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옮긴이 : 이가형
출판사 : 해문출판사 (1994/05/15)
읽은날 : 2007/08/3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휴~’하는 한숨소리가 더 길게 느껴진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가슴 한구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에 대한 갈증으로 주변을 둘러보지만...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체 일상으로 되돌아온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다. 추리문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글을 보고 학생들에게 선물이나 할까 하고 구입한 후 방치된 책이었는데 붉은 색의 표지가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맞은 칠리소스 향기처럼 강열하게 느껴졌다. 무엇에라도 홀린 듯 달콤하게 빛나는 붉은 유혹에 이끌려 책장을 펼친다.


등장인물, 배경, 사건. 언제 어디서 그 실마리가 보일지 몰라 꼼꼼히 읽어가는 내 모습이 재미있다. 미지의 원시림에 첫발을 내딛는 탐험가처럼 기대감에 부푼 발걸음을 느리고 신중하게 옮겨 놓는다.
하지만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위그레이브, 클레이슨, 롬바드, 브렌트, 매카서, 암스트롱, 마스턴, 블로어, 로저스, 열 명이나 되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어찌 그리 헛갈리는지. 책머리에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없었다면 꾀나 난감할 뻔 했다.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프로필을 집어가며 천천히 인디언 섬의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든다.


익명의 편지를 받은 여덟 명의 손님들이 인디언 섬에 모인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불안에 떠는 하인 부부뿐. 고의적이든 암묵적이든 살인이라는 죄의식을 갖고 있던 이들 열 명은 섬에 갇힌 채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라는 동요에 맞추어 차례로 살해된다. 하지만 섬에는 열 명의 손님 외엔 누구의 흔적도 없다. 결국 이런 음모를 꾸민 살인범은 그들 중 있다는 결론인데...
한 페이지 한페이지, 숨소리를 죽이며 보이지 않는 위협에 놓인 그들을 뒤쫓는다.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며 경계할 수박에 없는 상황은 마치 내가 범인이라는 된 듯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광풍이 휘몰아친 후 한 장의 편지로 사건의 전말이 전해지자 알 수 없는 후련함이 그 동안의 긴장과 의혹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상상과 추리로 복잡하게 뒤엉켜진 머리가 일순간 명쾌해지는 느낌이다. 숨 막히듯 레일을 질주한 후 철컹거리며 정차하는 롤러코스터에 앉은 기분이랄까. 그간의 사건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휴~’ 하는 안도감에서 추리소설의 참맛을 느껴본다.


사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의 허를 찌르는 최근 영화들에 비한다면야 작위적이고 엉성한 면이 많이 보이지만 1939년 작이라는 점과 최근 서스펜스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클 것 같다.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는 느낌처럼 말이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4173
등록일 :
2011.05.04
01:05:41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067&act=trackback&key=de9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06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227 한국 연어 - 안도현 2011-04-10 4696
226 외국 까트린 이야기(발레소녀 카트린, Catherine Certitude) -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2011-04-12 4688
225 산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2011-04-27 4676
224 한국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2011-05-06 4641
223 사람 텐징 노르가이(Tenzing : Hero of Everest) - 에드 더글러스(Ed Douglas) 2011-06-08 4638
222 외국 독일인의 사랑 (Deutsche Liebe) -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u"ller) 2011-04-08 4626
221 외국 케스 - 매와 소년 (A Kestrel for Knave) - 배리 하인즈 (Barry Hines) 2011-04-12 4624
220 산문 도적놈 셋이서 - 천상병, 중광, 이외수 2011-04-08 4604
219 산문 학교종이 땡땡땡 - 김혜련 2011-04-28 4591
218 산문 교실 이데아 - 최병화 2011-04-21 4590
217 한국 장외인간 - 이외수 2011-05-03 4574
216 한국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 이지형 2011-05-04 4573
215 한국 개 - 김훈 2011-05-04 4566
214 산문 산거일기 - 김달진 2011-04-08 4562
213 산문 개인독립만세 - 김지룡 2011-04-21 4559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