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My Autobiography)


지은이 : 찰리 채플린 (Chalie Chaplin)
옮긴이 : 이현
출판사 : 김영사 (2007/12/10)
읽은날 : 2011/01/29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10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첫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채플린이라는 인물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조금씩 뒤로 밀려버린 책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잠시 들여다보자 이내 빠져버리고 말았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에 모셔두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나 하듯이 그의 시간 속으로, 1900년 대 초반의 영화사로 나를 끌어들였다.


 어려웠던 유년기의 시절은 흩어졌던 기억들을 모아 단편적으로 엮어져있다. 그래서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화려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기에 소홀히 넘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년 시절을 거치고 두 번째 미국행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좀 더 세밀하게 그를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채플린만의 색깔을 지닐 수 있도록 했던 ‘뜨내기 신사’의 탄생 과정이 인상 깊다.
 “의상실로 향하면서 나는 헐렁한 바지, 커다란 구두, 지팡이 그리고 중산모자를 써볼 참이었다. 나는 전체적으로 부조화스러운 것을 생각했다. 헐렁한 바지에 꽉 끼는 상의, 작은 모자에 큼지막한 구두가 좋을 것 같았다.” (p298)
 옛날 어떤 글에서는 그의 뜨내기 콘셉트를 우연의 산물로 매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그의 희극에 대한 열정을 몰라서 하는 소린 것 같다. 배역은 물론 상황과 소품, 카메라 작업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랜 노력이라는 트레이닝이 그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지 싶다.


 “이 인물에 대해 설명드릴 것 같으면,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입니다. 뜨내기이면서 신사, 시인, 몽상가인가 하면 외톨이이기도 하죠. 항상 로맨스와 모험을 꿈꿉니다. 그리고 남이 자신을 과학자, 음악가, 공자, 폴로 선수로 알아주었으면 하지요. 그렇지만 겨우 한다는 짓이 담배꽁초나 주워 피우거나 아이들 코 묻은 사탕이나 뺏어 먹는 거예요. 그리고 가끔이기는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면 부인의 궁둥이도 서슴지 않고 걷어찹니다.” (p300)
 채플린의 인생 역시 그가 창조해낸 뜨내기와 닮아 있었다. 극심했던 가난과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어머니의 정신질환, 정착하기 힘든 가난한 극단생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작은 상의와 헐렁한 바지처럼 궁핍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희극배우라는 꿈을 앉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켰다.


 미국에서의 영화는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찍는 영화마다 관객들은 웃다가 쓰러졌다. 영화사는 그와 계약하기 위해 엄청난 계약금을 들고 줄을 섰다. 청년 채플린은 순식간에 미국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채플린은 순식간에 획득한 부와 명예가 어색하기만 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 나만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쓸쓸해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즐거웠지만 대중 앞에서는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오히려 이런 모습에 더 애착이 간다. 그의 영화에서 느꼈던 연민이 그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 ‘스타’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있는 인간 채플린을 떠올리게 했다. 대중 속에 외로워했던 그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직장이나 집에서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참담했다. 세상과 아등바등 싸워나갈수록 나를 둘러싼 관계가 하나 둘 단절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홀로 남겨져 버렸다... 현대를 살아가는 고독이 채플린의 가냘픈 지팡이처럼 위태로웠기에 사람들은 아직 채플린을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성공 속에서도 좌절의 눈물을 볼 수 있었기에 그의 위대함이 있지 않았나 싶다.


 <키드>, <황금광 시대>, <서커스>, <시티 라이트> 등을 히트시키며 세기의 아이콘으로 뛰어오른 채플린. 하지만 그를 세계의 스타로 만들었던 무성영화는 점차 유성영화(토키영화)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그가 만든 작품이 여전히 유성영화를 넘어선 인기를 끌고는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유성영화는 이미 대세가 되어버렸고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었다. 물론 채플린도 유성영화를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뜨내기가 말을 하는 순간 그는 전혀 딴 사람으로" 바뀔게 뻔했기에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유성영화의 위력 앞에 방황하는 채플린. 우여곡절 끝에 제작한 <모던 타임스>가 성공하긴 했지만 무성영화는 여전히 큰 모험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위대한 독재자>의 흥행이 그의 앞길을 열어주는가 했지만 이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소신과 양심으로 행했던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조차 모호한 공산주의자라는 모함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파벌주의에 휩쓸려 '미국 추방'이라는 모욕적인 결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우나 오닐과의 결혼(통산 네 번째 결혼)을 통해 삶의 안식을 구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를 스쳐갔던 수많은 인연들은 순간의 즐거움에 불과했다면 우나와의 만남은 나이나 명예, 돈과는 거리가 먼 깊은 안식이었다. 결국 찰리 채플린이 인생 후반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함께 짊어진 우나는 찰리의 죽음까지 지킨 마지막 여인이 되었다.
 화려한 명성과 엄청난 부를 쌓았음에도 늘 허전했던 그가 결국 찾아 헤맨 것은 무성영화의 부활도, 세상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드는 것도 아닌, 어머니 같은 한 여인의 포근한 품속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가 이룬 업적을 한낮 '모성 회기'라는 정신적인 결과물이라 폄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자서전이나 평전들을 살펴보더라도 온전한 가정의 따뜻함이 없었던 위인의 삶이 늘 불행하게 마무리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무리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찰리 채플린, 그의 명성만큼이나 엄청난 분량을 차지했던 자서전. 다양한 식견으로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였던 그였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는 조금 인색한 것 같다. 네 번의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사생활이 아닌 연애관이나 결혼관 등의 인간관계) 부분이나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끝자락에 있었던 그의 견해도 부족한 느낌이다. 자신을 내팽개쳤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좀 더 솔직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시간 순으로 정리된 사실들이 조금은 식상했다. 언제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가 하는 식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의 내밀한 면을 접해보고자 했던 독자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 자서전이 1964년에 처음 출판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앞선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몇몇의 사건이나 기억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긴, 수십 년 전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여기에 살을 붙인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으리라. 시간이 지나면서 윤색되고 희석되어진 사건들도 많았을 테고 여기에 등장하는 영화사 관계자, 영화배우, 친구, 가족들이 대부분 생존해 있을 당시였으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떠나보낸 '스타'를 생각하자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의 겉모습(행적이나 업적)보다는 내면적인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사후에 다른 작가에 의해 해당 인물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조사해서 쓴 평전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비록 본인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는 없다지만 오랜 자료수집과 연구 끝에 기술된 내용이기에 개인이 갖는 기억의 한계로부터 많이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채플린의 '솔직한 육성'은 조금 아쉬웠다.


 흑백 무성영화에서 봤던 뜨내기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커다란 구두를 뒤뚱거리며 옮겨놓는 그의 뒷모습과 오른 손에서 경쾌하고 돌리고 있는 지팡이의 모습,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여린 눈망울을 글썽이던 채플린의 모습은 여전히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의 인생은 많은 곡절로 마감되었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영화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울고 웃게 했다. 그가 사랑했던, 꿈꿔오던 모든 이상은 무수한 조각으로 나뉘어 세상을 남아있는 것 같다.

분류 :
사람
조회 수 :
4406
등록일 :
2011.05.11
00:15:2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2075&act=trackback&key=ee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2075
List of Articles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