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지은이 : 강대진
출판사 : 그린비 (2010/03/15)
읽은날 : 2012/02/04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기원전 13세기) 중에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분노한 사건"을 노래한 구송시로 기원전 8세기에 호메로스가 문자로 정리했다고 한다. 일단 <일리아스>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자.
  트로이아와 9년 째 전쟁 중인 회랍군(아카이아인)은 테베라는 도시를 함락시킨 후, 아가멤논은 크뤼세이스라는 여인을, 아킬레우스에게는 브리세이스라는 여인을 선물(전리품)로 챙긴다. 하지만 아가멤논이 차지한 크뤼세이스는 아폴로 신을 모시는 사제의 딸이었기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화가 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 준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버렸고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빠지게 된다.
  그사이 회랍군의 메넬라오스와 트로이아군의 파리스(트로이아의 왕자이자 헥토르의 동생)가 헬레나를 놓고 대결을 펼친다. 사실 이번 트로이아 전쟁은 미의 여신이 된 아프로디테가 메넬라오스(회랍군)의 부인이었던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선물로 준 것이 발단이 되었기에 둘의 대결은 각별했다. 이 싸움에서 파리스가 패하지만 헬레나를 돌려보내지는 않았고 따라서 회랍군과 트로이아군의 전쟁도 계속되었다.
  아킬레우스가 출전하기 않은 상태에서 몇 차례의 밀고 밀리는 진퇴를 거듭하자 아킬레우스의 절친이던 파트로클로스가 그의 옷을 빌려 입고 출전한다. 하지만 트로이아의 영웅이던 헥토르(트로이아의 왕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복귀하게 된다. 희랍군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로 진격해 헥토르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끌고 온다. 며칠 후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아의 왕인 프리아모스는 어두운 밤에 홀로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온다. 그리고는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다. (<일리아스>는 여기서 끝난다. '트로이의 목마'는 그 이후의 일로 <오뒷세이아>에 등장한다.)
 
 
  <일리아스>를 한마디로 말하면 아킬레우스의 활약사로 보면 되겠다. 하지만 단순히 아킬레우스만을 위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이야기의 규모와 상징, 숨은 이력이 너무 방대했다. 또한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첨가된 서사시 형식이라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서나 해설서마저도 외국의 번역서를 재번역한 수준이라 그 의미가 원문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저자(강대진)는 <일리아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 주석서를 출간했다고 한다.
  과연 저자의 말처럼 쉽게 읽혀졌다.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영화 <트로이>(2004)에 익숙해져버린 일반인을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친절하고 꼼꼼하게 <일리아스>를 설명한다. 화려한 비주얼로만 각인된 영화(<트로이>) 속의 브래드피트(아킬레스 역)가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어렵게만 다가오던 신화 속 이야기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로 적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 이렇게 한 분야에 결실을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을까. 범인(凡人)의 눈으로는 알 수 없는 경이로움이 책의 두께(624페이지)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또한 <일리아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형식에 대해서도 꼼꼼히 집어준다.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떤 전개방식을 취했고, 어떻게 운율과 장단을 맞췄는지 이야기가 구전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설명한다. 
  사실 <일리아스>도 <심청전>이나 <춘향전>과 같은 우리의 판소리처럼 구전되어 오던 내용을 청중에게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이야기극(노래)이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운율과 반복을 통해 전개되는 <일리아스>의 독특한 구조도 충분히 이해되지 싶다.
  내용적으로도 실사 영화를 분석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설명한다. 오늘날의 영화나 연극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로 장식되어 있는 <일리아스>도 그렇지만 이를 설명하는 저자의 친절하면서도 실감나는 설명이 인상 깊다. 카메라 앵글에 따라 다른 장면이 연출되듯 다양한 방향으로 서사의 구성을 설명한다.
  그래서 단순히 <일리아스>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문화를 함께 접하게 해준다. 특히 영화나 게임과 같이 판타지나 SF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마치 미디어 제작을 위한 스토리라인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일리아스>는 단순한 전쟁사나 신화로 치부해버릴 먼 나라 이야기를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로 끌어왔다. 신과 인간, 영웅과 병사의 관계 속에서 미묘하게 뒤엉킨 우리사회를 보여줬다. 어쩌면 <일리아스>를 통해 힘과 권력, 돈과 명예 속에 뒤틀어져버린 인간들의 연결고리를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고 통용되는 이런 범용성이 고전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영화 <트로이>를 다시 본다. 브레드피트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전투 장면은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물론 <트로이>가 <일리아스>를 많이 왜곡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2시간 안팎의 영상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오류라 생각하면 그리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점을 하나 둘 찾아보는 것도 <일리아스>를 접하는 또 다른 재미라 싶다.
  아울러 이 책의 작가님이 참고하고 인용했다는,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해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천병희 님의 <일리아스>도 읽어보고 싶다. 다음에는, 그러니까 그리스 신화와 고대 철학에 좀더 익숙해진 뒤에는 천병희 님의 책과 이 책을 나란히 놓고 읽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일리아스> 마니아가 된 기분이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5846
등록일 :
2012.02.06
00:21:58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3638&act=trackback&key=543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363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51 인문 폭력사회 (Traktat Über Die Gewalt) - 볼프강 조프스키 (Wolfgang Sofsky) freeism 6710   2011-05-09 2011-05-09 22:51
폭력사회 (Traktat Über Die Gewalt) 지은이 : 볼프강 조프스키 (Wolfgang Sofsky) 옮긴이 : 이한우 출판사 : 푸른숲 (2010/03/10) 읽은날 : 2010/04/08 볼프강 조프스키는 말했다. 인간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를...  
