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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가는 길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문이당 (2007/10/20)
읽은날 : 2010/05/25


카일라스 가는 길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가는 길, 카일라스>)를 통해 카일라스를 알게 됐을 때 두 눈과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황량한 고원 사이에 하얀 봉우리를 세우고 선 모습은 세상의 온갖 잡사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직한 수도승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 둘레를 몇 년에 걸친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티베트 사람들은 어떤가. 온 몸을 던져 신에게 다가가려는 그들의 진지함은 이미 티베트를 설명하는 최고의 상징이 되었다.
 이미 카일라스는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히말라야의 신비함과 위엄 있는 풍모가 더해져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어느새 카일라스는 '성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책은 티베트 라싸에서 카일라스로 가는 길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미려한 글 사이로 큼지막함 사진이 간간히 섞여 있다. 심플하게 넘어가는 책장은 TV를 통해 따라가던 여행과는 확연히 틀리다. 좀 더 감상적이 된다고나 할까. 문단과 문단 사이에 숨을 고르며 티베트와 라싸, 카일라스의 모습을 상상한다.
 몇 해 전에 다녀온 라싸가 떠오른다. 희뿌연 모래바람과 야크기름 냄새, 포탈라 궁의 화려함과 티베탄의 질척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니 곳. 70년대 부산의 변방을 거니는 듯 하다가도 대형슈퍼와 극장, 한식당을 만나면 이내 중국의 관광지라는 인식으로 되돌아오곤 했던 이국. 그 거친 땅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부드럽게 써내려 간다.


 단순히 여행과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현재와 지금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중국의 지배하에 있지만 티베트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여느 나라보다 강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에서 흥청망청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척박한 땅이었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통해 그들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박범신 작가의 눈을 통해 티베트의 이면을 계속 여행한다.


 어쩌면 작가가 찾는 곳은 카일라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카일라스로 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성산’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대한 회한의 글을 통해 그가 이미 카일라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카일라스를 통해 작가의 인생을, 세계관을 보여주는 명상서적을 닮아있다. 여행을 통해, 산을 통해 세상을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작가의 마음을 진지하게 접하게 된다.


 랜드크루져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을 때가 생각난다. 돌과 진흙이 뒤섞인 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며 길 아닌 길을 뚫고 달리던 히말라야 고원. 덜컹거리는 자동차는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을 가중시켰고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은 끊이질 않았다. 거친 평원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의 풍광도 아무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통마저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히말라야의 퍼런 하늘과 뜨거운 공기, 어개를 짓누르던 고산증마저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아련함으로 남아버렸다. 언제고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카일라스 가는 길>을 통해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이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다.

분류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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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1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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