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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에는...

중고서점의 비밀결사대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강남역으로 향했다. 2년 반의 서울생활 중에 학원을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많이 왔던 곳이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번잡하고 화려했다. 웅장하고 기하학적인 건물 사이에는 짧은 원피스의 치맛단이 무더운 여름 바람에 나플거렸다.
  아직 약속 시간이 남아 있어 더위도 피하고, 번잡한 거리에서 잠시 벗어나볼 겸 한 중고서점에 들어갔다. 한때는 책도 많이 읽고 일주일에 한번 이상 찾는 곳이 서점이었지만, 인터넷 서점과 어린 자녀, 직장에서의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점점 멀어진 공간이 되었다.
  강남대로와 맞닿아 있는 심플한 입구를 들어가자 시원한 냉기와 함께 정방형의 격자 형태로 나열된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환한 조명 아래에 펼쳐진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강남이라는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았다. 
  신간과 구간, 소설과 산문, 철학과 역사 사이의 미로를 지나며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소원해진 책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독서를 주제로 한 강연 형태의 책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실제로 구입해 읽어보진 못했다.
  아직 약속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나는 서점 한편에 마련된 열람석에 앉았다. 요즘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공간을 넘어 책을 읽어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책을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둘러보고 쉴 수 있기에 기다림과 만남의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타원형의 열람석을 중심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생각으로 책을 읽고 있다. 차분하고 엄숙한 표정 속에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마치 모종의 작전을 위해 지하실 원탁에 모인 독립투사들처럼 은밀하고 진지했다. 각자의 역할과 임무가 적혀있는 책은 이번 작전을 위한 지침서가 되었다. 내 옆의 흰색 원피스 소녀는 적의 참모를 유인하는 임무가 주어졌고, 맞은편의 여드름 대학생의 가방 안에는 도시락 폭탄이 숨겨졌다.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숙지하느냐에 따라 이번 작전의 성패가 좌우되리라!
  19:00, 강남의 중고서점에서 조직된 비밀결사대가 출동했다. 한 권의 책과 함께...

책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사람들(예스24 강남 중고매장)


- 2018/08/04 
  오랜 친구를 기다리며 찾은 예스24 강남 중고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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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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