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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 (Into Thin Air)


지은이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옮긴이 : 김훈
출판사 : 황금가지 (2007/06/15, 2판)
읽은날 : 2010/02/10


희박한 공기 속으로 (Into Thin Air)  몇 해 전 티베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길목에 EBC(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를 들른 기억이 난다.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 롱북에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위치한 그곳은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며 자갈밭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그 자갈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얼음과 물, 바람에 깎여 여기에 이르렀으리라.
 고개를 들자 허연 구름 속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에베레스트가 보였다. 허연 수염이 날리듯 정상을 휘감고 있는 구름은 신비롭다 못해 비장해 보였다. 아, 저기가 바로 인간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 에베레스트란 말인가!


 에베레스트(8848m)는 1953년 5월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셰르파)가 처음으로 등정한 이래 1970년에는 라인홀트 메스너와 페터 하벨러가 산소호흡기 없이 등정에 성공했고 우리나라는 1977년에 고상돈 대원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희박한 공기와 칼바람으로 에워싼 이곳은 수많은 산악인에게 고산등반의 기준점이 되어왔고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에베레스트는 이 모든 도전을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았다. 희박한 산소로 인한 고산병과 제트기류를 동반한 눈 폭풍이 많은 이들의 도전의지를 시험했으며 이들 중 몇몇은 얼음산에 묻힌 체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난제들을 하나씩 극복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좌절을 통해 등산루트를 개발하고 첨단기술을 통해 장비를 발전시켰다. 특히, 정상까지 안내해주는 상업등반대가 생겨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제적 능력과 고도적응에 필요한 몇 계월간의 시간만 뒷받침 된다면 일반인도 정상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신성해야 할 에베레스트가 자본주의의에 의해 타락되고 있다고 경고한 힐러리의 말처럼, 정직과 끈기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마저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에베레스트에서 대규모 조난사건이 일어난다. 에베레스트의 대중화와 맞물려 차츰 곪아오던 상업등반대의 문제가 한순간에 터진 것이다.
 “정상에 오른 다섯 명의 동료들 가운데 홀을 포함한 네 사람이 우리가 아직 그 봉우리 높은 데 있는 동안 아무 예고 없이 불어 닥쳐 온 맹렬한 폭풍 속에서 사망했다. 내가 베이스캠프로 내려올 즈음 네 팀의 등반대에서 아홉 명이 사망했으며, 그 달이 가기 전에 다시 세 명이 더 사망했다.” (p17, 머릿말)
 그 현장에 기자로 동행했던 존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에 발표한 내용을 보완하고 정리해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엮었다.


 매연 가득한 서울의 거리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앉아 칼날같이 차가운 대기 속으로 출발했다. 자동차와 사람이 가득 찬 도심은 이미 에베레스트 남쪽 사면을 내려오는 쿰부빙하로 바뀌어 있었고 몇 페이지를 더 넘긴 뒤에는 새하얀 설빙 속에 숨은 크레바스가 나타났다. 시커먼 속살을 숨긴 하얀 칼자국 위로 가이드와 셰르파들이 설치한 사다리가 보였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제1캠프(5,944m), 제2캠프(6,492m), 제3캠프(7,315m)를 거쳐 정상도전의 최종기지 격인 제4캠프(7,925m)에 도착한 우리는 몇 달 전부터 계속된 고도적응훈련에도 불구하고 호흡은 한층 거칠어졌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차를 마시고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이 순간이 오기까지 실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 나 역시 더그와 마찬가지로 이틀 전에 제2캠프를 떠난 뒤로 거의 먹지 못했고 자지 못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의 연골 조직에서는 마치 누군가가 그곳을 칼로 푹 쑤시는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이 일었고 그와 더불어 그런 고통들을 무시해 버리고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다.” (p238)


 이렇게 시작된 에베레스트 등정은 산 정상에서 수직으로 70m 아래에 있는 힐러리 스텝을 만나면서부터 꼬여들기 시작했다. 힐러리 스텝은 에베레스트 남동루트에서 정상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15m 높이의 수직암벽으로 고정밧줄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다 여러 팀들이 일시에 모이는 바람에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정상 등정시간과 하산시간, 변화무쌍한 산 날씨를 감안한다면 여기서 벗어나 하산하는 길이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여기에 모인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기 몸에 닥친 고통과 피로를 무시하고 무조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종종 심각한 위험이 닥쳐오리라는 걸 예고해주는 징조들도 역시 소홀히 봐 넘기는 경향이 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부딪칠 수밖에 없는 딜레마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죽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8,000미터 위에서는 적절한 열정과 무모한 정상 정복열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해져 버린다. 그리하여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시체들이 즐비하다.” (p257)


 결국 사소한 착오와 실수들이 모여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고 말았다. 하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당당히 맞서고자 했던 대원들을 보니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너무 나약하게 느껴졌다.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과 불굴의 투지가 에베레스트의 눈보라를 헤치며 책장 속에 날아든다.
 죽음 앞에서도 가이드로서 자신의 책임감을 잃지 않았던 로브 홀, 스콧 피셔, 앤디 해리스, 그리고 여기선 비록 악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후에 미국산악회가 용감한 산악인에게 수여하는 ‘데이비드 솔즈’ 상을 수상해 복권된 브크레예프 역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산악인으로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 셰르파들에게도 그 명예를 더하고 싶다.
 특히 8,000m 능선의 희박한 공기와 혹독한 추위를 강인한 정신력으로 싸워 이긴 벡 웨더스에게 박수를 보내며 비록 살아서 내려오진 못했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자신을 단련했던 더그 한센, 남바 야스코에게도 조의를 표한다.


 어쩌면 여기서 남겨진 이야기는 에베레스트 등반과정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장에 동행했던 기자(존 크라카우어)가 자신의 기억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사실적으로 적었다지만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날씨와 산소부족으로 인한 환각, 환청으로 인해 다소 왜곡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인터뷰를 했던 생존자과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다 몇 달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이드와 동료, 친구들을 평가하는 일이었기에 더없이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글이기에 그 가치가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상업등반대가 출범해 에베레스트로 떠난다고 한다. 아직도 상업등반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존엄성만은 영원히 지켜져야 할 것 같다.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에 도전하기에 앞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돌아보고, 죽음과 직면했을 때 당당히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하겠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용기는 인간만이 가진 위대함이리라. 그 끝없는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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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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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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