 2011-05-16 14:31
히말라야 편지 (3/9, 북경 둘째 날) 여행지 : 천단공원, 자금성, 경산공원, 북해공원, 왕푸징 여행일 : 2005/07/28 사진첩 : 중국 북경 y 북경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이곳은 공설운동장의 자투리공간을 활용해서 만든 유스...  
64 자연 울릉도 트위스트 (4/4) freeism 2012   2011-05-14 2011-05-14 00:27
울릉도 트위스트 (4/4) 여행지 : 저동, 봉래폭포, 내수전, 천부 여행일 : 2004/07/23, 24 몸이 ‘여행형’으로 적응되는 과정인가? 뻐근하던 어깨와 땡땡한 장딴지는 날이 갈수록 원래의 내 몸처럼 느껴진다. 울릉도에서의 4일째...  
63 자연 땅끝에서 땅끝까지 (5/8) freeism 2004   2011-04-26 2011-04-26 00:45
땅끝에서 땅끝까지 (5/8) 여행지 : 월출산 여행일 : 1998/08/07 집에선 일찍 일어나야 10시나 되야 일어났었는데 며칠 텐트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일찍 일어나게 되데요. 이날도 새벽 6시쯤 눈을 떠 대충 씻고 밥해먹고...  
62 자연 취서산 (영축산) freeism 2003   2011-04-30 2011-04-30 01:51
취서산 (영축산) 여행지 : 통도사, 취서산 여행일 : 1998/09/06 부산에서 양산의 신평으로 향했죠. 양산 통도사가 있는 취서산(영축산)으로... 양산 통도사가 있는 곳은 양산이지만 실제 가실려면 신평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죠.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