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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지은이 : 최인훈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1/04/10, 초판:1961/03)
읽은날 : 2005/05/12


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60년대의 글쓰기가 이러했던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광장’의 유명한 첫 구절이다. 이를 시작으로 사유와 관념을 풀어놓은 듯한, 알다가도 모를 문장들이 소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토리’에 익숙한 나에게는 여간 어렵고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마치 허공에 덩그러니 남겨진 술 취한 직후의 몸뚱이처럼 나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문학사의 명작’이라는 책을 두고 어디 할말이던가! 그것도 검은색의 무거운 하드커버에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이라는 거창한 꼬리말을 달고 나온 고전에게 말이다.
심호흡으로 먼 산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한번 집중을 한다.


명준은 “중립국으로 가는” 배위에서 그간의 방황과 그렇게 된 이유를 회상하며 자신에게 주어졌던 삶의 영역, ‘광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한과 북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정치와 권력, 그리고 사랑과 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광장을 접하지만 잔바람에 흘러 다니는 민들레 홀씨처럼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돈다.


결국, 명준은 제3국으로 떠나는 배위에서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그리고 이 한 뼘의 광장에 들어설 땐,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만한 알은체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 움직이도록 하라.”며 되뇐다. 하지만 자신과 사회를 조율하는 데 실패한 패자의 응석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을 가진 도전자처럼 뜨겁게 다가온다. 양계장의 닭처럼 던져주는 데로 받아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내칠 수만도 없는, 사회에 대한 한 개인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광장, 조금은 심미적이던 부분도 없진 않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자 알 수 없는 열기가 가슴을 채운다. 격동기를 살아온 명준의 파란만장한 삶 때문인지, 낡은 과거를 벗어버리고 새로움을 찾아가는 처절한 시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뜨거움이 쉬 가시질 않는다.
어쩌면 명준이 그리워하고 찾고자 한 것은 거대하고 화려한 광장이 아니라 이런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광장이 아니었을까.


순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의 광장을 찾게 된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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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5
등록일 :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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