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A (에이)


지은이 : 하성란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7/30)
읽은날 : 2010/10/27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고 했다. 먼저 광신도들의 집단자살사건으로 기억되어 있던 오대양사건을 검색해 봤다.
 “1987년 8월 경기도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 32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수사 결과 오대양 대표이자 교주인 박순자는 1984년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을 설립, 종말론을 내세우며 교주로 행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그 후 1991년 오대양의 신도였던 김도현 등 6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집단자살인지 아니면 외부인이 개입된 집단 타살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네이버 백과사전 정리)


 <A>에서는 신신양회가 등장한다. 2세대에 걸친 신신양회의 성장과 소멸, 그리고 재건을 통해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비춰졌던 이들의 실체를 살펴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신신양회의 주검들은 자칫 <A>를 사건 중심의 추리소설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시로 변하는 시점은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와 갑작스런 장면전환은 글의 몰입을 방해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몸에 익자 책의 진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질적으로 전개되던 사건이 하나 둘 아귀를 찾아가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혼란스러움은 하나의 리듬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했고 적당한 반복을 통해 읽는 이의 의식을 유도했다.
 <A>는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여성 공동체로 생활하던 신신양회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엄마들의 집단 자살(혹은 타살)은 소설을 꾸미는 외투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방해해 현대의 물질문명이 내포하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성란 작가는 신신양회를 통해 남성중심의 사회가 감추고 있던 모순을 들춰내고 싶었던 것은 같다. 겉으로야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돈만 있으면 사람도 사고 팔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되돌아보게 했다. 어쩌면 남자들이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엄마'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진리를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팽팽하게 유지되던 현이 한순간 느슨해진 듯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탱탱한 긴장감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제대로 기를 펴보기도 전에 성급하게 풀어버린 느낌이랄까. 집단자살이라는 사건으로 저자의 생각을 전달하려다 생긴 틈일 수도 있겠고 장황하게 벌려놓은 전반부의 내용을 수습하기위한 조치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수십 년간 미궁 속에 빠져버린 사건이 최영주 기자의 추리를 중심으로 술술 풀려나간다는 설정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소설의 분량이라든가 다른 장치에 의해 그렇게 했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A>는 달콤한 향을 간직한 투박한 모양의 열대과일처럼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질적인 소재들을 적당히 버무려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독자의 관심과 작가의 의도를 적당히 조율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 독서토론회 이야기


 조금 늦게 도착한 독서토론회(2010.10.27, 부산 Y도서)에서는 이미 하성란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똑 부러지는 말투는 여느 방송국의 아나운서 못지않았다. 대부분의 작가는 글로 모든 것을 표현하다 보니 말이 조금 서툰 경우가 많았지만 하성란 작가는 예외인 것 같았다. 조리 있게 자신과 책을 설명하는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졌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집단자살사건이라는 이벤트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사건은 소설을 쓰기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책을 읽는다면 시제라든가 추리적 기법에서 오는 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했다. 아마 많은 독자들로부터 독특한 소설이라는 말고 함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집단자살사건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여성성을 통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 남성성의 역할과 공업화의 문제, 계층 간의 담합과 갈등 등의 내용을 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하며 살펴봤다.
 작가는 ‘독자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재미’로 글을 쓴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로 글을 쓰겠노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글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8659
등록일 :
2011.05.09
23:38:11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82&act=trackback&key=41f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8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392 사람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 김종대 freeism 3444   2012-09-27 2012-10-17 08:49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지은이 : 김종대 출판사 : 가디언 (2012/04/20) 읽은날 : 2012/09/26 누구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처럼 일상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391 산문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김비, 박조건형 freeism 50   2020-08-19 2020-08-19 01:03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지은이 : 김비, 박조건형 출판사 : 한계례출판(2020/07/16) 읽은날 : 2020/08/17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  
390 한국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freeism 91   2020-08-09 2020-08-17 11:02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파람북(2020/06/05) 읽은날 : 2020/08/08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 <말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소설책의 날개지에 적힌 작가의 말로 이 한 문장으로 <달 ...  
389 인문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freeism 116   2020-07-20 2020-07-20 21:52
선량한 차별주의자 지은이 : 김지혜 출판사 : 창비(2019/07/17) 읽은날 : 2020/07/20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차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한마디로 "기울어진 세상에서 익숙한 생각이 상대방에게 모욕이 ...  
388 외국 무기여 잘 있어라(A Farewell to arms)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freeism 299   2020-01-28 2020-01-29 00:20
무기여 잘 있어라(A Farewell to arms)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출판사 : 민음사(2012/01/02, 초판 : 1929) 옮긴이 : 김욱동 읽은날 : 2020/01/28 “한 여자가 다섯 번째 이별을 하고 산속으로 머리 깎고...  
387 외국 모비 딕(Moby Dick)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freeism 337   2020-01-22 2020-01-23 23:40
모비 딕(Moby Dick) 지은이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출판사 : 문학동네(2019/07/22, 초판:1851) 옮긴이 : 황유원 읽은날 : 2020/01/21 1820년 11월 20일 포경선 에식스호는 남태평양에서 '거대한 향유고래’와 충돌해 침몰했...  
386 산문 아무튼, 술 - 김혼비 freeism 276   2020-01-14 2020-01-14 11:38
아무튼, 술 지은이 : 김혼비 출판사 : 제철소(2019/05/07) 읽은날 : 2020/01/11 2019년 12월 31일, 직장에서 신년 계획을 논의하는 작은 회의를 마치고는 술을 먹었다. 처음에는 수육으로 시작되었고 2차는 어묵탕과 조개를 소주와...  
385 외국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 테드 창(Ted Chang) freeism 377   2019-11-16 2019-11-16 23:50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지은이 : 테드 창(Ted Chang) 옮긴이 : 김상훈 출판사 : 엘리(2016/10/14) 읽은날 : 2019/11/16 테드 창의 SF 단편 소설집. 서점가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책인데다 최...  
384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528   2019-09-14 2019-10-17 22:4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  
383 외국 아이, 로봇(I, ROBOT)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freeism 250   2020-03-21 2020-03-21 21:11
아이, 로봇(I, ROBOT) 지은이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옮긴이 : 김옥수 그 림 : 오 동 출판사 : 우리교육(2019/08/05) 읽은날 : 2020/03/19 [로봇공학의 3원칙]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  
382 외국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freeism 314   2020-01-14 2020-01-18 00:04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지은이 :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도 서 1 : 소담출판사(송은실 옮김, 1990/11/01, 초판:1970) 도 서 2 : 현문미디어(류시화 옮김, 2003/09/10, 초판:1970, 개정:1998) 도 서 3 : 현...  
381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199   2019-06-11 2020-01-12 23:57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380 한국 아몬드 - 손원평 freeism 724   2019-01-22 2019-02-04 00:08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출판사 : 창비(2017/03/31) 읽은날 : 2019/02/21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  
379 외국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freeism 1013   2019-01-19 2019-10-17 22:48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지은이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옮긴이 : 김석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10/10) 읽은날 : 2019/01/08 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  
378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897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