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에는...
산길을 달리면서 신라대(부산)에서 백양산 선암사까지 이어진 산길을 달린다. 미끈하게 닦여진 트랙이나 하천변을 뛸 때와는 달리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특히 고갯길을 오를 때의 숨소리는 쇠를 깎는 파열음처럼 거칠어졌고 심장은 터져버리기 직전의 엔진처럼 요동쳤다. 마음은 앞으로 나가고 있지만 좀처럼 몸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기 위한 몸 속의 발악이 싫지 않았다. 모세혈관 속에 감추어진 미세한 스트레스 덩어리들이 톡톡 터져버리는 느낌이었고 아무렇게나 방치해버린 세포들의 각성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올라야 할 언덕이 점점 선명해지며 눈 아래로 깔린다. 차가운 산바람이 맞은편에서 불어온다. 상쾌하다. 깊은 들숨으로 그간의 어려움을 보충하자 새로운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평탄하게 뻗은 내리막길 뒤에는 그만큼의 오르막이 있으리라. 하지만 알고 있다. 그 뒤에는 다시 평탄한 길을 내달릴 수 있다는 것을...
- 2011/11/07 산길을 달리면서 몸과 마음을 길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