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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지은이 : 한홍구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9/03/31)
읽은날 : 2010/01/05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최근 출판된 역사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한홍구’일 것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라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와 같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한 발 비껴 있었던 분야가 사람들의 입에 새로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나 비교적 근래에 발생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안티’들의 불편한 심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지 싶다.
 무한스피드 사회에서 과거의 일을 회고하고 반성해 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기다 우리가 배웠던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역사라는 것 차체를 고리타분한 학문의 범주에만 가둬놓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역시를 보는 시각도 삐뚤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제한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할 때 한홍구님이 써내려가고 있는 한 줄의 역사(책)는 우리시대를 되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이지 싶다.


 사실 한홍구님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근현대사 관련 글을 엮은 <대한민국史(사)>로 <한겨레21>에서 5년간 연재한 글을 엮었는데 촛불집해니 용산사태니 하는 혼란한 정국과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4권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굵직한 사건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 생각되었기에 관심 있게 지켜봤었다. 그 와중에 출판된 책이 바로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이다. 2008년 이뤄진 강좌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이전의 4부작과는 연장선상에 있는 듯 보여 선뜻 구입해버렸다. 그가 말하는 우리시대의 역사를 최근 이야기를 통해 유추해보고 그의 생각을 가름해보고자 했지만, 사실은 ‘역사’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우리 역사도 제대로 읽어 내려가지 못할 것 같은, 무식이 탄로 날 것 같은 두려움, 혹은 부끄러움도 한 몫 했었다.


 1. 역사의내전, 뉴라이트와 건국절 논란
 뉴라이트, 신보수주의라 해야 할까,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의 득세로 좌익은 몰살되다시피 했고 그 틈을 노려 한국의 대표우익으로 자리매김해온 현실을 개탄한다. 제대로 된 우파가 없는 상황 속에서 정치적 계산에 의해 급조되었다는 뉴라이트!
 최근 촛불시위와 맞물려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호국집회 역시 국가라는 거대 권력을 내세워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려는 편협한 애국주의는 아니지 되돌아본다. 보수진영은 진보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우리 역사에 대한 냉철한 의식과 반성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2. 간첩이 돌아왔다, 잊혀진 추억이 현실로
 군대에 있을 때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간첩이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그 많다던 간첩들의 대부분이 허술한 조작사건이 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중앙정보부, 안기부와 같은 집권층이 꾸며낸 이야기에 익숙해져 우리의 사고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부지불식간에 전이된 우편향적 모순점을 여실히 드러난다.


 3. 토건족의 나라, 대한민국은 공사 중
 박정희 시대부터 앞뒤 안보고 달려온 토건국가를 비판한다. 관(關)이 연합해 땅을 매립하고 도시를 계획한다. 뒷돈을 주고 캐낸 정보로 땅값을 굴리며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렇게 우리는 땀 흘리지 않고 부자 되는 법을 너무 쉽게 알아버렸다. 힘들게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파헤치는 강산에서부터 우리시대를 휘감고 있는 투기 열풍까지 부에 대한 삐뚤어진 열정을 비판한다.


 4. 헌법 정신과 민영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묻는다
 "결국 공공성 부분이 사라지고, 노동 강도가 더욱 세지고,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동시에 민영화의 본질인 수익 창출을 위한 전기, 가스, 수도, 교통 요금 등 국민들의 기초생활 부분들이 터무니없이 비싸지겠죠.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요?"
 사실 자본주의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무한경쟁을 모토로 내건 사업들이 줄기차게 벌어진다. 나 아니면 적이 될 수밖에 상황이다 보니 공공의 편익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만 집착해 온 것도 사실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누구를 위한 기업인지 살펴본다.


 5. 괴담의 사회사, 여고괴담에서 광우병 괴담까지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던 소문은 인터넷의 폭발적인 발전과 더불어 그 영향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작은 견해차에서 비롯된 오해일지라도 수십만 건의 댓글과 악플을 통해 괴담으로 발전되어 사회와 여론을 움직이고 사람을 죽인다. 한홍구님은 이런 괴담마저도 즐길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을 주문한다.
 "무조건 없애려고 할 게 아니라 괴담을 만들어내는 백성들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따라갈 때 괴담은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괴담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 더 신나는 일들이 많을 때 괴담은 줄어들 겁니다. 괴담은 그저 괴담으로, 이야기로, 우리가 가볍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민주화와 정보 공개를 통해 풀어가야 합니다."


 6. 경찰 폭력의 역사, 일본 순사에서 백골단 부활까지
 일제 강점기 이후 경찰이 갖고 있는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친일파들은 해방 후에도 미군정의 정책과 맞물려 경찰이라는 공권력으로 계속적인 힘을 우위에 서게 되었다. 이런 모순 속에 시작된 경찰은 스스로의 허물을 벗어버리지 못한 체 몇몇 집단의 행동대원으로 일선에 나서며 군대로까지 그 ‘폭력’의 영역을 확대했다.


 7. 사교육 공화국, 잃어버린 교육을 찾아서
 딜레마에 빠져버린 우리나라 교육을 살펴본다. 공교육은 무력화 되고 사교육은 거대한 공룡으로 증식하면서 권력세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을 개탄한다. 또한 전교조 등 교사 집단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친 왜곡과 과장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학교라는 존재를 규제와 억압이라는 틀 속에서 해석하거나 지식교육의 가치를 등한시한 체 교육의 표면적 평준화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고, 심지어는 학생을 가르친다는 교육의 본질적인 면까지도 공교육의 병폐라며 매도하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한홍구님의 말대로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점도 많고 고칠 점도 많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의 노력들을 평론집에나 쓰일 논리로만 저울질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웠다.


 8. 촛불, 몸에 밴 민주주의의 역동성
 1987년 6월항쟁부터 오늘날의 촛불시위까지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특히 현장에 뛰어든 학생들의 순수함과 열정에 의미를 찾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을 강구한다.
 사실 나는 촛불시위에 참가한 적이 없다. 물론 호국시위도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촛불을 들고 거리고 나서지도 않았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는 대중 집회가 갖고 있는 선동성, 자신의 생각보다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생각을 끼워 맞추고 논리화시키는 집단화에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이다. 나 스스로도 명확한 기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이끌려, 학생들이 나서니 나도 가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는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촛불이라는 몽환적인 이미지에 이끌려 달려가기에는 내 생각이 정리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거리에 나섰던 그들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진지함을 빙자한 나의 비겁함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손에 피어난 한 송이의 촛불이 모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단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섣부르게 말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행동이 갖고 있는 힘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힘이나마 진지하게 사용하고 싶었다. 물론 이런 무지 때문에 <특강>을 읽고 있지만 말이다.


 역사에 대해 강준만 교수님의 책은 몇 권 꾸준히 읽어 봤지만 특히 이런 진보적 색체가 강한 글은 그 경험이 별로 없었다. 사실 진보를 넘어 체제비판적인 글이 주를 이루는 소위 ‘빨간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긴 이것 역시 기존의 틀을 유지해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보수진영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진보보다는 보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개혁보다는 안정을, 무엇을 얻으려하기 보다는 더 이상 빼앗기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럴수록 균형 잡힌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더 필요하지 싶다.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쪽으로 치우쳐버린 편협된 생각이 아니라 상하좌우의 장단점을 두루 살피고 행동하되 그 중심은 언제나 사람,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넓은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분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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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22:29:27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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