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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敦煌)


지은이 : 이노우에 야스시 (井上靖)
옮긴이 : 임용택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6)
읽은날 : 2011/07/06


둔황 (敦煌)

  "앞쪽으로 높이 솟구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언덕 경사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사면 일대에서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중턱에서 꼭대기를 향해 크고 작은 사각형 동굴들이 무수히 뚫려 있었다. 개중에는 층층이 이어진 동굴도 있었고, 어떤 것은 동굴 하나가 다른 2층짜리 동굴에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동굴들이 위치한 언덕 단면은 달빛을 받아 검푸른 빛을 띠었으며, 동굴들은 하나같이 움푹 파인 눈가처럼 어두컴컴했다." (p213, 막고굴은 둔황을 대표하는 유적지로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불교서적이 발굴되었던 수백여개의 석굴군을 말한다.)

 

  <둔황>에서 '막고굴'은 후반부에 잠시 나올 뿐이다. 하지만 그 전편에 흐르는 장엄함은 돈황의 모습과 비견될 만했다. 모래산(명사산) 절벽 끝을 가득 메운 불교문화의 보고는 수천년의 시간의 거치면서 많이 낡고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 깊은 곳에 감추어진 기원과 바램은 소설 전편을 감돌고 있었다. 불교에 대한 각별한 조애가 없더라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사를 통해 역사를 되세김질해온 인간의 이상과 고대 서아시아(위구르족)의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진사시험에 낙방한 조행덕은 죽음도 불사하지 않던 위구르족 여인을 통해 서하 지방과 그곳에 만들어진 문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자석처럼 이끌린 그는 고향(송나라)을 등진체 서하로 여행을 떠난다. 서하 지역은 서방과의 무역거래가 시작되면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었지만 거란과 대적중인 송나라의 외면으로 인해 서하국이나 토번에의해 실질적으로 점령되고 있었다.

  상단을 통해 서하에 들어온 조행덕은 우연히 서하국의 병사가 되었고 거기서 서하군 장수 주왕례와 위구르 왕족 여인을 만나다.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조행덕은 흥경으로 서하어를 배우러 떠났고 그 사이 주왕례는 왕족 여인을 연모하게 된다...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과 적당한 양념들 합쳐져 지겨운 줄 모르고 읽었다. 사막의 광활함이나 전쟁의 잔혹함, 남자의 욕망이나 애틋한 사랑이 이야기의 흥을 더했다. 유비 중심으로 중국 역사를 서술했던 '삼국지'처럼 조행덕이라는 일개 평민을 통해 실크로드의 시작과 그 중심에 있었던 도시들의 흥망을 이야기했다.

  앞서 말했던 둔황은 서역과의 무역거래가 이루어지던 길목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사막을 관통하는 실크로드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도시다. 작가도 지역적인 특징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큰 의미를 둔 것 같다. 수많은 벽화와 불상이 있었던 불교문화의 보고였지만 문화재에 대한 이해부족과 이민족의 약탈로 껍데기만 남아버린 지금의 모습에서 유와 무가 혼재된,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곧 둔황에서 시작되는 실크로드로 여행을 떠난다.  아마 몇 일 후면 둔황의 막고굴 앞에서 뜨거운 땀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을 거쳐갔던 조행덕의 영혼을 기억하기에 쉬 지나칠 수 없지 싶다. 막고굴의 어두운 동굴 속에는 조행덕의 이상과 사랑, 열정이 여전히 숨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8336
등록일 :
201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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