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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비숲

지은이 : 김산하

출판사 : 사이언스 북스(2015/05/08)
읽은날 : 2016/05/30

 

 

비숲

  부산에서는 '원북원부산'이라고해서 매년 한 권의 책을 정해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학교에 있다 보니 독서나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선정도서를 무료로 나눠주거나 저자를 만나볼 수 있는 등 다양한 부록도 있기에 늘 관심 있게 봐 온 운동이다.

  올해는 <비숲>이라는 다소 아리송한 제목의 책이 선정되었는데 마침 부산시청에 원북원 도서 선포식을 한다기에 책 내용이나 저자도 궁금한데다 공짜 책이라도 한 권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참가했었다. 간단한 기념식이 끝나고 저자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 멀리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면서 쓴 모험기라는 소개를 통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모습의 노교수를 연상했는데 준수한 외모에 상당히 젊고 앳된 모습이라 많이 놀랐다.

  특히 초청강연 막바지의 끝인사가 압권이었다. 원숭이의 인사법으로 마무리하겠다며 "ㅇ와, ㅇ와, ㅇ와, 우와, 우~와, 우~~와"라고 원숭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가!  난데없는 괴성에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단순한 인사말로 여기고 지나치기에는 저자의 절절한 목소리와 몸짓이 너무나도 진지했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 속에 김산하 박사의 원숭이에 애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와 닿았다. 아프리카를 향해 박사가 동경해온 꿈과 원숭이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희망을 애타게 찾는 절규처럼 들렸다.


  책은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원숭이 무리를 구분하고 이름을 붙여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원숭이의 눈에 사람의 존재가 익숙해져 더 이상 도망 다니거나 피해 다니지 않을 때까지... 그 길고 지루한 적응기간이 끝나면 무리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생활과 습성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렇다고 원숭이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느꼈던 일상의 모습을 사랑, 손님, 가족, 도시, 친구, 관계, 기억 등 스물 개의 장으로 나눠 소소하게 전한다. 울창한 밀림 속을 헤매다가도 부모님과 함께 떠난 옛 기억을 떠올렸다. 동물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사라져가는 자연을 아쉬워했다. 어쩌면 홀로 오두막을 짓고 자연으로 회귀하고자 했던 소로우의 삶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책 사이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밀림과 원숭이, 그리고 이를 관찰하는 자신의 모습을 투박한듯하면서 아기자기하게, 정성스럽게 그려놓았다. 무직위로 찍어 바로 선별해 낼 수 있는 사진보다는 긴 호흡과 오랜 관찰이 있어야만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야말로 최고의 관찰도구가 아닐까 싶다. 그는 그림을 통해 긴팔원숭이와 자연을 더 잘 살폈음에 틀림없으리라.


 
긴 팔을 늘어뜨리며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원숭이를 생각하자니 내 삶이 너무 갑갑하게 느껴진다. 평일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말이라도 그리 맘 편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섯 시에 일어나 늘어나는 살을 줄여보려고 새벽 조깅을 했고 간단히 아침을 때운 후에는 세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에는 별 소질이 없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몸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애비 노릇이랄까. 오후에는 온가족을 차에 태워 공공도서관으로 직행, 김밥을 먹고 아이들의 책을 한 아름 빌려왔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과학교실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기 이해 급히 인근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한 시간 정도 쉰 다음 아이들은 본가에 내려놓고 집사람과 함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봤다. 수백 대 일을 능가하지만 로또보다는 확률이 훨씬 높은 청약을 기대하면서... 저녁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의 과제물과 일기쓰기를 봐줬다. 피곤과 짜증이 묻어있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그날의 공부를 마무리시키고 여기 책상 위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비숲>을 남긴다.


  나의 주말은 이리도 빡빡한데 김산하 박사가 찾아다닌 긴팔원숭이들의 삶은 지극해 평온해 보였다. 물론 천적이 나타났을 때나 다른 무리와의 싸움, 짝짓기와 같이 급박하고 격렬한 순간도 있었지만 긴 팔로 나무 사이를 유유히 가르며 먹고 싶은 나무 열매를 따먹는다거나 나뭇가지에 쪼롬이 앉아 서로의 털을 손질하며 한가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했다. 질퍽한 지면에서 벗어나 하늘과 맞닿은 나무 끝을 타고 넘는 모습만으로도 일상의 반복을 벗어난 자유의 화신처럼 부럽기만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긴 팔 못지않은 자유를 나도 누리고 있었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고, 아이들과의 놀이를 통해 때 묻지 않은 웃음을 즐겼다.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 책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모습도 구경하고, 잠깐의 여유시간에 즐기는 쪽잠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 살 근사한 새 집을 그려보며 행복감에 빠져들 수 있으니 이는 긴팔원숭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여유와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내일이면 다시 월요일이고 그럼 다람쥐 쳇바뀌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밀림을 유영하는 긴팔원숭이처럼 도시의 이곳저곳을 향해 힘차게 팔을 뻗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과 학생들의 소소한 웃음을 위해 힘차게 교실을 누빌 것이다.


* 김산하 작가 초청강연 모습(2016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선포식) : http://cafe.naver.com/pusanedunews/998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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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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