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3/08/12)
읽은날 : 2007/03/31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만년 꼴찌로 기억되던 삼미슈퍼스타즈가 부활했다. 아련한 향수 속에서 묻혀가던 그들의 전설은 2003년 이 책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2004년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 감사용>이 상영되면서 삼미에 대한 오명도 추억과 함께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었다.


이 책은 1982년 프로야구 창단이레 장명부라는 괴물투수의 영입으로 일약 2위까지 도약했던 83년을 제외하고는 10승 30패(82년 전기, 6위), 5승 35패(82년 후기, 6위), 18승30패(84년 전기 6위), 20승29패(84년 후기, 6위), 15승40패(85년 전기, 6위)의 기록으로 꼴찌만을 전담해 왔던 프로야구팀, 삼미슈퍼스타즈가 이룩한 드라마틱한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각 구단의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여 야구단 마크가 새겨진 가방에 잠바, 티셔츠를 받아들고는 그들의 열렬한 팬클럽이 된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과 선수들의 폼을 따라하며 그들을 얘기한다. 박철순, 김봉연, 김용희... 민속씨름의 이만기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우리들의 스타!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땀 흘렸던 기억에 우리는 미소 짓는다.


하지만 삼미슈퍼스타즈는 냉혹한 프로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체 매각되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점 잊혀진다.
“결론은 프로였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 -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본문 125쪽)


지극히 평범했지만 프로라는 경쟁체제 안에서는 ‘꼴찌팀’이라는 오명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오늘날의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낙오자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는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진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혼과 실업자라는 명분밖에 남은 게 없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널 봤을 때... ...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9회 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
"너 4년 내내 그렇게 살았지?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진이다, 끝장이다, 라고!"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본문 234쪽)


그건 볼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의 긴장상태에서 우리를 아웃시키며 벤치로 몰아넣는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1루로 천천히 걸어 나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친 삶에 휴식을 주라는 하나의 조언이었던 것이다.


이러 저리 돌려 치며 거침없이 끌고 나가는 글맛이 일품인 이 책은 '아마추어 사회학'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8,90년대의 프로화로 치닫는 사회를 잘 꼬집고 있다.
국가 주도의 무한경쟁과 전문화, 개인의 삶보다는 집단의 경제성이 우선시되는 상황 속에서 '삼미슈퍼스타즈'라는 아웃사이더를 통해 잠시나마 세속의 속도감에서 벗어나본다. 9회말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에 찾아온 ‘볼’의 안도감처럼, 빌딩 숲 사이에서 문득 느껴지는 산들바람 같다고나 할까.

분류 :
한국
조회 수 :
3607
등록일 :
2011.05.04
00:55:58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055&act=trackback&key=938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05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8 한국 바리데기 - 황석영 freeism 3721   2011-05-09 2011-05-09 22:13
바리데기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7/07/13) 읽은날 : 2008/06/11 “‘바리’를 ‘버리다’의 뜻으로 해석하여 무가의 내용대로 ‘버린 공주’로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리’를 ‘발’의 연철음으로 본다면 ‘발’...  
37 한국 바다와 술잔 - 현기영 freeism 3715   2011-04-30 2011-04-30 01:48
바다와 술잔 지은이 : 현기영 출판사 : 화남 (2002/11/04) 읽은날 : 2004/10/28 검푸른 제주바다를 닮은 표지를 넘긴다. 먼 곳을 응시한 작가의 사진은 바다의 심연을 헤집고 깊이 잠들어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하다. 몇 장...  
36 한국 능소화 - 조두진 freeism 3704   2011-05-03 2016-07-07 15:47
능소화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예담 (2006/09/20) 읽은날 : 2006/12/16 바싹 타들어가는 건조한 겨울날에는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제격이 아닐까. 그러던 중 한 독서토론회에서 12월의 대상도서...  
35 한국 칼의 노래 - 김훈 freeism 3656   2011-04-28 2011-04-28 23:45
칼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1/10/22) 읽은날 : 2004/01/29 오래전에 사다가 책장에 꽂아둔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를 따라 남도 뱃길을 흘러간다. ‘공 격 하 라 ~ 물 러 서 지 마...  
34 한국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freeism 3642   2011-05-03 2011-05-03 02:50
당신들의 천국 지은이 : 이청준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1984/09/24, 초판:1976/05/25) 읽은날 : 2006/04/14 인종간의 갈등을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놓았던 크래쉬라는 영화였는데 미국 내에서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과 아랍인들 ...  
» 한국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freeism 3607   2011-05-04 2011-05-04 00:55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3/08/12) 읽은날 : 2007/03/31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만년 꼴찌로 기억되던 삼미슈퍼스타즈가 부활했다. 아련한 향수 속에서 묻혀가던 그들의 전설은 20...  
32 한국 광장 - 최인훈 freeism 3603   2011-05-03 2011-05-03 02:30
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지은이 : 최인훈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1/04/10, 초판:1961/03) 읽은날 : 2005/05/12 60년대의 글쓰기가 이러했던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  
31 한국 현의 노래 - 김훈 freeism 3589   2011-04-28 2011-04-28 23:50
현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4/02/10) 읽은날 : 2004/04/27 <칼의 노래>의 문학적, 대중적 성공 이후 대박 영화의 성급한 속편들처럼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있었기에 읽기를 망설였었다. 하지...  
30 한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freeism 3588   2011-05-03 2011-05-03 14:38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2005/04/18) 읽은날 : 2006/11/01 최근에 개봉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기 전에 동명의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다. 한 사형수의 불행하고...  
29 한국 유진과 유진 - 이금이 freeism 3568   2011-05-04 2011-05-04 00:50
유진과 유진 지은이 : 이금이 출판사 : 푸른책들 (2004/07/10) 읽은날 : 2007/02/05 이 책은 이유진이라는 동명을 가진 중학생 소녀의 성폭력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잊고 싶거나 혹은 잊은 줄 알았던 아픈 기억들 앞에 놓여진...  
28 한국 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freeism 3566   2011-05-03 2011-05-03 02:56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동네 (2002/12/30) 읽은날 : 2006/10/18 '민족작가, 조정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보여준 우리 역사의 이면과 진실만 놓고 보더라고 지나친 수식...  
27 한국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 윤대녕 freeism 3503   2011-05-03 2011-05-03 02:46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지은이 : 윤대녕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5/09/10) 읽은날 : 2005/11/23 불 꺼진 방, 커튼이 드리워진 베란다에 “육중하고 커다란 물체”가 으르렁거린다. 커튼을 젖히자 “푸른 인광을 발하는 두개의...  
26 한국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김주영 freeism 3497   2011-05-01 2011-05-01 01:24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지은이 : 김주영 출판사 : 문이당 (1988/11/30) 읽은날 : 2005/02/03 ‘김주영’님이 전하는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현기영님의 <바다와 술잔>이 검푸른 바다색의 소년기였고, 박완서님의 <그 많...  
25 한국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freeism 3481   2011-04-30 2011-04-30 01:19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지은이 : 최시한 출판사 : 문학과 지성 (1996/10/25) 읽은날 : 2004/05/07 학교와 학생을 중심에 놓고 써내려간 연작 소설로 문학에 관심이 많은 선재(학생)의 일기를 빌어 다섯 편으로 묶여있다. 1. 구름 ...  
24 한국 상도 - 최인호 freeism 3478   2011-04-27 2011-04-27 00:31
상도 (1~5)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2000/11/01) 읽은날 : 2001/08/20 얼마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최인호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인호 형님이야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인호 형님의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