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아름다운 마무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8/11/15)
읽은날 : 2009/01/16


아름다운 마무리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콕 막힌 사람들이 더러 있다.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p120)


법정 스님의 '길‘에는 늘 향기가 흐른다.
‘없음’의 향기, 궁핍한 없음이 아니라 있어도 비워버리는 무소유의 없음 말이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충만함의 향기는 그 근처에만 가도 온몸으로 전이되어 넘쳐난다. 독자는 가만히 책을 펼치고 흘러넘치는 향기와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책은 스님의 일상을 잔잔히 기록한다.
자연과 벗 삼은 수행생활을 이야기 하면서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생활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단출한 미덕을 이야기한다. 지루할 것 같은 산중생활에 활기를 넣어주는 차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또한 치열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여유가 되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글 속에 담겨진 스님의 진솔함이 인상 깊다.
무소유를 위해 반평생을 정진했던 스님이지만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어쩔 수 없는 사심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 아담한 옹기 하나, 우리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소소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스님.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세상의 모든 티끌을 털어버리고 아무런 심리적 동요도 없이 용맹 정진하는, 가식과 허상으로 포장된 ‘대선사'가 아니라 끝임 없이 자신과 싸워나가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버려야지, 버리면서 살아야지 하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얼마전에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샀다. 생활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나의 흥미와 관심에 의해 소유하게 된 물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몇 번의 저울질과 망설임 끝에 결정한 일이라지만 여기선 이마저도 날 부끄럽게 한다. 버리기는커녕 채워 넣기에 바쁘다.
빈손으로 떠나고 싶다는 스님의 말이 가슴을 적신다.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요즘에 이르러 받는 일보다도 주는 일이 더 즐겁다. 이 세상에서 받기만하고 주지 못했던 그 탐욕과 인색을 훌훌 털어 내고 싶다.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새 주인에게 죄다 돌려 드리고 싶다.
누구든지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게 맡겨 놓은 것들을 내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두루두루 챙겨 가기 바란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본래무일물, 이것이 출세간의 청백가풍이다." (p216)


가슴 속에서 따뜻한 봄이 움트는 걸 느낄 수 있다.
하루 이틀에 읽고 책장에 놓아버릴 책은 아니지 싶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차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곁에 두고 음미하고 싶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4473
등록일 :
2011.05.09
22:10:3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654&act=trackback&key=35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65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67 산문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freeism 6901   2011-05-09 2011-05-09 23:10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엮은이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옮긴이 : 정나리아, 이은경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10/06/10) 읽은날 : 2010/07/28 <시민 케인>을 아는가...  
66 산문 책 읽는 청춘에게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freeism 6809   2011-05-09 2011-05-09 23:00
책 읽는 청춘에게 지은이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2010/05/20) 읽은날 : 2010/06/30 젊은 대학생 7명이 모여 책을 펴냈다. 다른 학생들이 토익과 취업에 목매달고 있을 때...  
65 산문 카일라스 가는 길 - 박범신 freeism 7557   2011-05-09 2011-05-09 22:58
카일라스 가는 길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문이당 (2007/10/20) 읽은날 : 2010/05/25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64 산문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김원영 freeism 6460   2011-05-09 2017-01-31 22:53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지은이 : 김원영 출판사 : 푸른숲 (2010/04/05) 읽은날 : 2010/04/21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를 대놓고 차별하거나 비아냥거리...  
63 산문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freeism 7918   2011-05-09 2011-05-09 22:48
그건 사랑이었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2009/07/06) 읽은날 : 2010/02/20 한비야 님의 책은 처음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인터넷을 통해 그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눈앞에...  
62 산문 한국의 책쟁이들 - 임종업 freeism 6113   2011-05-09 2011-05-09 22:30
한국의 책쟁이들 지은이 : 임종업 출판사 : 청림출판 (2009/09/17) 읽은날 : 2010/01/16 한국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책쟁이들이 다 모였다.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하면서 특정분야 마니아로 발전한 게 된 총각, 사제를 털어 ...  
61 산문 강산무진 - 김훈 freeism 3870   2011-05-09 2011-05-09 22:27
강산무진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6/04/17) 읽은날 : 2009/12/09 배웅 정체된 도심에 갇혀버린 한 중년의 일상. 택시 운전을 하는 김장수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가 옛날 식품사업을 할 때 함께 고생했던...  
60 산문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 김형오 freeism 4090   2011-05-09 2011-05-09 22:26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지은이 : 김형오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9/03/25) 읽은날 : 2009/11/10 사회에서 나름의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어머니가 국회의원을 만나고 왔다며 받아온 책이다. 표지와 제목을 보니 텔레비전에...  
59 산문 어느 날 사랑이 - 조영남 freeism 3815   2011-05-09 2011-05-09 22:24
어느 날 사랑이 지은이 : 조영남 출판사 : 한길사 (2007/09/30) 읽은날 : 2009/09 언제부턴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면서 작은 소일거리를 만들었다. 이 작은 일이란 다름 아닌 책읽기. 옛날에는 담배를 한 대 피우거나 아니...  
58 산문 일기일회 - 법정 freeism 4501   2011-05-09 2011-05-09 22:22
일기일회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9/05/27) 읽은날 : 2009/07/02 박물관에나 있을 옛 고서를 다루듯 조심스레 책장을 넘긴다. 책장 사이에 숨겨진 꽃향기가 날아가 버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말이다. 법정스님의...  
» 산문 아름다운 마무리 - 법정 freeism 4473   2011-05-09 2011-05-09 22:17
아름다운 마무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8/11/15) 읽은날 : 2009/01/16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56 산문 산중 일기 - 최인호 freeism 4141   2011-05-09 2011-05-09 22:15
산중 일기 지은이 : 최인호 사 진 : 백종하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04/25) 읽은날 : 2008/09/23 선문답 [禪問答] : [명사] <불교>참선하는 사람들끼리 진리를 찾기 위하여 주고받는 대화. 불교에 조애가 깊은 최...  
55 산문 선방일기 - 지허 freeism 6488   2011-05-09 2011-05-09 15:57
선방일기 지은이 : 지허 출판사 : 여시아문 (2000/07/20) 읽은날 : 2008/04/23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외출할 일이 있어 "어디 간단하게 읽을거리 없을까" 하고 무심코 집어들었다. 옛 서책의 모양을 본 딴 단출해 보이는 얇은...  
54 산문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 막시무스 (이근영 freeism 4054   2011-05-06 2011-05-06 21:41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지은이 : 막시무스 (이근영) 출판사 : 갤리온 (웅진씽크빅 단행본 그룹, 2006/07/21) 읽은날 : 2007/12/05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명언들이 일관성 없이 나열된다. 아무 생각 없이 읽...  
53 산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freeism 3734   2011-05-06 2011-05-06 21:35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7/04/30) 읽은날 : 2007/10/14 한때는 소설보다 수필이나 산문을 많이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이나 일상의 잔잔함을 편안하게 음미해 볼 수 있기 때...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