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지은이 : 장정일 외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2001/11/23)
읽은날 : 2002/07/15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장정일.
아니나다를까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거짓말 사건'이다. 그 사건이 한창 불거져 나올 무렵 책방에서 일하던 한 친구로부터 이미 국가로부터 '판금'으로 분류돼 회수되어버린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빌려봤던 기억이 남는다.
문학적인 가치보다는 다분히 눈요기감으로, 호기심에 휩싸여 집어든 책이었다. 파격적이고 가학적인 '흥미있는' 내용, 하지만 대충 건너뛰며 속독으로 빠르게 읽어 내렸던 책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불법CD를 통해 가슴 졸이며 봤던 무지 야한 영화, '거짓말'.


물론 장정일과의 첫 만남이 순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저그런 3류작가로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큰걸 놓쳐버리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단순히 '섹스'라는 눈요기를 벗어나 '인간 장정일'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이고 깊이있게 접근해 보고자 이 책을 든다.


책은 '장정일'의 모습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주변 사람들의 평과 장정일의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첫 번째로 '인간 장정일'에서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로 '작가 장정일'에서는 작가(시, 소설)와 원작자(영화)의 면에서 장정일을 논한다. 그리고 '장정일의 작품'에서는 대표적인 시, 단편소설, 시나리오를 실어놓았다.


1부. 인간 장정일
타인의 입장에서 쓴 초반부의 평에 비해 뒷부분에 나오는 작가 자신이 직접 쓴 '단상'이 어쩌면 장정일을 더 잘 표현해 놓은 듯 하다.
'단상'이라는 말처럼 그의 위트와 유머는 기발하고 진지하게 느껴진다. 조금은 괴팍하면서도 한편으론 진지하고,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사람일거라는 느낌이 팍! 팍! 전해진다.


2부. 작가 장정일
내용이 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장정일에 대한 글 중에서 가장 비중이 있어야할 '작가'로서의 장정일에 대해 너무 전문적으로 설명한 듯한 느낌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서 오는 끈적끈적한 느낌도 일조를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난해하고 전문적인 '작가론'은 장정일에 대해 사전준비 없이 접근을 시도하는 이들(나 역시 그렇다)에겐 커다란 벽처럼 느껴진다.
먹음직한 붕어빵, 앙꼬는 있지만 너무 뜨거워 감히 삼킬 수가 없다.


3부. 장정일의 작품
'역시 장정일이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색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특히 '모기'라는 글이 인상깊다. 인간적인 살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글쓰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침(?)이 멋지다. 그리고 약간은 신비스러우면서 복잡한 구조의 '보트하우스'.


고집스럽고 무뚝뚝한, 조금은 괴팍스런 옆집 아저씨를 만나고 온 듯한 느낌.
낮에는 음탕한 농을 곧잘 하면서도 저녁이 되면 커다란 바가지 가득 정성스레 물을 길어 화단을 가꾸는, 밤이 되면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다가도 술이 깬 새벽, 뒷주머니에서 꺼낸 하모니카에선 잔잔한 팝송이라도 한 곡 흘러나올 것 같은 아저씨...
그런 느낌의 장정일. 자신만의 물음과 화두를 무심한 듯 세상에 던져놓곤 그 잔물결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즐기는 듯한 모습이랄까... 그리곤 그 잔물결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는 '끼'를 간직한 사람인 듯 보인다.


