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고래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린 세상을 헤치며
돈과 사랑을 쫓아 모진 인연을 쓸어왔으니
그녀의 이름은 금복.
거대한 꿈으로 자신의 고래를 세우던 날
붉은 바다는 결국 그녀를 삼켜버립니다.
 
잿더미로 죽어버린 바다에서
조용히 고래의 시체를 찾는 이가 있었으니
금복의 딸, 춘희.
원죄를 둘러쓰고 불길 속을 헤매던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 2.
 
금복은 "이전의 당당하고 인정 많은 여장부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기심과 치졸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속 좁은 사내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p289)
 
결국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 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p301)
 
"그대, 돌아오세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나는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 쌍의 족제비가 사랑을 나누듯
  한 쌍의 잠자리가 사랑을 나누듯
  우리 다시 만나
  예전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어요.
  그대, 어서 돌아오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p419) 
 
 
# 3.
 
고래가 보인다. 
간지작살의 구라빨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미쳐버린 초콜릿의 강렬한 중독성이랄까.
흥분된 오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이외수 님의 초기 소설을 대했을 때처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읽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리는 마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신선함은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표면적인 기교와 재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야기 구조의 한계가 아닐까.
 
천명관, 그의 이름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이름이지 싶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로 글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고래같이 거대한 책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5928
등록일 :
2012.02.12
07:25:49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3672&act=trackback&key=f16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367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317 외국 콧수염 (La Moustache) - 엠마뉴엘 카레르 (Emmanuel Carrere) freeism 4187   2011-04-25 2011-04-25 10:08
콧수염 (La Moustache) 지은이 : 엠마뉴엘 카레르 (Emmanuel Carrere) 옮긴이 : 전미연 출판사 : 열린책들 (2001/01/20) 읽은날 : 2001/05/23 쇼킹한데... 어찌 보면 단순한 소재의 이야기.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글 속에...  
316 산문 인생 - 김용택 freeism 3525   2011-04-25 2011-04-25 10:11
인생 지은이 : 김용택 출판사 : 이레 (2000/12/20) 읽은날 : 2001/06/19 잔잔하고 수줍은 듯 내게 다가오는 용택이 아저씨의 글, '인생'... 이전의 산문들이 이웃과 사람 중심이라면 여기서는 작가 자신 속에서 투영된 주변의...  
315 인문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서현 freeism 3859   2011-04-26 2011-04-26 15:00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지은이 : 서현 출판사 : 호형출판 (1999/09/05) 읽은날 : 2001/06/29 1. 멋지게 휘갈겨진 책... 건축을 중심으로 우리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중심을 건축물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람'을...  
314 인문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freeism 4027   2011-04-27 2011-04-27 00:27
그리스 로마 신화 지은이 : 이윤기 출판사 : 웅진닷컴 (2000/06/26) 읽은날 : 2001/07/04 역시나, 뛰어난 번역자이자 이야기꾼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책... 걸쭉한 진국처럼 <그리스 인 조르바>의 전설을 우리에게 전해준...  
313 산문 외뿔 - 이외수 freeism 3422   2011-04-27 2011-04-27 00:29
외뿔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1/04/18) 읽은날 : 2001/07/11 외수 형님께... 안녕하십니까 외수 형님. 이게 얼마만 입니까? 그 동안 몸은 건강하셨는지... 간간이 형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파지'속을 헤엄치고 ...  
312 한국 상도 - 최인호 freeism 3485   2011-04-27 2011-04-27 00:31
상도 (1~5)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2000/11/01) 읽은날 : 2001/08/20 얼마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최인호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인호 형님이야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인호 형님의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  
311 산문 무소유 - 법정 freeism 3597   2011-04-27 2011-04-27 00:33
무소유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1976/04/15) 읽은날 : 2001/08/30 우리는 슬퍼해야 합니다. 이런 엿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은 욕...  
310 산문 지리산 편지 - 정도상 freeism 3526   2011-04-27 2011-04-27 00:35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309 외국 교코 (キョウコ) - 무라카미 류 (村上 龍) freeism 4181   2011-04-27 2011-04-27 00:38
교코 (キョウコ) 지은이 : 무라카미 류 (村上 龍)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민음사 (1997/08/30) 읽은날 : 2001/11/15 무라카미 류... 얼마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진 헛갈려했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라는 같은 국적에다...  
308 외국 여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The Best Laid Plans) -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 freeism 4166   2011-04-27 2011-04-27 00:41
여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The Best Laid Plans) 지은이 :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 옮긴이 : 정성호 출판사 : 북@북스 (2000/07/05) 읽은날 : 2001/11/21 과거 군대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읽었던 <영원한 것은 없다>와 ...  
307 산문 물소리 바람소리 - 법정 freeism 3760   2011-04-27 2011-04-27 00:43
물소리 바람소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샘터 (1986/10/15) 읽은날 : 2002/01/26 "요즘 부쩍 이 지구의 여기저기에 잇따라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  
306 사람 체 게바라 평전 (Che Guevara) - 장 코르미에 (Jean Cormier) freeism 2840   2011-04-27 2011-04-27 23:46
체 게바라 평전 (Che Guevara) 지은이 : 장 코르미에 (Jean Cormier) 옮긴이 : 김미선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00/03/05) 읽은날 : 2002/02/07 언제고 책방에서 왠지 모를 강한 인상으로 유심히 살폈던 책(예수나 락가수를 연상...  
305 산문 예술가로 산다는 것 - 박영택 freeism 3599   2011-04-27 2011-04-27 23:4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영택, 김홍희(사진) 출판사 : 마음산책 (2001/10/05) 읽은날 : 2002/02/15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  
304 산문 사람 - 안도현 freeism 3643   2011-04-27 2011-04-27 23:46
사람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이레 (2002/01/05) 읽은날 : 2002/02/20 사소함,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가벼운' 것들의 따뜻한 이야기. 어린 시절의 동네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처럼, 할머니에게서 듣던 동화 속의 ...  
303 외국 오페라의 유령 (Le Fanto"me de l'Ope'ra) - 가스통 르루 (Caston Leroux) freeism 3877   2011-04-27 2011-04-27 23:48
오페라의 유령 (Le Fanto"me de l'Ope'ra) 지은이 : 가스통 르루 (Caston Leroux) 옮긴이 : 성귀수 출판사 : 문학세계사 (2001/09/20) 읽은날 : 2002/04/16 집착이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우리는 얼마...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