50 인문 처녀귀신 - 최기숙 freeism 6635   2011-05-09 2011-05-09 23:08
처녀귀신 지은이 : 최기숙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6/05) 읽은날 : 2010/07/23 으스름달밤,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여는데 창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이려니 하고 지나치려는 순간 하얀 물체가 커튼...  
49 인문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의 감정코칭 - 최성애, 조벽 freeism 6634   2012-08-10 2012-08-11 12:38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의 감정코칭 지은이 : 최성애, 조벽 출판사 : 해냄 (2012/07/22) 읽은날 : 2012/08/11 몇 년 전 자녀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고 공감해 주라는 것에 대한 학부모 연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보통은...  
48 인문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 김병준, 김창호, 이동걸, 안병진, 박능후, 김성환, 김용익, 조기숙, 고철환, 윤승... freeism 6633   2011-05-09 2011-05-09 23:05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지은이 : 김병준, 김창호, 이동걸, 안병진, 박능후, 김성환, 김용익, 조기숙, 고철환, 윤승용 펴낸이 : 오연호 출판사 : 오마이북 (2010/06/30) 읽은날 : 2010/07/18 대통령의 역할과 한계 속에...  
47 인문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Why Men Fight)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freeism 6528   2011-05-09 2011-05-09 23:31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Why Men Fight)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옮긴이 : 이순희 출판사 : 비아북 (2010/08/27) 읽은날 : 2010/09/19 1916년 영국 캑스턴 홀에서 진행한 버트런드 러셀의 강연을 옮긴 책...  
46 인문 커피북 (The Coffee Book)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freeism 6455   2011-05-09 2011-05-09 23:33
커피북 (The Coffee Book) 지은이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옮긴이 : 이재경 출판사 : 사랑플러스 (2010/06/15) 읽은날 : 2010/09/30 각박하게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잠깐의 틈을 이...  
45 인문 철학 콘서트 - 황광우 freeism 6355   2011-05-09 2011-05-09 22:49
철학 콘서트 지은이 : 황광우 출판사 : 웅진 (2006/06/28) 읽은날 : 2010/03/03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난해한데다 일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구름 속의 학문’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44 인문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The Liar in Your Life) - 로버트 펠드먼 (Robert Feldman) freeism 6166   2011-05-09 2011-05-09 22:59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The Liar in Your Life) 지은이 : 로버트 펠드먼 (Robert Feldman) 출판사 : 예담 (2010/05/12) 읽은날 : 2010/06/04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라는 믿을 수 없는 제목으로 거짓...  
43 인문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 한홍구 freeism 6155   2011-05-09 2011-05-09 22:29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지은이 : 한홍구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9/03/31) 읽은날 : 2010/01/05 최근 출판된 역사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한홍구’일 것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  
42 인문 과일 사냥꾼 (The Fruit Hunters) - 아담 리스 골너 (Adam Leith Gollner) freeism 6108   2011-05-09 2011-05-09 23:18
과일 사냥꾼 (The Fruit Hunters) 지은이 : 아담 리스 골너 (Adam Leith Gollner) 옮긴이 : 김선영 출판사 : 살림출판사 (2010/07/10) 읽은날 : 2010/08/31 "현재 사과 품종 중 이름 있는 것만 해도 2만 개가 넘는다. 이...  
41 인문 스위치(Switch) - 칩 히스(Chip Heath), 댄 히스(Dan Heath) freeism 6073   2011-05-11 2020-03-15 15:29
스위치(Switch) 지은이 : 칩 히스(Chip Heath), 댄 히스(Dan Heath) 옮긴이 : 안진환 출판사 : 웅진 지식하우스(웅진씽크빅 임프린트, 2010/04/09) 읽은날 : 2011/01/15 # 에필로그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  
40 인문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정제원 freeism 6021   2011-05-09 2011-05-09 22:55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지은이 : 정제원 출판사 : 베이직북스 (2010/04/20) 읽은날 : 2010/05/05 책 읽는 방법? 많은 책을 읽어서 스스로의 습관으로 채득하는 것이지 누가 강요하거나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 인문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 강대진 freeism 5846   2012-02-06 2012-03-10 01:41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지은이 : 강대진 출판사 : 그린비 (2010/03/15) 읽은날 : 2012/02/04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기원전 13세기) 중에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분노한 사건"을 노래한 구송시...  
38 인문 숫타니파타 - 불전간행회 freeism 5729   2011-04-08 2011-04-08 11:02
숫타니파타 펴낸곳 : 불전간행회 옮긴이 : 석지현 출판사 : 민족사 (1993/11/30) 읽은날 : 1998/10/28 불교 최고의 경전...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이다. 아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하나의 경전으로 체계화되기 그 ...  
37 인문 대한민국 50년사 - 임영태 freeism 5598   2011-04-10 2011-04-28 13:07
대한민국 50년사 (1, 2) 지은이 : 임영태 출판사 : 들녘 (1998/08/05) 읽은날 : 1999/03/06 해방 직후부터 오늘날의 "국민의 정부"까지의 우리시대의 50년 역사를 두 권으로 구성하여 1권에서는 건국에서부터 제3공화국까지, 2권에...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