나 역시 감히 '장정일 팬'이라 손들고 싶다.
하지만, 그의 작품 - 야한 글, 무척이나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그의 글 - 앞에선 쉽게 손이 올라가질 않는다. 뭔가 내가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의미가 있진 않을까 눈여겨보지만, 아직 내 눈엔 원색의 글밖엔 보이질 않는다.
외설 or 예술... 이런 내 마음속에서부터의 '외설시비'에 앞서 다양한 글이 갖는 '일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듯싶다.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법적인 제재보다는 사회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수용과 여과에 맡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법이라는 테두리가 개인의 생각과 사상까지도 너무 많은 기준을 잡아나가려는 건 아닐까하는 음모론적인 생각마저 든다.
외설인지 예술인지는 법의 잣대보다는 독자들의 몫이라 본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3679
등록일 :
2011.04.28
12:06:34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70&act=trackback&key=c1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7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68 산문 사람 - 안도현 freeism 3816   2011-04-27 2011-04-27 23:46
사람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이레 (2002/01/05) 읽은날 : 2002/02/20 사소함,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가벼운' 것들의 따뜻한 이야기. 어린 시절의 동네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처럼, 할머니에게서 듣던 동화 속의 ...  
67 산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freeism 3862   2011-05-06 2011-05-06 21:35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7/04/30) 읽은날 : 2007/10/14 한때는 소설보다 수필이나 산문을 많이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이나 일상의 잔잔함을 편안하게 음미해 볼 수 있기 때...  
66 산문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 최인호 freeism 3883   2011-04-13 2011-04-13 11:07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1999/07/15) 읽은날 : 1999/10/27 긴장... 최인호의 글, 책을 읽기 전의 흥분이 책을 덮고 난 뒤까지 잔잔한 감동으로 계속된다.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 ...  
65 산문 나는 산으로 간다 - 조용헌 freeism 3910   2011-04-18 2011-04-18 23:59
나는 산으로 간다 지은이 : 조용헌 출판사 : 푸른숲 (1999/11/18) 읽은날 : 2000/04/06 "나는 신선지락의 비원을 가슴에 품고서 오늘도 산에 오른다. 누렇게 벼가 익은 호남 벌판의 한가운데에 불쑥 솟은 두승산을 오른다. 한발...  
64 산문 어느 날 사랑이 - 조영남 freeism 3965   2011-05-09 2011-05-09 22:24
어느 날 사랑이 지은이 : 조영남 출판사 : 한길사 (2007/09/30) 읽은날 : 2009/09 언제부턴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면서 작은 소일거리를 만들었다. 이 작은 일이란 다름 아닌 책읽기. 옛날에는 담배를 한 대 피우거나 아니...  
63 산문 물소리 바람소리 - 법정 freeism 3998   2011-04-27 2011-04-27 00:43
물소리 바람소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샘터 (1986/10/15) 읽은날 : 2002/01/26 "요즘 부쩍 이 지구의 여기저기에 잇따라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  
62 산문 자전거 여행 - 김훈 freeism 4003   2011-04-21 2011-04-21 10:14
자전거 여행 지은이 : 김훈, 이강빈(사진)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0/08/01) 읽은날 : 2000/11/21 책표지의 "김훈 에세이"에서처럼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걸 적은 산문집에 가까운 책으로 폭넓은 견문과 해박한 지식, ...  
61 산문 강산무진 - 김훈 freeism 4015   2011-05-09 2011-05-09 22:27
강산무진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6/04/17) 읽은날 : 2009/12/09 배웅 정체된 도심에 갇혀버린 한 중년의 일상. 택시 운전을 하는 김장수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가 옛날 식품사업을 할 때 함께 고생했던...  
60 산문 홀로 사는 즐거움 - 법정 freeism 4075   2011-05-01 2011-05-01 01:19
홀로 사는 즐거움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샘터 (2004/06/01) 읽은날 : 2005/01/18 달리는 지하철에서 법정스님이 전하는 자연의 가르침을 듣는다. 물 흐르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달빛 넘어가는 소리가 지하철의 소...  
59 산문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 천상병 freeism 4163   2011-04-11 2011-04-18 00:13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지은이 : 천상병 출판사 : 영언문화사 (1994/04/28) 읽은날 : 1999/04/27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가리라던 천상병 아저씨의 유고 에세이집... 그러니...  
58 산문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 막시무스 (이근영 freeism 4184   2011-05-06 2011-05-06 21:41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지은이 : 막시무스 (이근영) 출판사 : 갤리온 (웅진씽크빅 단행본 그룹, 2006/07/21) 읽은날 : 2007/12/05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명언들이 일관성 없이 나열된다. 아무 생각 없이 읽...  
57 산문 오늘은 다르게 - 박노해 freeism 4224   2011-04-17 2011-04-19 00:01
오늘은 다르게 지은이 : 박노해 출판사 : 해냄 (1999/09/13) 읽은날 : 1999/11/01 고정되지 않은 시선... 폭 넓은 여유... 자신의 것과 다르다고 '이단'으로 배척하지 않고 하나의 테두리에 포용할 수 있는 여유... 그 아...  
56 산문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 김형오 freeism 4229   2011-05-09 2011-05-09 22:26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지은이 : 김형오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9/03/25) 읽은날 : 2009/11/10 사회에서 나름의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어머니가 국회의원을 만나고 왔다며 받아온 책이다. 표지와 제목을 보니 텔레비전에...  
55 산문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 안도현 freeism 4247   2011-04-10 2011-04-19 00:06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샘터 (1998/12/11) 읽은날 : 1999/02/16 <연어>의 작가 안도현. 책방에서, 도서관에서, 친구의 가방 속에서 자주 보아 눈에 익은 책 <연어>의 작가... 단순히 이 정도로만 알...  
54 산문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freeism 4257   2011-05-03 2011-05-03 02:41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2/03/08) 읽은날 : 2005/10/15 달리는 지하철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순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