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페스트(La Peste)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막혔다. 외출이라도 하려면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의 심정만큼 비장한 결심을 해야 했다. 이런 답답함은 에어컨 밑에 있는 그 순간만 제외하면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설상가상으로 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이야기의 각 부분들이 잘 연결되지 않았고 꼬부랑 이름의 등장인물은 날 계속 헛갈리게 했다. 이는 카뮈의 책이 어렵고 난해할 거라는 내 선입견과 맞물려 더욱 읽는 속도를 더디게 했다. 그렇다고 페스트가 퍼진 오랑 시의 암울함마저 뒤덮는 것은 아니었다.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균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흑사병이라고도 하며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물론 지금은 많이 기술이 발달해 많이 안전해졌지만). 그래서 옛날에는 이 병이 한번 돌면 도시는 물론 국가 기능까지 마비될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이런 페스트가 오랑 시에서 발병해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시의 모든 출입구가 통제되면서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되었다. 개인의 사생활은 없어지고 사회활동마저 제한되었다. 의사인 리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자를 치료하며 치료제 개발에 노력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페스트는 물론이고 단절된 현실과 고립된 자신과도 싸워야했다.

  <페스트>에서 급속하게 퍼지는 전염병은 가족이나 친구, 이웃과의 이별을 가져왔고, 죽음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페스트가 장기화되고 불안과 통제가 오래될수록 개인감정과 건강상의 문제 넘어 인간에 대한 존재가치까지 흔들어놓았다.

  개인의 삶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극도로 통제된 상황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역경이 닥쳤을 때 흔히 좀 더 노력해 현실을 극복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버린 상황이라면?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외부의 환경과 끝까지 맞서 싸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새로운 질서 속에 자신을 적응시켜 나갈지도 모른다. 혹은 종교나 초월적인 존재에 기대어 현실을 외면하고자 도망치는 경우도 있겠다.

  지나간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듯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 또한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불행을 위안 삼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무시해버릴 수도 있으리라. 이런 단절은 고통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는 외적인 고립보다 더 무서운 이 아닐까 싶다.


  페스트가 뒤흔든 오랑시의 모습은 온갖 거대한 난관에 가로막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란 원래 나약한데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라 현실에 타협하거나 순응한다고 해서 함부로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거대한 벽 앞에 근시안적인 대처법으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모습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안쓰러웠다. <페스트>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전염병이었다.

 

  숨을 틀어막는 무더운 날씨에 갇혀버린 나는 페스트가 뒤덮은 답답한 도시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456
등록일 :
2016.09.05
23:25:38 (*.111.129.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3577&act=trackback&key=87e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357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379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4   2019-09-14 2019-09-14 20:1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난 5월, 처음으로 ...  
378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64   2019-06-11 2019-06-11 22:40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377 한국 아몬드 - 손원평 freeism 75   2019-01-22 2019-02-04 00:08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출판사 : 창비(2017/03/31) 읽은날 : 2019/02/21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  
376 외국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freeism 80   2019-01-19 2019-01-19 07:12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지은이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출판사 : 열린책들(2011/10/10) 읽은날 : 2019/01/08 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학...  
375 외국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 다니엘 디포(Da... freeism 99   2018-12-14 2018-12-14 15:28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지은이 :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출판사 : 열린책들(2011/03/20, 초판 : 1719) 읽은날 : 2018/12/05 로빈슨 크루소를 모티브로...  
374 한국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freeism 136   2018-08-26 2018-08-30 16:59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2018/10/14) 읽은날 : 2018/08/26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373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199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372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132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371 한국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freeism 130   2018-08-04 2018-08-05 10:17
오직 두 사람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7/05/25) 읽은날 : 2018/08/04 거의 백만 년 만에 읽은 책이다.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한번 멀어져버린 책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 속 한구석에는 책을 읽어...  
370 인문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이형주 freeism 295   2017-02-27 2018-08-04 23:14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2016/11/30) 읽은날 : 2017/02/20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  
369 산문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박경석 freeism 254   2017-01-31 2017-01-31 23:23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지은이 : 박경석 출판사 : 책으로여는세상(2013/10/29) 읽은날 : 2017/01/30 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지도하면서 매월 나가는 곳이 있다. 반여동(부산)에 위치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  
368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320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367 외국 해부학자(El anstomistra)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freeism 330   2016-10-13 2016-10-23 01:38
해부학자(El anstomistra) 지은이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옮긴이 : 조구호 출판사 : 문학동네(2011/02/25, 초판:1997) 읽은날 : 2016/10/13 현대소설보다는 고전 중심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책들...  
» 외국 페스트(La Peste)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freeism 456   2016-09-05 2016-09-06 20:15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365 한국 채식주의자 - 한강 freeism 344   2016-07-07 2016-07-07 23:57
채식주의자 지은이 : 한강 출판사 : 문학동네(2007/10/30) 읽은날 : 2016/06/29 2016년 6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송에서는...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