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돈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지은이 :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ttvedra)

옮긴이 : 박   철

출판사 : 시공사(2004/11/06, 초판 : 1605)

읽은날 : 2012/02/28


돈키호테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돈키호테'라고 하면 어린 날에 봤던 만화영화(1983, KBS) <돈키호테>가 떠오른다.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하는 후렴구가 생각나는 이 만화에서 늙어빠진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또한 학창시절에 읽은 <돈키호테>도 기억난다. 독서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책 읽기에 관심을 붙여볼 요랑으로 구입해 읽은 책이었는데 수월하게 넘어갔다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나진 않는다.
  아무튼 <돈키호테>에 대한 기억은 기괴하고 무모한 모험담을 그린 코미디의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누구나 쉽게 재미나게 읽을 만한  청소년용 도서라는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완역본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공사에서 나온 <돈키호테>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놓쳐버렸던 그 무엇을 찾아보기 위해 구입했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 손이 가지는 않았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함에다 빈약할 것 같은 내용 때문에 읽기를 미뤄 왔었다. 그러다 며칠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일이 생겨,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해볼 요량으로 꺼내들게 되었다.
 

  <돈키호테>는 대부분 알고있다시피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노인의 모험담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정하고 늙고 병든 자신을 말을 '로시난테'라 명한 후 길을 떠난다. 아 잠깐, 그리고 기사 이야기의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던가. 돈키호테는 자신의 연모 대상으로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가상의 여인을 만들어냈고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시종, '산초 판사'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기사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물로 여기고 돌진하는가하면(1부), 상사병으로 죽은 그리소스토모의 장례식에 참석한다(2부). 양떼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기도 하고(3부), 형벌을 받기위해 끌려가는 죄수를 풀어준다(3부). 그리고 결혼을 미끼로 도로테아를 능욕한, 카르데니오의 연인(루시아)을 가로챈 돈페르난도르를 응징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들과의 얽히고설킨 인연은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신부와 이발사와 함께 <돈키호테>의 중심 이야기로 등장한다(4부). 

  특히 4부에 포함된 두 편의 액자소설이 인상 깊다. 한편의 일종의 기사소설로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고 싶은 남편과 이를 통해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으로 중세판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했다. 이는 희극적으로 진행되는 <돈키호테>에 사랑이라는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 했다.
  나머지 한편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어 여인(소라이다)이 그곳에 갇힌 죄수를 따라 기독교 국가로 망명한다는, 조금은 정치적인 내용으로 노예생활과 포로생활을 했다는 세르반테스의 경험이 녹아있어 더욱 사실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에게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문득 이상에만 집착하는 돈키호테보다 현실적인 욕구에 주목하는 산초 판사가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꿈속을 헤매는 돈키호테를 욕하기에 앞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를 되돌아볼 일이다. 오늘의 일 보다는 내일의 일에, 착실한 노력보다는 대박의 요행을, 자신의 책임보다는 남과 비교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돈키호테라는 광인을 사이에 두고  암묵적으로 벌이는 집단행동은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왕따와 닮아있어 조금 씁쓸했다. 돈키호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대상으로 한 '짜고 치는 고스톱'은 세상물정 모르는 외톨이를 더욱 고립시켜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우리사회는 배척보다는 포용을 통해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세상물정 어두운 노인네의 '수난사'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도 엿보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러 온 예수와 이를 못미더워 한 세상 사람들, 결국 그토록 변화시키고자 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예수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형편없이 망가지고 상처받은 그의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가 당하는 수모보다도 이 후에 벌어지는 오뚝이 같은 끈질김에 경탄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돈키호테와 인간, 예수의 형상이 겹쳐지자 세상을 이끈 여러 인물들이 차차로 겹쳐진다. 잔다르크, 징기스탄, 진시황, 히틀러, 간디, 이순신, 김구... 영웅이나 투사,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떠나 인간 무리를 이끈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들은 세상과의 힘겨운 싸움을 끊임없이 벌이지 않았던가. 어쩌면 돈키호테는 세상 속을 살다간 영웅들을 위한 헌사가 아닐까싶다. 비록 과장되고 희극적일 망정 자신의 이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했으니 말이다. 
 


