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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달리기와 존재하기 (Running & Being)

지은이 : 조지 쉬언 (George Sheehan)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한문화 (2010/08/06)

읽은날 : 2012/05/20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Let Your Life Speak)  

  나는 오늘도 달린다. 퇴근 후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을 이용해 어둠이 깔린 강변에 선다. 찌뿌등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하루 동안에 쌓인 긴장을 풀어준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양팔을 가볍게 털고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 쌀쌀한 밤공기가 셔츠 사이로 파고든다.
  점점 호흡이 빨라지더니 적당히 데워진 몸이 점차 안정되면 뻣뻣하던 몸도 데워진 땀과 함께 부드러워진다. 규칙적인 들숨과 날숨 사이를 건너뛰며 도시의 야경을 가른다. 나를 달린다.
  일주일 서너 번씩 반복되는 달리기지만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내일 있을 회의를 생각하거나 아이들의 학원비를 걱정하기도 한다. 혹은 MP3의 음악에 심취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달리기를 통한 명상법이자 그 결과물로 형이상학적이면서 철학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정신적이다. 그래서 달리기에 대한 테크닉이나 기술보다는 러너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는 명상서적에 가깝다.  하지만 달리기만을 국한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리를 스치는 여러 생각과 느낌들을 달리기라는 테마를 통해 묶어놓았다는 편이 옳겠다.
  그래서 조금 산만하고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저 멍하게 텍스트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오랜 달리기에 길들여진 다리처럼 아무런 느낌 없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내가 아직 달리기의 진정한 맛을 깨닫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지 쉬언의 글은 여전히 모호했다. 
 
  또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운동선수를 애찬하며 운동만이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말한다. 물론 정기적으로 달리고 운동을 하는(적어도 하려고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뿌듯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조금 지나친 감도 없질 않다. 보약도 몸에 좋다고 장복하면 오히려 독이 되듯이 운동의 장점만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자칫 운동이 갖는 소소한 재미를 방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 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부담스러운 칭찬이나 거창한 이론보다는 달릴 때의 징~한 느낌을 담담히 그려낸  하루키의 글이 오히려 진솔해 보였다.   
 
  달리고 싶다. 다시 한 번 42.195km에 도전하고 싶다. 2011년에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 나갔다가 30km 이후로 거의 자포자기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열망을 더없이 간절하다. 물론 5시간 이내에 완주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겠지만, 최소한 지금만큼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만큼은 여느 서브3(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 주자 못지않은 마음이다.
  이 느낌을 올 가을까지 유지하며 춘천(춘천마라톤)을 달려야겠다. 나의 한계, 그 위태로운 경계선을 뛰어넘고 싶다. 화이팅, 문성만! 

분류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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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9
등록일 :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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