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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현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4/02/10)
읽은날 : 2004/04/27


현의 노래 <칼의 노래>의 문학적, 대중적 성공 이후 대박 영화의 성급한 속편들처럼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있었기에 읽기를 망설였었다. 하지만 주중에 김훈님의 독서토론회가 부산의 모 서점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 ‘칼’을 읽을 때의 정갈한 느낌이나 멋진 글에 대한 기대보다는 독서토론회에 대한 궁금증과 참여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로 급히 책을 들었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과 칼의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내면적인 본성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현의 노래>는 우륵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현’이 갖는 외적인 모습에서부터 글이 시작된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눈에 뛴다.
열두 줄로 구성된 가야의 현, 가야금. 금! 금? 가야금(金)? 쇠 금? 그럼 ‘현’의 노래이자 ‘쇠’의 노래도 된다는 말 아닌가! 책의 제목과 내용을 구성하는 현이 단순히 가야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현의 내용 못지않게 쇠와 전쟁의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현의 금(琴)과 쇠의 금(金)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로 뭉쳐지지 못하고 별개의 얘기로 놀아나는 느낌이다. 가야금에 치우쳐져야할 힘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었다고 할까. 두개의 화두가 좀더 밀고 당기면서 하나의 ‘현(絃)’으로 합쳐졌다면 더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을... 독서토론회에서 알게 된 내용이지만 예술과 폭력(국가나 권력)의 대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한 듯 하다.


그리고 의외의 장면들이 몇 개 눈에 띈다.
소리와 관련된 선문답 같은 이야기도 지나치게 난해하지만 ‘오줌 싸는 여자’로 이상하게 묘사된 아라(우륵 제자, 니문의 부인이 된다)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갑자기 튀어나온 비화(우륵의 부인)와 아라의 동성애적인 부분이라든가. 비화의 엽기적인 죽음 역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더 깊은 뜻이 있는 진 모르겠지만, 이야기와 별 상관없이 보이는 내용들이 소설의 힘을 떨어뜨린다. 한 서평에서의 ‘김기덕 식의 여성비하’라는 문구가 심상찮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독서토론회에서 김훈님은 인간 자체의 아름다움을 오줌 같은 하찮음이나 허무한 죽음을 통해 더욱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역시 난해하다.)


또한 <현의 노래>를 읽는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칼'에 대한 잔재가 이번 책읽기를 방해한 느낌이다. <칼의 노래>를 얼마 전에 읽어서인지 아니면 내 글 읽기의 이해가 짧아서인지 계속해서 전작과 비교하게 된다.
‘칼’의 현란함에 가려 ‘현’의 깊이와 우아함을 찾기가 힘들고 오히려 그 아류작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순신과 칼에 대한 단순하면서 역동적인 글, <칼의 노래>와 화장기 없는 인간본연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한 최근 작, <화장>의 어정쩡한 비빔밥처럼 느껴진다. 좀더 시간을 갖고 칼의 그늘에서 완전히 해방된 이후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어디서 나의 심사가 꼬여버렸는지 수려한 용모의 <현의 노래>에 대해 너무 비판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만큼 기대가 커서 그렇지 않을까.
훈 형님! 관심이 그만큼 많고 더 사랑하기에 ‘딴지’를 건다고 어여삐 봐주십쇼~


끝으로 독서토론회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자면,
“연민, 다른 작가들은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글을 쓰지만, 난 아니죠. 앞으로도 연민 없이 개인적인 내면을 파고들 생각이죠.” 라 말하며 강단 있게 자신의 ‘이즘(ism)’을 밝히는 김훈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라는 관심대상을 놓고 두세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그 열기, 그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나 막연하게 넘어간 내용들이 구체적인 용어와 예문으로 이야기될 때의 그 진지함이 나를 Upgrade 시켰다.


PS:
전작과 같이 “이 책은 다만 소설이다. 사서에 실명이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소조차도 이 소설에서는 허구로 읽혀져야 옳다.”는 말이 책 첫머리에 잠시 나온다. 옳은 말이다. 너무 당연한 말인지라 오히려 이렇게 언급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얄팍한 ‘줄거리 보기’와 '유행의 책! 책! 책!'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읽자.
그리고 소설은 소설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내공’을 제-발 좀 키우자!

분류 :
한국
조회 수 :
3592
등록일 :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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