  무엇이 돈키호테를 저토록 무모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그에게 첫 번째 원인이 있겠지만 그의 힘과 공상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던 사회도 책임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돈키호테들에 대처하고 있는가? 다수의 의견과 다르거나 독특한 외모로 인해서, 돈이나 명예, 신체와 정신의 결함여부에 따라 이들을 돈키호테로 몰아세워 왕따 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돈키호테는 결국 미쳐버린 사회를 대변하는 거울일 수도 있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편력 기사가 되고부터 용감하고 공손하고 민첩하고 예의바르고 너그럽고 정중하고 대담하고 정답고 인내심 있으며, 고생도 속박도 마법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소. 비록 얼마 전부터 광인으로 취급받아 우리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 용기를 내어 하늘이 돕고 운명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나는 근시일 내에 어느 왕국의 왕이 되어 그곳에서 이 가슴 속에 숨겨진 감사함과 관대함을 펼치게 될 것이오." (p688)
  돈키호테는 미쳤다. 하지만 그의 이상에는 언제나 '감사함과 관대함'이 있었다. 우리가 이해타산을 따지며 멈칫할 동안에 그는 이웃을 위해 용감하게 돌진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불의를 향해 뛰어든 용감한 전사였던 것이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6434
등록일 :
2012.02.29
00:46:09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3726&act=trackback&key=98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372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104 외국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freeism 5778   2011-04-01 2011-04-09 21:32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지은이 :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출판사 : 일신서적 (1994/04/10) 읽은날 : 1998 이런 난잡한 글들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설사 이에 대한 글을 쓴다 하더라도 중...  
103 외국 갈매기의 꿈 (Jonathan Livingston Seagull)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freeism 5720   2011-04-06 2011-04-09 21:31
갈매기의 꿈 (Jonathan Livingston Seagull) 지은이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출판사 : 소담출판사 (1990/11/01) 읽은날 : 1998 책을 읽고 바리 적어야 되는데 기회를 놓치니까 영~ 기억이 않나네. 이 책 역시도 어린왕...  
102 외국 독일인의 사랑 (Deutsche Liebe) -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u"ller) freeism 4828   2011-04-08 2011-04-09 21:28
독일인의 사랑 (Deutsche Liebe) 지은이 :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u"ller) 옮긴이 : 차경아 출판사 : 문예출판사 (1967/05/20) 읽은날 : 1998/11/22 일정 기간까지의 과거를 1인칭 주인공 <나>가 <마리아>라는 대상과의 만...  
101 외국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 셀린저 (J.D.Salinger) freeism 6121   2011-04-09 2011-04-09 21:26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지은이 : 셀린저 (J.D.Salinger) 옮긴이 : 김재천 출판사 : 소담 (1992/07/27) 읽은날 : 1998/12/10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려 방황하는 한 소년(홀든)이 48시...  
100 외국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man live by) - 톨스토이 (Lev Nikolajewitsch Tolstoi) freeism 5620   2011-04-09 2011-04-09 21:2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man live by) 지은이 : 톨스토이 (Lev Nikolajewitsch Tolstoi) 옮긴이 : 김제하 출판사 : 소담 (1991/05/20) 읽은날 : 1998/12/17 "나는 여러 작자들의 위대하고 풍부한 사상을 살려서 독자 여...  
