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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한국의 책쟁이들


지은이 : 임종업
출판사 : 청림출판 (2009/09/17)
읽은날 : 2010/01/16


한국의 책쟁이들  한국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책쟁이들이 다 모였다.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하면서 특정분야 마니아로 발전한 게 된 총각, 사제를 털어 책을 모으고 북카페를 차린 아저씨, 직업으로 책을 가까이 하다가 그 매력에 빠져버린 할아버지 등 책의 매력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곳에 모았다.
 "돈과 이름값에 오로지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더불어 살 만하다. 이들이 진짜 우리문화의 담지자들이다. 책 살 돈을 누가 따로 주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깎아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책을 사들여 읽고 쌓아 지식과 교양의 대를 잇는 이들. 나라의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할 일을 사사로이 떠맡고 있는 이들이 애국자가 아니라면 누구를 꼽을까."


 28명의 책쟁이들을 다섯 챕터로 나눠 소개하는데 각 인물들의 소개사진 뒤로 빼곡히 진열된 책은 그들의 책사랑을 여실히 말해준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장에 빼곡히 들어찬 책, 거기도 모자라 작업실 여기저기에 수북이 쌓여있는 책들. 물론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지만 조금은 억척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지식욕으로 포장된 소유욕인지도 모르겠어요."
 프롤로그에 언급된 김영직씨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책에 집착하는 그 모습이 추하거나 미련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낱권이 갖고 있는 갖가지 사연까지도 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날로그적인 진지함 때문이 아닐까. 인터넷과 디지털로는 구분하기 힘든 그 무엇이 분명, 책에는 존재하니까 말이다.


 "책은 물건이다. 그 물건은 펼쳐져 읽힐 때 책이 된다. 마지막 장이 덮이면 책은 다시 물건이 된다. 책이 책됨은 무척 짧다. 책은, 책으로서보다 책이 되려는 기다림으로 존재한다. 책은 곧 그러함일 터이다."
 책이라는 물건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좀 더 시간이 흘러 이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이상의 경제사정에다 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자손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 애꿎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결국에는 고물상의 폐지마냥 분해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열정과 독자의 애정이 합쳐져 한 시기를 사랑받았을 책이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동네어귀에서 사라져가는 소형 책방과 헌책방처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갖고 있던 책들에 대한 최후도 의심스러워졌다. 지금 내 등 뒤를 장식한 이 책들을 내가 다시 읽거나 활용할 수 있을까? 몇 십 권의 책은 평생을 두고 가까이 보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 정도의 애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각각의 사연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전과 공간의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이제는 좀 나눠 읽어야겠다. 산문집이나 소설 등 상태가 좋은 놈은 중고책으로 되팔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은 학교 도서관에 기증해야겠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고서는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통해 읽어야겠다. 숨 돌림 틈 없이 가득 찬 책장에도 여유를 주자. 어린왕자(<어린왕자>, 생텍쥐페리)나 조나단(<갈매기의 꿈>, 리차드 바크)에게 텅빈충만(<무소유>, 법정)의 여유를 말해줘야겠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책쟁이들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책에 미친 그들의 이야기기를 즐겁게 읽어 내렸다. 책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나 전질이 가지런히 정리된 멋스런 서재가 탐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그들의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아닐까.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 몇 시간이고 서점에서 보냈던 그 때, 종로서적, 영광도서(부산) 같은 대형서점에서 일하려던 적이 있었다. 책을 나르고 정리하는 말단 아르바이트 자리였지만 그 몇 달만큼은 책 속에 빠져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물론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의 느낌인 것 같다. 수천 개의 공으로 풀장을 채우고 놀 수 있는 볼풀처럼, 책이라는 문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런 느낌, 살짝 흥분된 이 맛이 너무 좋다. (왠 자뻑! ^^)

분류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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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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