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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덕혜옹주


지은이 : 권비영
출판사 : 다산책방 (2009/12/21)
읽은날 : 2010/12/20


덕혜옹주  요즘 최고로 뜨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면서 표절 문제로 시끄러운 작품이다. 덕혜옹주를 평생 동안 연구해왔다는 혼마 야스코(일본인)의 <덕혜옹주 :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를 표절했다는 것인데 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혼마는 <덕혜옹주>에 담긴 시를 비롯한 주요 내용들이 자신의 저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권비영 작가는 <덕혜옹주>를 쓰면서 혼마 야스코의 책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내 글이 표절이면 모든 역사소설은 표절"이라며 역사적 사실은 누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했다. 과연 어디까지가 참고이고 표절인지 모호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덕혜옹주>를 호기심과 기대감이 뒤섞인 묘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표절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선입견 때문인지 조금은 색안경을 끼고 봐지는 것 같다. 특히 독자가 느껴야할 감정의 몫까지도 서술해버리는 작가의 지나친 친절함은 글 읽기의 맛을 떨어뜨렸다.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무성영화의 춘사처럼 작위적이기까지 했다. 당연히 이야기는 밋밋해지고 사건과 인물의 깊이 있는 묘사는 작가의 서술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개입을 좀 더 최소화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너무 방대한 느낌이다. 한일합방 이전 해인 1909년부터 덕혜옹주가 한국으로 귀국하던 1962년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 대략 50여년의 시간이다. 이 오랜 시간을 순차적으로 서술하다보니 사건이나 인물 모두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지 않았나싶다. 오히려 덕혜옹주의 가장 극적인 부분을 택해서 전체 인생을 회고해 보는 방식은 어땠을까. 아니면 다른 등장인물을 중심에 내세워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이끌어갔어도 좋았지 싶다.
 소설은 쉼 없이 읽혔지만 별로 남는 것은 없었다.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 비해서는 알맹이가 부실해 보였다. 술 술 잘 넘어간다는 몇몇 서평은 어쩌면 상대적으로 작은 판형에다 넓은 줄 간격 때문이지 싶다. 인물과 사건이 중심이 되는 소설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보다는 내용에 대한 몰입도를 가지고 승부해야하는데 말이다...


 책에 대한 비판적인 말만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먼 이국땅에서 세상과 격리된 체 조국만을 바라봤던 덕혜옹주의 절규가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매 페이지를 타고 쓸쓸하게 흘러넘쳤다.
 "세월이여, 진정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힘없이 무너져 내렸던 조선의 역사를 덕혜옹주는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체념, 삶에 대한, 자신에 대한 체념뿐이었다. 왕족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려놓고서라도 그녀가 겪었을 이국땅에서의 서러움은 시대의 아픔만큼이나 서글펐다. (물론 앞서 말했던 작가의 지나친 친절함에 그 느낌이 반감되기도 했지만...)


 덕혜옹주는 실제로 1962년이 되어서야 귀국했다고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잊혀졌던 불행한 삶이었지만 그나마 한국 땅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위태롭고 나약해 보인다. 남쪽으로 내려온 귀순 가족이나 이국땅에 건너와 새 삶을 시작하는 다문화 가족, 동남아시아에서 온 취업 이민자들의 어려움도 여전하다. 우리의 덕혜옹주가 그러했듯 그들의 삶에도 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지 싶다. 세계 몇 위라는 겉모습보다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땅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 독서토론회에서(2010.12.22, 부산 Y도서)


 독서토론회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사회자 :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귀국한 덕혜옹주의 모습이 해신의 딸이 아들을 놓고 사라져버렸다는 와타즈미 신사의 이야기와 상당히 유사했다. 신화와 일본인의 입장에서 신화와 결부시켜 이야기를 끌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권비영 :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입장에서 서술하게 되었다.


 사회자 : 소설에서는 덕혜옹주가 해방 후에도 일본에 남아있었던 이유가 모호했다. 좀더 구체적인 상황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권비영 : 작가인 자신의 역량부족인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이라서 생략한 부분이 많았는데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개정판에서는 참고하겠다.


 사회자 : 복순이에 비해 박무영의 역할이 너무 미약한 것은 아닌가?
 권비영 : 박무영은 실존 인물이라 조심스러웠다. 덕혜옹주와 혼담이 오고갔지만 그 이후로는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었다.


 사회자 : 덕혜옹주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유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권비영 : 덕혜옹주가 '미쳤다'라는 것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미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표현하려 했다. 행복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왕녀로서의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걸림돌로 인한 운명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사회자 : 최근 불거지고 있는 표절의혹에 대해서 하실 말씀은?
 권비영 : 혼마 야스코에 의해 불거진 '표절'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녀의 책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가 되었던 다케유키의 시는 '표절'이 아닌 '인용'이다. 단, 쇼 다케유키 측의 동의 없이 그의 시를 실었다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인데 이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나의 착오였다.


 사회자 : 민족정서에 편승한 작품, 혹은 인기는 아닌지?
 권비영 : 아니다. 작품의 질에 대한 논의는 독자의 몫으로 돌리겠다. 하지만 60만부 이상 팔렸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권비영'이라는 이름만 보고서는 남성 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울산 출신의 여류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중성적인 이름에다 글의 전개가 빠르고 직설적이라 남자라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길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보통의 아줌마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좀 더 깊고 진중한 자세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고 이를 잘 다듬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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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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