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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A (에이)


지은이 : 하성란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7/30)
읽은날 : 2010/10/27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고 했다. 먼저 광신도들의 집단자살사건으로 기억되어 있던 오대양사건을 검색해 봤다.
 “1987년 8월 경기도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 32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수사 결과 오대양 대표이자 교주인 박순자는 1984년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을 설립, 종말론을 내세우며 교주로 행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그 후 1991년 오대양의 신도였던 김도현 등 6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집단자살인지 아니면 외부인이 개입된 집단 타살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네이버 백과사전 정리)


 <A>에서는 신신양회가 등장한다. 2세대에 걸친 신신양회의 성장과 소멸, 그리고 재건을 통해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비춰졌던 이들의 실체를 살펴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신신양회의 주검들은 자칫 <A>를 사건 중심의 추리소설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시로 변하는 시점은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와 갑작스런 장면전환은 글의 몰입을 방해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몸에 익자 책의 진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질적으로 전개되던 사건이 하나 둘 아귀를 찾아가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혼란스러움은 하나의 리듬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했고 적당한 반복을 통해 읽는 이의 의식을 유도했다.
 <A>는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여성 공동체로 생활하던 신신양회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엄마들의 집단 자살(혹은 타살)은 소설을 꾸미는 외투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방해해 현대의 물질문명이 내포하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성란 작가는 신신양회를 통해 남성중심의 사회가 감추고 있던 모순을 들춰내고 싶었던 것은 같다. 겉으로야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돈만 있으면 사람도 사고 팔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되돌아보게 했다. 어쩌면 남자들이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엄마'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진리를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팽팽하게 유지되던 현이 한순간 느슨해진 듯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탱탱한 긴장감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제대로 기를 펴보기도 전에 성급하게 풀어버린 느낌이랄까. 집단자살이라는 사건으로 저자의 생각을 전달하려다 생긴 틈일 수도 있겠고 장황하게 벌려놓은 전반부의 내용을 수습하기위한 조치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수십 년간 미궁 속에 빠져버린 사건이 최영주 기자의 추리를 중심으로 술술 풀려나간다는 설정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소설의 분량이라든가 다른 장치에 의해 그렇게 했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A>는 달콤한 향을 간직한 투박한 모양의 열대과일처럼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질적인 소재들을 적당히 버무려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독자의 관심과 작가의 의도를 적당히 조율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 독서토론회 이야기


 조금 늦게 도착한 독서토론회(2010.10.27, 부산 Y도서)에서는 이미 하성란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똑 부러지는 말투는 여느 방송국의 아나운서 못지않았다. 대부분의 작가는 글로 모든 것을 표현하다 보니 말이 조금 서툰 경우가 많았지만 하성란 작가는 예외인 것 같았다. 조리 있게 자신과 책을 설명하는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졌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집단자살사건이라는 이벤트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사건은 소설을 쓰기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책을 읽는다면 시제라든가 추리적 기법에서 오는 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했다. 아마 많은 독자들로부터 독특한 소설이라는 말고 함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집단자살사건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여성성을 통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 남성성의 역할과 공업화의 문제, 계층 간의 담합과 갈등 등의 내용을 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하며 살펴봤다.
 작가는 ‘독자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재미’로 글을 쓴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로 글을 쓰겠노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글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8267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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