99 외국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 Pence) - 서머셋 모옴 (S.Maugham) freeism 5749   2011-04-09 2011-04-09 21:41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 Pence) 지은이 : 서머셋 모옴 (S.Maugham) 옮긴이 : 김정욱 출판사 : 소담 (1992/03/02) 읽은날 : 1999/01/07 멋진 책... 이외수 님의 <들개> 이후에 읽어본 모처럼만의 '투철'한 책이다. ...  
98 외국 상실의 시대 (ノルウェイの森)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freeism 4879   2011-04-11 2011-04-19 00:05
상실의 시대 (ノルウェイの森, 원제:노르웨이의 숲)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유유정 출판사 : 문학사상사 (1989/06/27) 읽은날 : 1999/04/01 원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 비틀즈의 노래를 책 제목으로 붙였지...  
97 외국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 포리스터 카터 (Forrest Cater) freeism 5296   2011-04-11 2011-04-12 01:0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지은이 : 포리스터 카터 (Forrest Cater) 옮긴이 : 조경숙 출판사 : 아름드리 (1999/03/10) 읽은날 : 1999/05/02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 우리들에...  
96 외국 키친 (キッチン) - 요시모토 바나나 (吉本 ばなな) freeism 5906   2011-04-12 2011-04-19 00:04
키친 (キッチン) 지은이 : 요시모토 바나나 (吉本 ばなな) 옮긴이 : 김남주 출판사 : 민음사 (1999/02/06) 읽은날 : 1999/05/14 키친... '일본 신세대 작가의 소설집. "키친"의 주인공 여대생 미카케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  
95 외국 악어 -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freeism 4861   2011-04-12 2011-04-12 11:01
악어 지은이 :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옮긴이 : 강주현 출판사 : 느낌 (1999/03/10) 읽은날 : 1999/06/20 참 골때리는군... 악어가 사람을 먹다니... 도스토예프스키의 은유적 사회비판이 돋보이는 소설...  
94 외국 까트린 이야기(발레소녀 카트린, Catherine Certitude) -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freeism 4839   2011-04-12 2011-04-19 00:03
까트린 이야기 (발레소녀 카트린, Catherine Certitude) 지은이 :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장 자끄 상뻬(그림) 옮긴이 : 이세욱 출판사 : 열린책들 (1997/09/30) 읽은날 : 1999/07/10 "안경을 쓴 소녀 까트린의 두...  
93 외국 케스 - 매와 소년 (A Kestrel for Knave) - 배리 하인즈 (Barry Hines) freeism 4768   2011-04-12 2011-04-18 00:07
케스-매와 소년 (A Kestrel for Knave) 지은이 : 배리 하인즈 (Barry Hines) 옮긴이 : 김태언 출판사 : 녹색평론사 (1998/08/20) 읽은날 : 1999/07/21 얼마 전 종로서적에서 책을 구경하다 책 형태랑 표지가 독특해 무심코 ...  
92 외국 마법의 공원 (Il Cerchio Magico) - 수산나 타마로 (Susanna Tamaro) freeism 6059   2011-04-12 2011-04-18 00:05
마법의 공원 (Il Cerchio Magico) 지은이 : 수산나 타마로 (Susanna Tamaro), 토니 로 스(그림) 옮긴이 : 이기철 출판사 : 고려원 (1996/09/01) 읽은날 : 1999/07/30 어린 날의 동화를 읽는 듯하면서 한편으론 핑크 플로이드의...  
91 외국 콘트라베이스 (Der Kontrabaβ)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freeism 4414   2011-04-12 2011-04-19 00:02
콘트라베이스 (Der Kontrabaβ) 지은이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옮긴이 : 유혜자 출판사 : 열린책들 (1993/03/10) 읽은날 : 1999/08/01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또다른 좀머 씨 이야기... 한마디로 말하면 콘트라베이...  
90 외국 비둘기 (Die Taube)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freeism 6115   2011-04-13 2011-04-19 00:01
비둘기 (Die Taube) 지은이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옮긴이 : 유혜자 출판사 : 열린책들 (1994/05/10) 읽은날 : 1999/09/19 역시나 쥐스킨트만의 묘미가 한층 느껴지는 책... "5개월만 지나면 파리의 어느 은행...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